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정신건강, 노회찬과 제이미리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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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정신건강, 노회찬과 제이미리 로스

0 개 536 김임수

한달전 뉴질랜드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었다. 국회의원 제이미리 로스가 중국인 사업가의 정치기부금 수령과정에서 국민당 당수 사이먼 브리짓스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하며 소위 가미가제식 폭탄을 연일 투척한 것이었다. 국민당은 몇달 전 이미 자체 조사로 조용히 종결했던 로스의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과 행동, 그리고 여성의원등과의 불륜등을 폭로하며 그를 역공하게 된다. 한때 브릿지스의 오른팔 역할을 자처했던 제이미리 로스는  두사람 사이의 사적 대화 녹취록을 언론에 전격 공개함으로써 맞불을 놓았다. 뉴스 언론들이 이렇게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다.  동료국회의원에 대한 욕설과 인종차별적 대화가 모두 다 까발려져 안그래도 순진한 (?) 뉴질랜드 국민들이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정치행태에 환멸을 느끼며 일종의 열등감마저 가지고 있던 필자에게 이 뉴스는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그래,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야.  세계 1, 2위의 청렴도를 자랑하는 뉴질랜드 정치인도 별 수 없지. 그들이 이슬만 먹고 사는 고귀한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이지’ 

 

한편, 양쪽의 난타전 와중에 로스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뉴질랜드에서는 Mental Health Act 2007법에 의거하여 해당 의료팀이 환자 자신과 공익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질랜드 국회에서는 여, 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의 정신건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남 앞에 나서서 말하기 좋아하며 무리속에서 자기가 꼭 대장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얼굴이 두꺼운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소위 강철멘탈의 소유자일 수는 없다. 사실, 세상에 강철멘탈이라는 것은 없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적절히 위장하는데 능한 사람들일 뿐이다. 

 

30대 초반의 약관 로스의원의 순탄치만은 않았던 성장배경이 주목을 끈다. 그는 자신을 양육할 수 있는 정신적 상태가 아니였던 부모 곁을 떠나 조부모의 품에서 성장을 했다고 한다. 16세에 고등학교를 일찍 떠난 후 18세에 지역의회 카운슬 의원에 당선되고 20대 후반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 정치 신데렐라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과의 공생보다는 정글 게임속 승리만을 추구하는 냉혹한 야심가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이 스캔들을 접하면서 몇달전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의 노회찬의원이 생각났다. 평소 청렴하고 소박한 서민 정치인의 이미지를 쌓아왔던 그이기에 그의 자살 소식은 더욱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돈과 관련하여 결벽에 가까운 자기검열의 기준이 무너지는 자괴감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가 한 사람만에게라도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청했다면 비극은 막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늘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실수와 잘못이 자기 자신이라는 그릇된 믿음으로 빠지기 쉽다.  실수와 잘못은 우리가 행하는 무수히 많은 행동중에 부정적 원의를 통해서 결과로써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실수안에서 머무르며 그것을 꼽씹으며 자기부정의 늪에 빠질 필요가 없다.  실수를 자기화 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 위험한 일이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자기 부정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죽고 싶을 정도로 자기 자신이 미워지고,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라. 바로 옆에 도움의 손길이 있을 것이다. 

 

분명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 Tomorrow will be better.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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