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누웰레 소녀 2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하이누웰레 소녀 2편

0 개 952 송영림

하이누웰레 소녀 

 

누누사쿠(Nunusaku) 산에서 내려온 아홉 씨족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서(西) 세람의 이곳저곳에 머물렀다. 그들 중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아메타(Ameta)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돼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연못까지 따라갔다. 물에 뛰어들어간 돼지는 수영을 하지 못해 빠져죽었고 아메타가 죽은 돼지를 건져 올리자 돼지의 어금니에 코코넛이 하나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야자나무가 없을 때였다.

 

집으로 돌아온 아메타는 코코넛을 선반에 올려놓고 파톨라 사롱(Patola sarong)으로 덮어 놓은 후 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남자가 나타나 그것을 심으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다음 날 아침 코코넛을 심었다. 3일 후 야자나무가 높게 자라나 있었고 다시 3일 후에는 꽃이 피었다. 아메타는 마실 것을 구하기 위해 꽃을 따려고 나무를 기어올랐는데 그만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핏방울이 야자꽃 위로 떨어졌다. 3일 후 아메타가 그 자리에 가 보니 야자꽃에 피와 꽃즙이 섞여 사람의 얼굴 형상이 갖춰져 있었다. 다시 3일 뒤에 갔을 때 몸통이 생겨 있었고 또 다시 3일 뒤에는 핏방울에서 한 작은 소녀가 태어났다.

 

그날 밤 아메타의 꿈속에 지난번의 남자가 또 나타나 소녀를 파톨라 사롱으로 감싸 조심스럽게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그는 야자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소녀를 조심스럽게 감싸 집으로 데려와 하이누웰레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소녀는 매우 빨리 자라 3일 뒤에는 이미 결혼할 수 있는 처녀가 되었고, 평범한 사람이 아니어서 변을 보면 배설물로 중국 접시들이나 징과 같은 값비싼 물건들이 나와 소녀의 아버지 아메타는 곧 부자가 되었다. 

 

그때 타메네 시와(Tamene siwa)에서 9일 밤 동안 계속되는 마로춤 축제가 열렸다. 춤을 추지 않는 여자들은 가운데에 앉아 춤추는 사람들에게 시리 (Sirih)와 피낭(Pinang)을 나눠 주었다. 하이누웰레 역시 시리와 피낭을 나눠 주다가 산호, 하나(hana), 키나 바투(kina batu), 파랑(parang), 구리로 된 시리통, 금귀고리, 징 등을 밤이 바뀔 때마다 매일 나눠 주었다. 

 

사람들은 매우 놀라워하며 그런 부(富)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소녀를 시샘하여 죽이기로 논의했다. 그래서 아홉 번째 밤에 남자들이 구덩이를 파서 가운데 앉아 있는 소녀를 몰고 가 구덩이에 던져 넣고 흙을 부어 춤을 추며 단단히 다졌다. 소녀의 비명소리는 마로 노래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새벽녘이 되어 춤이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아메타는 소녀가 돌아오지 않자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아홉 개의 야자나무 잎맥을 가지고 춤추던 장소에 가서 잎맥을 하나씩 땅에 꽂았다. 그가 마로춤의 가장 안쪽 원으로 들어가 잎맥을 뽑아보니 소녀의 머리카락과 피가 묻어 나왔다. 그는 그 자리를 파고 시신을 꺼내 여러 조각으로 자른 후 시신 조각들을 춤추던 장소의 주변에 하나씩 묻었다. 그러나 소녀의 두 팔은 묻지 않고 물루아 사테네에게로 가져갔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50d839b803fce137455e2106ce6596d0_1540625877_2127.jpg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