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0 개 1,530 피터 황

e448bb9c9bd3ac7e6dd8a1ab50d007fc_1550005318_6245.png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에너지가 솟는 효과를 누렸다. 그리고 종교적 배경을 통해서 전세계로 전파되었다. 와인은 원래 교회성찬식에서 쓰였고 예수의 피라고도 불리며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와이너리의 상당수가 원래는 교회인 경우가 많다. 커피의 경우에는 이슬람 교인들의 명상과 기도를 도와주는 음료로 사용되어오다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커피가 아라비아에서는‘와인’으로 불렸다는 것인데, 커피는 이디오피아의 카파(Kaffa), 아랍어 카웨(Kaweh)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힘’을 뜻한다. 카파가 아라비아에 와서는 카와(Qahwa, 와인이란 뜻의 아랍어)가 되 고 터키에 건너와서는 카베(Kahve), 유럽에 건너가 카페(Café)로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커피와 와인은 재배되는 곳과 공급되는 방식은 달라도 향미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서구 역사의 다양한 현장과 함께하기도 했다.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와인에는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듯이 커피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한 번 맛들이면 쉽게 끊기가 어렵다. 원료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같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나 원두로 만드는 커피 모두 원재료를 가공해서 만드는 2차 상품이기 때문에 원재료의 품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막중한 역할도 꼽을 수 있다. 와인 메이커의 기술과 노하우가 와인의 품질에 큰 공헌을 하는 것처럼 원두 커피를 수확하고 말려서 볶는 것부터 갈아서 적당량의 우유와 섞는 것까지 커피의 맛과 향은 사람의 역할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두 세계의 프로페셔널 맛 감별사는 플레이버, 아로마, 바디, 산미 등으로 커피와 와인을 묘사한다. 와인은 대략 200가지의 확인된 향미 화합물을 가지고 있고 커피는 거의 500가지에 이른다. 구입한 커피를 맛보고 품질을 평가하는 것을 커핑이라 하고 인증된 큐 그레이더는 정상의 소믈리에와 비견된다. 아로마와 부케의 표현에 있어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로마는 포도 열매 자체에서 나오는 향을 의미하고 부케는 와인이 숙성과정을 거친 후에 뿜어내는 향을 의미하는데 커피에도 프로세싱(Processing) 과정을 통해서 동일한 개념이 적용된다. 음료 자체의 신선한 맛을 중시한다면 아로마에 집중을 하고 숙성되어 나오는 그윽하고 깊은 향을 선호한다면 부케를 음미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이 한 가지만을 따지기 보다는 아로마와 부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블렌딩의 개념도 같다. 와인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블렌딩방식인데 단일 포도 품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쓰거나 또는 한 해에 만든 와인이 아닌 여러 해의 와인들을 섞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단일 품종 와인보다 더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원두를 블렌딩 하느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진다. 어떤 커피는 과일향이 나고 어떤 커피는 신맛이 많이나고 하는 것이 바로 품종에 따른 커피 맛의 차이다. 이러한 각 원두의 특징을 이용해서 블렌딩하게 되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맛 볼 수가 있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것은 와인에서의 배럴 숙성과 유사하다. 와인 메이커는 내부를 그을린 배럴 안에서 24 개월동안 피노누아를 스모키하고 토스트향과 바닐라향이 풍기면서 밝은 과일향을 품도록 숙성시킨다. 이와 같이 커피도 로스팅된 정도에 따라 독특한 향미를 부각시킨다. 커피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다크하고 오일이 있는 강하게 볶인 커피콩의 바디감을 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좀더 라이트한 로 스팅 스타일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넓어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쇼에 진귀한 커피콩을 가져온 예멘 수출업자이건 값싼 임금을 받는 여성 농부를 위해 만들어진 케냐의 노동조합이건 오늘 아침의 향기로운 커피 한잔은 수없이 연결된 사람들의 순수한 땀의 결정체다. 와인 또한 역사적인 와인어리이건 작은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이건 그 기원과 생산자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그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커피 또한 가려져 있는 놀라운 인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아무튼 커피가 문화적으로 격조를 높여가는 과정은 와인이 걸어 간 길을 그대로 따르는 듯하다.

 

와인과 커피는 모두 적당량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 와인의 경우 껍질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 안에 폴리페놀이 혈관 속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녹여 준다. 그래서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와인을 꾸준하게 섭취하면 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적당량 섭취하면 혈액순환, 이뇨작용과 심장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평소에 빈혈기가 있는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안된다. 커피가 철의 인체 흡수를 방해해서 빈혈 증상을 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인데 단점이 있는 건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와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건 지나치면 모자란만 못한 법이다.  

 

*피터 황 Fine Wine Specialist www.winelab.co.nz

바다로 간 산타클로스

댓글 0 | 조회 1,641 | 2020.12.08
숨죽여 가만히 정지해 있거나 심지어 거센 물결에 밀려서 거꾸로 걷는 것 같았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거울나라에 가서 붉은 여왕과 손을 잡고… 더보기

개천용(龍)들의 소울푸드, 라면의 정석

댓글 0 | 조회 1,901 | 2020.11.11
영화 ‘넘버 3’의 삼류킬러 송강호는 부하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홍수환이 챔피언이 되고 임춘애가 금메달을 딴 것이 라면을 먹고 운동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더보기

테스형(兄)도 모르는 와인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711 | 2020.10.14
다이어트의 역사는 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탐식이나 비만을 죄악시했고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Socrates)는 ‘식욕이 강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더보기

집 한채 값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2,926 | 2020.09.09
1945년산 1병의 가격이 6억 3000만원에 낙찰된 지 몇 분 후에 1937년산도 예상했던 가격보다 20배 이상의 가격으로 경매되었다. 물론 품질뿐만 아니고 와… 더보기

말(馬)이야 막걸리야

댓글 0 | 조회 1,874 | 2020.08.11
구불구불한 골목의 끝에 다다라서야 간판도 없는 피맛골의 전봇대집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투박한 양푼에 담긴 막걸리와 이면수구이 한 접시가 자동으로 … 더보기

맥주의 품격

댓글 0 | 조회 1,643 | 2020.07.15
슈퍼마켓 완전정복 (3)겨울철에도 맥주의 소비는 꾸준한 편이다. 기존의 소비자들이 맥주의 ‘청량감’을 즐겼다면 현재는 맥주도 와인처럼 향과 풍미를 음미하며 천천히… 더보기

슬기로운 와인생활

댓글 0 | 조회 1,902 | 2020.06.10
슈퍼마켓 완전정복 (2)이태리 베네치아를 여행하다가 터미널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버스기사가 장담하는 최고의 커피라는 말을 그땐 믿지 않았… 더보기

왕년의 감기 퇴치법

댓글 0 | 조회 2,392 | 2020.05.13
편도선염이 심했던 초등학교 시절, 난 가장 먼저 감기에 걸리는 편에 속했다. 어머니는 한솥가득 보릿잎으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지만 질기고 깔깔한 잎이 목에 닿아서 … 더보기

슈퍼에 와인이 돌아왔다

댓글 0 | 조회 3,674 | 2020.03.11
슈퍼마켓 완전정복 (1)슈퍼마켓와인이 진화하고 있다. 5달러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은 물론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와인회사로 국한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30달러이상하… 더보기

음식은 이제 패션이다

댓글 0 | 조회 1,762 | 2020.02.11
솔직하게 말해서 예쁜 건 마다하기 힘들다.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한 것이 삶의 지향점이 되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저염식과 채식주의, 오가닉 푸드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보기

짜파구리와 피 맛의 추억

댓글 0 | 조회 1,909 | 2020.01.15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국물라면 너구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뭐니뭐니 해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한우 채끝살을 소금, 후추… 더보기

맛과 향의 연금술, 발효의 비밀

댓글 0 | 조회 1,715 | 2019.12.10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볶거나 갈 때 그 향은 정말 강렬하다.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향은 막 만들었을 때만 유효하고 시간이 지나면 … 더보기

복분자에 취한 민물장어의 꿈

댓글 0 | 조회 1,605 | 2019.11.12
혹시 동백꽃이 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동백꽃이 지는 건 독특하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거나 시들고 빛깔이 바래서 지는 다른 꽃들과는 달리 동백은 너무나도 멀쩡한… 더보기

봄에 바람이 부는 이유

댓글 0 | 조회 2,888 | 2019.10.08
고혈압으로 평생 약을 드시던 어머니가 쓰러지신 이후로 하루도 병상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고 보낸 적은 없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마냥 마누카의 하얀 꽃이 바람에… 더보기

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댓글 0 | 조회 1,660 | 2019.09.11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국민주인‘희석식 소주’의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발효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 더보기

쉬라즈(Shiraz)와 이순신 병법(兵法)

댓글 0 | 조회 1,548 | 2019.08.13
임진년(1592년)이후 7년간의 해전을 통해 보여준 전승무패의 역사는 한국인의 가슴에 신화가 되었다. 승리의 원리는 불리한 상황에서는 질(質)적인 전투력으로 일본… 더보기

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댓글 0 | 조회 1,639 | 2019.07.10
1813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가 프랑스를 침략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던 랭스(Reims)지역을 점령했을 때 포도밭을 맘대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남편 프랑수아…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1,627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같은 종류의 유전인자를 갖게 돼 성격, 행동, 질병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더보기

잡종의 생존법칙

댓글 0 | 조회 1,591 | 2019.05.14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1,713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 더보기

향기(香氣)를 잃으면 독(毒)이 된다

댓글 0 | 조회 1,560 | 2019.03.13
화학약품의 조합으로 실험실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고 콘크리트 빌딩에서 컴퓨터로 채소와 과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향을 잃은 식재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더보기
Now

현재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댓글 0 | 조회 1,531 | 2019.02.13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 더보기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댓글 0 | 조회 1,557 | 2019.01.16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 더보기

프로세코여~.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댓글 0 | 조회 1,518 | 2018.12.12
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더보기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1,608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