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列國誌)와 삼국지(三國志)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열국지(列國誌)와 삼국지(三國志)

0 개 1,706 김영안

인문학 산책 (18)

d24710c5192e2199c6ca582fb0532df0_1510091897_2221.png
 

소설로 중국 역사를 알린 책은 삼국지와 열국지이다. 

 

나의 독서 취향을 각인시킨 책이 바로 열국지였다. 그 이유는 내가 번 돈으로 처음 사서 읽은 책이기 때문이다. 

 

열국지를 계기로 해서 주로 동양 고전에 관심이 많아졌고, 지금도 약간은 동양철학에 치우쳐 있다. 

 

지금은 절판된 동주 김구용의 ‘구용 열국지 전 5권(솔: 2001)’로 재 출간되었다. 현재는 송지영의 ‘열국지(홍신문화사: 1984)’를 소장하고 있다. 

 

1권 ‘대륙에 이는 바람’, 2권 ‘중원의 영웅들’, 3권 ‘경국지색의 여인들’, 4권 ‘흥망 성쇠의 조감도’, 5권 ‘천하는 하나로’로 엮어졌다.

 

열국지는 역사 소설이지만 수 많은 고사성어를 만들어 냈고, 그 어원이 된 배경도 잘 설명되어 있다. 한 마디로 해서, 한문학의 보고인 것이다.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220-581)중 가장 두드러진 삼국시대(220-265)의 50년은 삼국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원전 112년 주 황실에서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의 약 550년 역사는 열국지(列國誌)로 소개되고 있다. 주 황실에서부터 진, 초, 연, 제, 한, 조, 위, 노, 송 등을 비롯해 견웅, 북적 등 20 여개 크고 작은 나라의 흥망성쇠가 기록되어 있다. 

 

소설의 형식을 따랐으나 춘추좌씨전 등 역사서를 기반으로 해서 쓴 문학작품이다. 저자는 명나라의 여소여(余邵魚)로 알려져 있으나, 설에는 풍몽룡(馮夢龍)라고도 한다. 송지영의 번역은 풍몽룡 판을 원본으로 삼았다. 

 

역사서는 딱딱하다. 하지만 소설 열국지는 재미가 있다. 거대한 역사 속에 현군과 충신이 있는가 하면 간신과 환관들도 나온다. 그리고 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동생도 나온다. 오와 월나라의 와신상담,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인 관포지교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사 성어가 많다. 

 

제왕과 영웅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인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달기, 포사와 같은 경국지색들이 등장한다.

 

최초의 환타지 소설 서유기, 최초의 에로 소설 금병매, 양산박의 영웅 호걸 이야기인 수호지 그리고 춘추 전국시대의 마지막 영웅들의 각축장인 삼국지연의는 ‘4대 기서(奇書)’ 로 일컬어진다. 

 

삼국지연의는 중국문학상 최초의 장편 소설이자, 최초의 장회(章回: 120장)소설이며, 최초의 통사연의 소설이다. 송나라 때에는 삼국지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설화인(說話人) 이 등장했고, 원나라에 이르러서는 설화인의 각본을 엮어 만든 화본(話 本), 즉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 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명대 초엽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 義)’가 탄생했다. 나관중은 진수의 ‘삼국지’(285) 와 배송지(裵松之)의 주석본(430년 경)을 바탕으로 삼아, 민간 예술을 접목해 불후의 명작을 완성했다. 동아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평생에 한 번쯤은 만화, 소설, 혹은 드라마로 각색된 <삼국지>의 세계를 접할 것이다. 

 

소설로는 박종화와 이문열이 번역한 것이 대표적이다. 초등학생 때에는 만화로 보았던 삼국지를 나는 학창시절에 박종화 번역의 책을 읽었다. 

 

비디오 또는 CD로 만든 드라마에서는 글로써 표현되기 어려운 것을 영상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장면들이 많다.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을 등에 메고 적진을 뚫고 나오는 장면, 제갈량의 오장원 장례식의 장면은 압권이었다. 중국의 연회는 개인 상으로 준비한다든가, 술이 식기 전에 적장과 싸워 목을 베고 술을 마시는 장면에 술잔의 모양, 촉 나라를 들어가는 촉의 잔도(棧道) 등 시각적으로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책처럼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한 책도 드물다. 하지만 구청푸, 성쉰창이 쓴 ‘삼국지의 진실과 허구(시그마북스: 2012)’에서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허구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제갈량의 초선차전(草船借 箭)은 적벽대전에서가 아니라 그로부터 5년 후(213) 손권의 병선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관중은 ‘삼국지연의’에서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줄거리에 주력하며 작품의 주제를 이끌어 가는데만 신경을 썼을 뿐 지리적 명확성을 따지는 데 소홀했다. 관우가 조조에게 붙잡혀 있다가 유비 휘하로 돌아갈 때 다섯 관문을 뚫고 지나가는 관문은 동령관, 낙양, 범수관, 형양, 활주의 황하강 나루터이다. 

 

북쪽 끄트머리 관문 다음에 난데 없이 남쪽 끝에 관문이 출현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또한 총 기록된 인물은 1천178명인데, 이중에 허구로 등장된 인물은 149 명으로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여포의 첩 초선과 고승 보정이라고 했다. 소설의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초선이라는 기생을 등장시킨 것이라는 말이다.

 

역사는 역사이고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극적 효과를 위해 허구를 첨삭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는 몰라도 소설은 안다.  "어려서는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어려서 수호지를 읽으면 모반이 정당화되고 영웅이 되기 때문이고, 늙어서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사를 모두 권모술수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소수점을 잘못 찍어 유명해진 시금치

댓글 0 | 조회 2,179 | 2018.09.28
세계사 오류사전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예전에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 쓰자는 취지의 ‘아나바다’운동이 되살아 나고 있는 듯하다. 그 … 더보기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135 | 2018.12.21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Best exotic Marigold Hotel)’라는 헐리우드가 만든 영화로 노년의 영국인이 인도에서 제2의 삶을 사는 일종의 … 더보기

독도 인 더 헤이그

댓글 0 | 조회 2,120 | 2017.03.08
이 번 주는 따끈한 책이 아니라 따끈한 영화 이야기로 시작을 하려 한다.영화‘은교’는 선정적인 장면이 눈요기는 되었지만 그 보다는 박범신의 소설‘은교(:문학동네-… 더보기

한국인의 의식구조

댓글 0 | 조회 1,989 | 2017.07.25
소크라테스가‘너 자신을 알라’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우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나 자신도 잘 모르는데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학창 시절 … 더보기

노자 잠언록

댓글 0 | 조회 1,911 | 2017.08.22
니체는 도덕경에 대해‘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값진 보물들로 가득 차 있어서, 두레박을 내리기만 하면 그 보물을 쉽게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서양의 대 철학… 더보기

추사를 넘어

댓글 0 | 조회 1,848 | 2017.05.09
요즈음 제주에는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었지만, 그저 단순히 단체로 우르르 떼지어 몰려 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가까운 친지들과 주제를 가지고 가는 테마… 더보기

21세기 손자병법

댓글 0 | 조회 1,840 | 2017.09.26
인문학 산책 (16)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각종 사상이 난무했던 시절이다.그 당시 정립되었던 사상으로 중국의 으뜸 사상인 공자의 유교,… 더보기

먼 나라 이웃 나라

댓글 0 | 조회 1,795 | 2018.05.26
예전에는 만화 가게가 성행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오락을 즐기는 유일한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던져 놓고 한 걸음에 가는 곳이 바로 … 더보기

웃는 남자

댓글 0 | 조회 1,794 | 2018.05.1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주인공인 한 여성… 더보기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댓글 0 | 조회 1,734 | 2018.11.15
나의 주말의 일과는 영화로 시작된다. 최근 개봉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그 대상이다.영화를 보면서 줄거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번역에 대해서도 관심도 많다. 원어를 번… 더보기

괴테의 말

댓글 0 | 조회 1,731 | 2018.04.26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가슴에 딱 와 닿는 말이 있다. 속칭 명언들이다.그리고 짧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이기도 한다.그래서인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더보기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

댓글 0 | 조회 1,711 | 2017.10.11
우리는 지금 종교 다원주의 속에 살고 있다. ‘종교 다원주의(religions pluralism)’는 말 그대로 특정 종교의 절대성보다는 다양한 종교의 동시적 존… 더보기
Now

현재 열국지(列國誌)와 삼국지(三國志)

댓글 0 | 조회 1,707 | 2017.11.08
인문학 산책 (18)소설로 중국 역사를 알린 책은 삼국지와 열국지이다.나의 독서 취향을 각인시킨 책이 바로 열국지였다. 그 이유는 내가 번 돈으로 처음 사서 읽은… 더보기

일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690 | 2018.01.17
전 세계가 영토 문제로 시끄럽다. 어떻게든 자국에 유리하게 주장을 하고 있다.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은 유난하다.일본은 우리와 독도, 중국과 센가꾸 열도, 필리핀과… 더보기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

댓글 0 | 조회 1,620 | 2018.06.16
그래도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주제에 대해 뭔가 내 생각을 남고 싶은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수 많은 책들 중에서 이번주는 조금 색다르고 참신한 … 더보기

명필....

댓글 0 | 조회 1,604 | 2017.05.23
우리는 서예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체(calligraphy)의 원조는 아랍어이다. 아랍어 글 자체가 예술이고, 모든 이슬람 예술의 근간이 … 더보기

이슬람

댓글 0 | 조회 1,572 | 2018.03.15
전세계 17억 신도를 가진 이슬람은 기독교, 불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종교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그다지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다.그나… 더보기

생로병사의 비밀

댓글 0 | 조회 1,567 | 2018.10.11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웰빙(well-being) 시대에 점점 노령화 되는 과정에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누… 더보기

서양은 '차 더 마실래?', 동양은 '더 마실래?'

댓글 0 | 조회 1,559 | 2018.06.28
동과 서이제 세계는 하나다. 국경이라는 물리적인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다.이러한 변화 속에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무한 경쟁 시대가 되… 더보기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댓글 0 | 조회 1,555 | 2018.11.28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더보기

전형필

댓글 0 | 조회 1,535 | 2017.06.14
이 번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애국자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우리 역사 속에 수많은 구국의 영웅들이 많이 있다. 두 분은 그런 시대의 사람이 아… 더보기

유대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517 | 2019.02.22
두꺼운 책이라 오래 걸렸다. 무려 662 페이지에 달한다. 이런 책들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엄두가 안 난다. 통상 서울에서는 이동간에 휴대해서 읽고 있는데 너무 부… 더보기

골프도 독학이 된다

댓글 0 | 조회 1,477 | 2018.10.26
전세계가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흔히들 노후대책으로 약간의 돈과 친구 그리고 취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취미는 노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쁜 일상… 더보기

탈무드(Talmud)

댓글 0 | 조회 1,474 | 2018.02.28
종교문제는 다분히 논쟁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 주제이지만 한 번쯤은 짚고 넘어 가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그 첫 번째로 유대인을 택했다.유대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 더보기

사자소통, 네 글자로 끝내라

댓글 0 | 조회 1,444 | 2017.12.06
인문학 산책 (20)서양의 격언이나 잠언과는 달리 동양에는 4자로 압축한 사자성어(四字成語)라는 독특한 글이있다. 서양의 문자는 표음 문자라서 단어가 깊은 뜻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