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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알면 뉴질랜드가 보인다

한일수 0 1,249 2018.07.11 09:47

사람이나 사물은 이름을 가짐으로서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뉴질랜드에는 마오리어로 된 지명이 많은데 

그 내용을 살펴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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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1922.11.25.-2004.11.29.)의「꽃」이라는 시의 내용이다.

 

이 시에서는 존재의 본질에 가 닿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대상과 주제는 주종(主從)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만남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즉 ‘나’와 ‘그’가 고립된 객체로서가 아니라 참된 우리로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을 탐구하는 시로 모든 것은 이름을 가짐으로써 의미 없는 것에서 의미있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온 지인에게『뉴질랜드 한인사』 드렸더니 표지에 나온 부제, ‘아오테아로아에서 한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보고 ‘아오테아로아’가 무슨 말이냐고 질문하였다. ‘뉴질랜드 한인사’라면 ‘뉴질랜드에서 한인들이 살아 온 이야기라고 해야 될 텐데 왜 ‘아오테아로아’ 란 말이 들어가 있는지 의문을 가진 것이다. 그분은 전 세계적으로 조직망을 갖고 있는 한국 기관의 총괄 수장으로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뉴질랜드에도 잠깐 다녀갔지만 ‘뉴질랜드’라는 이름의 의미를 알고 더욱이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아오테아로아’ 의 스토리를 인식하면 훨씬 더 뉴질랜드에 대해서 친근감을 간직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민족은 지구상 180여개 국가에 뿌리내려 살고 있기에 각 나라의 한인 사회를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기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네덜란드의 아벨 태즈먼(Abel Tasman)이 1642년 11월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를 발견했을 때 네덜란드 남동부 해안지방 ‘Zealand’주의 이름을 따서 ‘New Zea land’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그 후 국가 이름으로 채택되었다.

 

 ‘아오테아로아(Aotearoa)’는 마오리어로 ‘구름’ 을 뜻하는 ‘Ao’와 ‘흰색’을 뜻하는 ‘Tea’ 그리고 길다는 뜻의 ‘Roa’가 합친 ‘길고 흰 구름’이라는 말이다. 지금부터 1000여 년 전에 폴리네시아에 살고 있던 마오리족 항해가 쿠페가 부인과 함께 카누를 타고 남쪽으로 항해하다가 뉴질랜드 섬을 발견하고 ‘길고 흰 구름(Aotearoa)’이라고 불렀던 데서 연유한다.   

 

뉴질랜드 지명에는 마오리어가 많이 등장한다. 하나의 이름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여러 다른 지명과 관련 성을 파악하게 되고 같은 단어의 마오리 표현과 연관지어 폭 넓게 다가갈 수 있다. 오클랜드 노스쇼어의 노스코트에 Aorangi Place 가 있는데 ‘Ao’는 구름이니까 구름과 관련 있는 ‘Rangi’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오클랜더들이 매일 같이 바라보는 섬이 ‘Rangitoto’섬이므로 ‘Rangi’ 라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Rangi’는 하늘이라는 뜻이고 ‘Toto’는 피(흘리다)라는 뜻이므로 ‘Rangitoto’는 ‘피로 물든 하늘’이라는 뜻이 되겠다. 마오리 선조들이 뉴질랜드에 이주해 살다가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봤는데 용암이 분출하여 하늘이 붉게 물들어 ‘피로 물든 하늘’로 부르게 된 것이 ‘Rangitoto’가 된 것이다.

 

뉴질랜드에 처음 닻을 내린 곳은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였다. 그때 1일 투어로 Akaroa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아카로아는 크라이스트처치 동쪽 해안에서 길게 뻗은 Banks Peninsula 만에 위치한 타운이다. 원래 프랑스 개척자들이 1838년에 고래 사냥을 위해 마오리로부터 3만 에이커의 땅을 구입하고 1840년까지 식민 기지를 삼았던 곳이다. 여기서 ‘Roa’는 길다는 뜻이므로 ‘Akaroa’는 ‘Long Har bour’라는 의미로 마오리들이 부르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처음부터 가장 많이 접하는 지명은 ‘Wai’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름일 것이다.‘Waitangi’, ‘Waitemata’,‘Waikato’,‘Waiera’,‘Waitomoto’, ‘Muriwai’,‘Waiheke’…….‘Wai’는 ‘물’이라는 뜻이고 뉴질랜드는 섬나라이므로 물이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Waitangi 조약에 의해 뉴질랜드가 탄생되었지만 마오리 들의 슬픈(Tangi) 감정이 녹아 있는 이름이 되겠다. ‘Muri’ 는 ‘뒤’라는 뜻이 있으므로 ‘Muriwai’는 ‘뒤쪽에 있는 물’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스쇼어의 이스트코우스트(East Coast)에서 하우라키 바다를 향해 매일 같이 바라보는 섬들이건만 그 섬들의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자문해 볼 일이다. Rangitoto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Motutapu, Rakino, The Noises, Tiritri Matangi 섬들이 도열해 있고 Whangaparaoa 반도와 연결되고 있다.  

 

사랑은 관심이다. 따라서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뉴질랜드에 살려거든 뉴질랜드를 사랑하라. 뉴질랜드를 사랑하려거든 뉴질랜드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관심과 흥미를 가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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