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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왕자 5편

송영림 0 256 2019.03.27 10:37

양서류 개구리들에게 포유류 개구리들과 비교하는 것에 대하여 사죄하며 

 

나에게는 A라는 친구가 있다. 누구보다 바르고 성실하며 선량하고 어떻게든 밝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친구이다. 나에게 이 친구는 한참 어린 동생이지만 때로 언니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서로 바빠 자주 만나거나 대화하지 못하지만 그냥 서로에게 당연한 믿음이 있고 서로 잘되기를 바라며 하나를 말하면 둘까지 알아듣는 십년지기이다. 난 이 친구에게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부채감 비슷한 마음도 있는데 정작 이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이번에 ‘개구리왕자’를 쓰며 나는 친구 A에게 네 얘기를 써도 되겠느냐고 매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내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A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주었고 기꺼이 자신의 글을 인용하는 데 동의해 주었다. 다음은 A가 쓴 글들이다.

 

서지현 검사 인터뷰를 보고 몸이 좀 아픕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제가 ‘직장 내 성폭행’ 피해자였기 때문이에요. 가해자는 직속 상사였으며 가해자에게 최초로 사과를 요구했을 때 그래서 네가 어쩔 건데,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노조 여성위원회와 대동하자 그제야 제 앞에서 무릎 꿇었어요. 그러나 여성위원회는 힘이 없었고, 사측은 저를 회유해서 무마시키려 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민주노총의 도움으로 그를 정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회사에서 아무도 저에게 말을 걸지 못했고 저는 웃음을 잃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제가 꽃뱀이라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며 저의 피해 당시 CCTV를 돌리며 본인의 억울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해자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본인이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증언을 거부하였지만 저보다 오랜 기간 그 직장에 근무하셨기에 그동안 사내에 ‘의무 성교육’이 한 번도 없었다는 증거를 주셨습니다. 저는 그걸 지방 노동청에 신고하였고 당시 회사는 벌금 2천만 원을 내고 그제야 가해자를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도움으로 재판을 진행하였고 긴긴 재판 끝에 가해자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그 과정을 함께 해주셨고요. 그리고 저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1년 가까이 정신과 상담을 받았습니다. 

 

성폭행은 피해자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관련법이 아주 약하고요. 여성가족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기관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같은 직장 내에 제가 있었다면 저와 대화하셨겠습니까? 쉽지 않다는 거 압니다. 그래도 가해자가 CCTV로 저를 능멸하는 장면을 돌렸을 때 보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고맙겠습니다. 

 

같은 남자여서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새끼가 범죄자지 남자가 다 그렇다고 당연히 생각 안 해요. 성폭력 피해자가 앞으로 더 적어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 주세요. 그것만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성추행, 성폭행범 처벌법이 강화되고 성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제 딸이 저보다 괜찮은 세상에서 살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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