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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이야기

0 개 1,825 박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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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먹다 하도 매워 나도 모르게 물! 하고 소리 지를 때/ 약속이나 한 듯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나가 물 가져오려고 한꺼번에 일어날 때” 서정홍 농부시인의 <가장 행복할 때> 詩의 구절이다. 시인이 1960년대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닐 적인 어느 겨울날, 온 식구가 둘러앉아 김장김치를 담그고 보리밥을 먹었을 때 그날따라 김치가 어찌나 매운지 눈물 콧물을 다 흘렸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쓴 시라고 한다

 

필자는 해방 다음해인 1946년에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으며, 학창시절 내내 우리나라는 가난했다. 그 시절에는 어느 집이나 겨울철에는 김장 때 담은 배추김치, 무김치, 동치미 등이 밥상 위 반찬의 전부였다. 당시 대부분 가정에서 김치는 물론이고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 먹었으며, 식구들이 많아서 김장 배추를 적게는 한 접(100포기), 많게는 두 접 이상 준비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널리 보급되어 있지만, 그때는 ‘김장독’을 땅에 묻어 김치를 저장했다.

 

김장을 하려면 물이 많이 필요하다. 시골에서는 ‘새마을 운동’으로 간이상수도가 생기기 전에는 공동우물이나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길어다 배추를 씻었고, 절인 배추를 씻을 때는 냇가로 갔다. 요즘에는 김장이 끝나면 돼지고기를 삶아서 김장김치로 싸서 먹지만, 당시에는 고기가 귀하여 쌀밥을 양념이 된 김장김치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품앗이를 한 이웃에게는 김치 두어 포기씩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우리의 가난을 벗어나게 해준 인물은 朴正熙 대통령이다.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룩한 새마을운동과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최근 국회연설에서도 언급한 ‘한강의 기적(Miracle on the Han)’은 세계가 인정하는 업적이다. 금년 탄생100주년(2017.11.14)을 맞아 계획했던 기념우표 발행도 정권이 바뀌면서 무산되었고, 서울 상암동 소재 ‘박정희 대통령 기념ㆍ도서관’에 동상 설치도 반대하는 집단으로 인해 연기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공과(merits and demerits)’가 있기 마련인데, ()은 무시하고 과()만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

 

올해 김장철을 맞아 우리 집은 주말(11 25일 토요일)에 김장을 담갔다. 우리는 아파트 21층에 거주하며, 둘째 딸은 5층에 살고 있어 김장은 딸네 집에서 했다. 아내는 김장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마늘, , 생강, , 젓갈 등을 미리 장만했고, 둘째 딸이 대형마트에 절임 배추를 주문하여 토요일 아침에 배달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Ministry of Agriculture, Food and Rural Affairs)는 올해 김장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1 26-30일이라고 밝혔다. , 할인 행사가 많이 열리는 11월 중순에 재료를 산 뒤 하루 평균 기온이 섭씨 4도 이하,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되는 26일 이후에 김장을 하면 좋다고 한다. 절임 배추는 추위에 강하다.

 

농식품부가 농협 하나로마트 판매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4인 가족으로 직접 김치(56kg)를 담그는 비용은 21626원으로 포장 김치 구입비용인 429377원에 비해 약 22만원(51%)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임 배추를 사서 김장할 경우엔 일반 배추를 구입할 때보다 비싼 243824원이 들지만, 배추를 절이는 수고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배추는 봄, 여름(고랭지), 가을, 겨울(월동용) 등 네 차례 재배할 수 있다. 지난 9월에 수확된 여름배추는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 4일 배추 한 포기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7125원으로 평년가(4510)보다 58% 높았다. 여름 배추 값이 폭등했던 9월 초, 농가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재배 면적을 늘려 가을배추를 심었다.

 

가을배추는 9월 초에 심어 약 60-70일간 자란 후 수확한다.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147만톤에 달해 이달 서울가락농수산물시장의 배추 평균 도매가는 포기당 1484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4% 폭락했다. 이에 농민들이 배추 모종을 밭에 심는데 들어간 비용은 포기당 500원 정도이고, 수확과 운송비용은 약 400원이다. 반면 보험 성격의 농협 수급안정기금에 가입한 농민은 배추를 버리면 포기당 약 300원을 지원받으므로 농민들은 “수확하면 할수록 손해”라며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가가 많다.

 

김치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2001년 국제식품으로 공인한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Kimchi)에 대하여 미국의 건강전문잡지인 헬스(Health)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2008 3월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기업들과 함께 개발한 김치ㆍ볶은 김치ㆍ고추장ㆍ된장국ㆍ녹차ㆍ홍삼차ㆍ수정과 분말ㆍ즉석밥ㆍ라면ㆍ생식바 등 한국형 우주식품 10종이 러시아 생물학연구소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먹을 수 있는 ‘우주식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유네스코(UNESCO) 2013 12 6일 ‘김치와 김장’을 세계문화유산(世界文化遺産, World Cultural Heritage)로 등재하였다.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하면서, 마을 주민이 모여 함께 김치를 담그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에도 나눠 주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는 의미에서 ‘김치와 김장 문화’의 영문 명칭을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으로 했다. 우리나라 문화재청(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도 한국인의 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공동체 음식문화인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했다.

 

유네스코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연대감과 정체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며 “자연 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세계 다양한 공동체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의 대표 음식인 김치가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음으로써 한국 음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장철이 되면 우리나라 방방곳곳에서 새마을부녀회 등 각종 단체들이 지역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김장문화제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하여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정성껏 수천포기의 김장김치를 담가 배달하고 있다.

 

김치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醱酵食品)으로 주요 부식(副食)으로 먹고 있다. 김치는 지역과 재료의 종류와 특성, 담그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 200종 이상이 있다. 김치는 카로틴(carotin), 식이섬유(dietary fiber), 페놀성 화합물(phenolic compound)과 같은 여러 가지 생리활성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항암, 고혈압 예방 등 여러 가지 기능성이 있다.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 만든 음식을 침채(沈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김치,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스케모노, 서양의 피클 등이 침채류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치와 다른 나라 침채류의 차이점은 발효(醱酵)시킨다는 점이며, 바로 이것이 김치의 우수성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기법이다.

 

김치 숙성 온도는 섭씨 15도가 이상적이다. , 김치가 발효되면서 유산균(乳酸菌)이 생성되는데 DNA 분석 결과 15도에서 생성되는 유산균에서 영양학적 가치가 가장 높았다. 김치를 가장 맛있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온도는 평균 영하 1.4도이다. 또한 김치냉장고에서 6개월까지는 맛 변화 없이 저장이 가능하다

 

한방(韓方)에서는 김치를 음양(陰陽)이 조화된 식품이라고 한다. , 성질이 서늘한 배추와 무에 열이 많은 고춧가루, ,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음양을 맞추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백김치나 동치미는 성질이 서늘해 열이 많은 소양인(少陽人)에게 알맞고, 매운 양념을 많이 쓴 배추김치는 몸이 차고 속이 냉한 소음인(少陰人)에 알맞다고 한다.  

 

잘 발효된 김치에는 젖산과 젖산균(유산균)이 풍부하며, 김치 1g에 젖산균 1억 마리쯤 한유되어 같은 무게의 요구르트보다 약 4배 많다. 또한 비타민 A C, 칼슘, ,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여 몸에 좋으며, 배추와 무에 함유되어 있는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大腸癌) 예방에 좋다.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으로 인하여 소화가 잘되고 장()을 깨끗이 하는 정장 작용도 하게 된다. 부산대학교 김치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김치를 하루 300g 정도 먹으면 김치를 안 먹은 사람에 비해 대장에 유산균이 100배 정도 증가한다. 또한 유산균은 김치 내 식중독균 등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김치를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하는 이유는 김치의 열량이 100g 8kcal(백김치), 11kcal(동치미), 18kcal(배추김치), 33kcal(깍두기) 등으로 낮으며, 김치에 포함되어 있는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과식을 피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유기질소화합물인 캡사이신(capsaicin)은 몸의 지방을 분해, 연소를 돕기 때문이다.

 

농협식품연구원이 2014년산부터 2017년산까지 연산(年産)별 건()고추 성분함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햇건고추가 묵은 건고추보다 영양분 함량이 월등히 높았다. 캡사이신 함량은 2017년산 건고추에는 1kg 846.7mg이 함유되어 있었으나, 2016년산에는 155mg, 2015년산 94.2mg, 2014년산 8.7mg 등으로 점차 떨어졌다. 또한 비타민C, 베타카로틴, 당류 등도 연산이 오래될수록 성분함량이 적었다. 따라서 김장에는 햇건고추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치의 단점은 염분(소금)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특히 남부지방에선 소금과 젓갈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맛이 더 짜다. 이에 소금 섭취를 많이 하면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 위암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김치를 싱겁게 담그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기산 등 김치 맛 성분은 저염(低鹽) 김치가 고염(高鹽) 김치보다 더 풍부하다.

 

올해 김장철이 한창인데도 배추와 무 생산량이 워낙 많아 김장채소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여 농가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에 김장을 한포기라고 더 담그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 지방자치단체, 농협, 기업, 사회단체, 대학 등이 “김장 한포기를 더 담가 농가를 돕자”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농가와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되는 ‘사랑의 김장나눔’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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