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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를 준비하라!

김준 0 1,405 2017.11.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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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되면 대학이라는 반 사회, 반 학교인 공동체에서 두 학기의 시간을 보낸 학생들이 그 동안의 노력과 시간과 정성을 보상 받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열정과 게으름을 후회하면서 눈물을 짜는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대학생활을 통해 자신의 젊은 날을 불태워야 할 Specialty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전공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하시다면 바로 각 대학 웹사이트의 희망전공 학과 메뉴에 접속하셔서 ‘입학 허가 필요사항(requirement)’를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자세한, 하지만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너그러운 입학 허가 규정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한 해를 거의 마무리할 무렵, 이제 겨우 스물 언저리에 선 아이들은 빨강, 초록, 반짝이는 금박과 크리스탈로 연상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하며 머리를 짜내고 있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해서 너무도 많은 대학생들이 겨우 몇 점이 모자라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괴로움에 삐져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가며 Plan B를 가동시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그 동안의 노력과 정성이 보상받아 기쁘게 내년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당연히 있지요. 우선을 그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이야기를 시작할 걸 그랬네요.. ㅎㅎ

 

제가 대학교 1학년 학생들까지 가르치다 보니 매년 이맘때가 제일 불안불안 합니다. 우선적으로 대학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받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에 앉은 자리마다 좌불안석이고 성적 때문에 희망전공을 바꾸어야만 하는 아이들과 마주앉아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해가며 제가 겪었던 학생의 성품, 적성, 경쟁력과 가장 잘 어울릴만한 전공을 골라주어야 하는, 하나의 인생길에 포석을 놓는 과정이 몹시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도 가장 첨예하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전공과정은 누가 뭐라 해도 ‘메디칼 스쿨’이지요. 저를 거친 학생들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희망하는 전공이기도 하고 사회공헌도와 개인의 삶의 질을 고려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보는 전공과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9개월간 세상에 태어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을 Biomed 학생들이 자신이야 말로 타고난 ‘의사 선생님’ 감이라는 것을 피력하는 인터뷰가 몇 주 남지 않았군요. 

 

그럼 Biomed 학생들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누구나 대학에 입학해 첫 발을 디딜 때에는 자유로운 캠퍼스 분위기와 진지한 강의를 접하며 스스로가 껑충 커버렸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론 8개월여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해야만 한다는 중압감에 어깨가 무겁다 못해 저려오는 것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대학 신입생의 첫 학기는 가장 중요한 공부와 아울러 여러 가지 모임과 적응의 과정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어디 한군데 부모가 간섭할 여지가 없을 정도 이지만 그것도 잠시.. 많은 학생들이 2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학과 또는 학교를 옮기기 시작하고 별 다른 계획이 없이 학교를 쉬는가 하면 아예 자퇴를 하고 인생의 또 다른 길을 찾아 해외로 나가기도 합니다. Big way out이라는 미명아래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하고 정신 없는 시간들과 사건들을 외면한 체 그저 밥 먹고 공부, 커피 마시고 공부, 자고 나서 공부하면서 인생을 공부하는 기계인 양 살아가는 학생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인터뷰 자리에 앉을 학생들 입니다. 이제 이번 인터뷰를 통해 Medical school 진학 여부가 결정이 되고 연말에 그 결과가 발표되면 학생들은 나란히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먼저 들어가는 친구를 응원하던 인터뷰 당일이 서로 곁을 주던 마지막 순간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2018년부터 각자 다른 인생의 길을 걷게 되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게 되겠지요. 

 

이렇게 객관적인 자리에서, 인터뷰과정과 그 결과를 그려보면 차분한 마음으로 익명의 합격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이 가능하겠지만 정작 그 자리에 내 아이가 앉아 있다면..? 그 때 나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도 치솟는 아드레날린에 동공은 평소보다 두 배는 커져있고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귀에 까지 들릴 지경이 되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에 초청을 받은 것만 해도 대견하다며 집 나서는 아이를 추켜세워 주겠지만 아이가 떠난 후엔 그 자리에 철푸덕 주저 앉아 끝없는 기도로 하루를 다 보낼는지도 모르지요. 

 

그렇습니다. 자식의 성장과 미래를 걱정하며 이렇게 애타는 부모의 마음이 다른 학부라 해서 다를리 없고 전공을 결정하는 그 신중하고도 긴장된 순간이 어느 학생이라서 여유로울 수는 없는 법 입니다. 그러니 올해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마친 우리의 자녀들이 대학 입학을 기다리는 3개월여의 시간 동안 무엇을 어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은 1년이 지난 후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너무도 당연하고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의 준비로 내년 이맘때 가지게 될 불 붙는듯한 긴장을 조금이라도 누그려뜨릴수만 있다면 반시간도 안 되는 오늘의 고민이 그리 대수일까요.. 

 

각급 고등학교 과정의 마지막 시험이 막바지에 치달은 요즈음 3개월간의 공백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는지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뉴질랜드에 여러 대학과 여러 학과가 있지만 그 동안 필자가 가르쳐 왔고 경험해 왔던 오클랜드 대학교 Biomed를 중심으로 NCEA, IB, 캠브리지 졸업생들에게 몇 마디의 충고를 남기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 

 

우선 NCEA과정 수료자들에 대한 충고 입니다. 

 

제발!! 절대로 여행 가지 말고, 한국 가지 말고, 일자리 얻어서 일하지 말고 공부하세요. NCEA과정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아니 조금이라도 공부를 덜 어렵게 할 마지막 기회가 지금입니다. 1학년 과정은 Biology에 집중이 되어 있으니 어서 서점으로 달려가 캠브리지 AS(Y12), A2(Y13) Biology 책을 구입하고 그것부터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진화론에 치우쳐 있는 NCEA biology 는 대학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Medical school에서는 화학 점수까지 고려하므로 무슨 수를 써서든 Spectroscopy와 Reaction Kinetics를 자세히 공부하고 캠브리지 화학 Organic 과정을 섭렵해야만 합니다. 이미 Internal로 Spectroscopy를 공부했다고요? 미안하지만 학생이 접했던 그 내용은 단순 puzzle 맞추기여서 대학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나 Optometrist 를 꿈꾸는 학생이 있거나 Medical school에서 고배를 마실 시 차선책으로 대비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최소 NCEA L2 물리를 완벽(!!)히 소화하도록 하고 L3 Wave, Mechanics를 심도 있게 다시 공부하도록 합니다. 더불어 Thermal physics와 Fluid mechanics의 기본을 준비해 두어야만 하구요. NCEA에선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내용 들이니 말입니다…

 

다음은 IB 과정 수료자들에 대한 충고입니다.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두 과목밖에 수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입학 필수과목인 생물을 기본으로 물리, 화학 중 하나를 준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때 공부하지 못한 다른 한 과목을 중점적으로 공부해 상대적에 열세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겁니다. 생물은 HL까지 완벽히 습득해야 하고 물리는 SL core와 Option: engineering physics를 완료해야 하구요, 화학은 HL까지 커버해야 하며 option은 관계없지만 Organic 파트를 캠브리지 AS, A2 수준으로 완성 해 놓아야만(!) IB공부를 하며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고교시절의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캠브리지 과정 수료 학생들에 대해 충고 하자면..

 

물리, 화학, 생물 세가지를 다 공부했다면 다시 한번 충실히 복습을 하길 바라고 물리 paper 준비를 위해 Fluid mechanics를 준비해 주면 되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학생들이겠지만 대학의 공부는 아무리 비슷하다 해도 고등학교의 그것과는 다른 법이니 가능하다면 대학 강의 교재(대학에서 자체 제작한)를 구해 미리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은 준비 방법이 될 겁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됩니다. 가슴 벅찬 자유로움에 하늘을 날 것 같겠지만 현실은 미안하게도 학생들에게 조금은 더 책상 끝머리에 붙어 있으라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당장의 즐거움 보다는 Y14학생으로서 1년 뒤의 보람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되어 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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