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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김영안 0 517 2018.11.28 16:12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우리가 그런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빨리 빨리’라는 말은 동남아에서도 통용되는 한국어이다.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너무도 이 말을 많이 해서 동남아 현지인들이 다 알아듣고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이다. 바로 우리 국민성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우리도 느림의 문화였다. 자고로 사대부 양반은 팔자 걸음으로 어슬렁어슬렁 다녔고, 뛰거나 서두르면 촐랑거린다고 혼이 나곤 했다. 우리가 이렇게 빨라진 것은 아무래도 산업화와 군사 정권의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빨리 빨리’가 무조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산업화에 적합하고 더 나가서는 정보화 시대의 원동력이 된 것 만은 사실이다. 그 한 가운데는 바로 빨리빨리 하는 우리의 국민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빨리 빨리’ 덕분에 정보화 시대에 총아로 우뚝 선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빨리빨리’가 정보화 시대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지만 요즈음 느림이 유행이고 대세이다.

 

지나친 빠름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반대하는 세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느리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이 맞다. 우리의 일상 생활 모두 -호흡도, 식사도, 걷기도 그리고 골프 스윙도 느릴수록 결과는 좋다. 반대로 빨리 서두르면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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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느림’의 물결을 일으키기게 한 책은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 의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동문선: 2000)’이다. 

 

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와 소르본 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그르노블과 몽펠리에 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가르쳤으며, 퇴직 이후 남 프랑스의 나르본에서 본격적으로 저술활동을 해왔다.  

 

1973년『도시의 시학』을 출간한 이후『감각적인 프랑스』,『민감한 프랑스』,『느리게 한다는 것의 의미』등 15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저서들 중 2005년『아주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을 집필하던 도중 사망했다.

 

이 책을 필두로 수 많은 느림 예찬 책들이 봇물처럼 나와 있다.

 

최근에 들어 Slow 운동은 음식, 그리고 생활 방식 모든 것에 열풍처럼 불고 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서양 음식이 패스트 푸드(fast food)인 것에 반해, 우리 한식은 슬로우 푸드 (slow food)이다. 서양의 삶이 실용. 동적인 삶이라면 동양의 삶은 느림, 여백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동양은 서양에 비해 느리고 정적이었다.

 

최근의 책으로는 윌리엄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 (21세기북스: 2011)가 눈에 뜨인다.

 

현대를 디지털(digital)로 대변 되는 스크린 문화라고 이름 지으며, 우리는 스크린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우리 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 놓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 새로운 세상은 디지털 세상이며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쉬지 않고 서로 어깨를 두드린다. 

 

스크린 하나로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과 온갖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가족과 친구, 일과 놀이, 뉴스와 아이디어 등 우리의 모든 관심사가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왔다. 그 결과로 우리의 생활은 PC 화면에서 각종 광고판 그리고 손안의 스마트 폰까지 스크린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스마트 폰을 장만했고 삶이 많이 달라졌다. 앱스토어(App store)에는 삶을 편리하게 해 줄 수많은 앱(App)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페이스북(Facebook) 친구들과 수다는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카톡’으로 수다를 떨고 메일을 확인하고 웹을 서핑(surfing)했다. 

 

스마트 폰이 마치 내 몸의 일부인 양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랬더니 안 아프던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했고 삶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릇 어느 하나가 무조건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는 흑백논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한 때의 진리가 영원한 진리로 남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과 각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젊을 때는 빨리, 나이가 들면 느리게> 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빠름이고, 어느 정도가 느림인 것인가?

 

‘시간은 기다리는 이에게는 너무 느리게 가고, 걱정거리가 있는 이에게는 너무 빨리 가고, 슬픈 이에게는 너무 길고, 기뻐하는 이에게는 너무 짧다.’는 헨리 반다이크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빠름과 느림은 바로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자기를 지키는 새로운 기술,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잠시 느림을 즐길 필요도 있다. 

 

‘컴퓨터를 끈다. 휴대 전화도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 발을 떼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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