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물결 효과, 고맙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송영림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조성현
박기태
성태용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병철
최형만
조기조
Neil PIMENTA
김수동
변상호경관
김지향
안호석
송하연
이정현
월드비전
김성국
크리스티나 리
배태현
엔젤라 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유영준
이현숙
김영안
한 얼
박승욱경관
김영나
정석현
Shean Shim
CruisePro
봉원곤
Jessica Phuang
신지수
임종선

잔물결 효과, 고맙다

0 개 1,120 새움터

 ♥ 정인화의 민낯 보이기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편해서 좋긴 한데 발전이 없다. 내용만 보면 같은 일의 반복이다. 언제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 오늘도 공상이다. 그 놈의 은행 빚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에 짜증이 몰려온다. 숨이 막힌다. 

 

공원에 앉아 책을 붙들고 있다. 글은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책을 베개 삼아 눕는다. 파란 하늘은 조금씩 사라지고 보르네오 정글이 나타난다. 오랑우탄이 보고 싶다. 여행이나 가볼까. 눈이 절로 떠진다. 

 

나이 들어 가치의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모험을 해볼까. 직장을 때려치울까. 생각의 끝을 가보면 항상 비슷한 결론에 이른다. 

 

‘그러면 현실적인 문제는...’머리 안은 복잡하다. 절망감은 아니지만 괜히 우울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 질문은 요사이 내 인생의 화두다.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위해보다는 ‘왜’와 ‘어떻게’살아야 하냐에 더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이란 영화를 관객으로만  만나지 말고  직접 감독하며 아름답게 만들어 보고 싶다. 

 

사회 복지사 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사와 심리 상담사도 변화의 대리인(agent of change)이다. 나름대로 사회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많이 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소리쳐도 메아리만 들려올 때가 많다. 

 

기득권과 하는 논쟁은 번번이 힘들다.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자기 계발서의 지은이들은 할 수 있는 부분만 찾아 변화를 꾀하라고 주장한다.

 

‘가장 쉬운 곳이 타인이 아니라 본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뿐만 아니라, “행동과 사고의 장단점을 인식, 인정하면서 소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온전함을 느끼라”는 답도 준다.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도 첨가해준다. 참 고맙고 깨어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식을 쫓다보면 가끔 화가 난다.

 

나만 바뀌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얘기하는거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불공평하다.

 

‘당신들은 훈계하는대로 살고있어’라는 의심의 눈길도 보낸다.  이럴 때는 변하지도 않는 세상을 상대로 발길질이라도 해본다. 대부분은 후회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이 질문에서 아직 자유스럽지 않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때 이 물음은 나를 짓누른다. 발전하고픈 이상과 현실의 만족 사이에서 갈등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게 살고 싶다. 안전한 직장이지만 과감하게 박차고 떠나야 하나. 

 

동료가 쪽지하나 건넨다. 전에 나를 만났던 피상담자라고 한다. 누굴까. 

“Thank you for your presence in my life. I would not be here if I had not met you. I am happy now and am seeing more beauty in life.”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안 만났으면 저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요. 지금 행복하고 세상이 아름다와요.) 

 

가슴이 뭉클하다.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엷은 웃음이 스친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들은 상담실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한지는 기억에 없으나 변했다고 한다. 공통으로 본인부터 시작한 변화가 가족의 행복을 가져왔다고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는 ‘잔물결의 효과’(rippling effects)가 생각난다. 우리 각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그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도 파문처럼 퍼진다는 말이다. 나로 인해 변화가 조금이라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직도 답이 없다. 매사추세츠 의과 대학의 명예 교수인 존 카밧진(Jon Kabat-Jin)은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의 창시자다. 

 

그는“마음챙김은 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에 판단을 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생각과 욕구를 멈추고 관찰자로써 자신에게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당분간은 조바심을 내지 말고 마음의 흐름을 봐야겠다. 

 

생활이 힘들고 변화가 없는 경우에는 능력을 인정받으며 알려지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이런 순간에는 잡(job)과 커리어(career)사이에서 고민한다. 

 

또한, 나한테 감사해하는 피상담자들을 잊어버리며 그들의 얘기에 흥미를 잃곤 했던 모습이 지나친다. 공감없이 기계적으로 대했다. 후회한다. 아직은 돈벌이를 위해 나를 소모시키고 싶지는 않다.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한 쪽지의 주인에게 감사한다. 변화의 대리인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발전 하고픈 의지가 솟는다.  나도 잔잔한 물결에 영향을 받았나 보다. 

 

오늘은 동네 바닷가에 들려야겠다. 편평한 돌을 한두 개 던져볼까. 어릴 때 개울가에서 물수제비(stone skipping)를 하던 게 떠오른다. 

 

오랜만에 어깨 근육이나 풀어봐야지. 돌이 물에 닿을 때 그 파문도 보자고 생각하며 상담실 건물을 나선다. 

 

* 새움터 회원 정인화는 1991년 뉴질랜드에 이민와서 스무 해 가까이 상담과 심리치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단체입니다.

 

481a48950ac9d99a32017ac0671d5d89_1510006604_0107.jpg 

 

방금 뭐라고 했지?

댓글 0 | 조회 861 | 2020.03.24
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마도 남자들 군대 이야기 못지 않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술의 역사는 꽤차지 않았더라도 한국인은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해 여전… 더보기

내가 왕년에 말이야

댓글 0 | 조회 764 | 2019.12.23
1980년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라는 곡으로 어느 정도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가수가 있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야지만 크리스마스인 줄 알았던 필자에게 … 더보기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댓글 0 | 조회 545 | 2019.11.13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산을 산이라고 하고 물을 물이라 합니다몸을 옷으로 감추지도 드러내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물음표도 많고 느낌표도 많습니다.사금파리 하나… 더보기

뜬금없이 찾아온 나의 정체성 혼돈기

댓글 0 | 조회 746 | 2019.06.11
이민 온 누구나가 그렇듯이, 이왕 이민 온 것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였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아이들은 이민생활에 잘 적응해서 학교마치고 직장생활하는 … 더보기

내 나이가 어때서…

댓글 0 | 조회 619 | 2019.05.15
올해도 날짜가 어디로 몽땅 새어 나갔는지 벌써 5월이다. 아직 뉴질랜드의 가을을 맞이 할 준비조차 안된 나는 5월이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기만하다. 버나드 쇼라는 작… 더보기

인연의 소중함

댓글 0 | 조회 654 | 2019.04.09
몇년동안 같은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새로운 삶을 위해 뉴질랜드를 떠났다. 물론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도 했고, 몇달… 더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 0 | 조회 514 | 2019.03.13
오랜만에 방문한 웰링턴의 여름은 오클랜드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는 않았다. 올해 유난히 덥고 건조한 2월의 파란 하늘, 한 여름의 뙤약볕, 맑은 공기와 그 속에 … 더보기

심리상담 속에서의 경청의 실례

댓글 0 | 조회 628 | 2019.02.15
심리상담 십수년, 그 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적지 않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왔다.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끝모를 우울의 늪으로 빠져 들던 사람, 삶에 대한 희망이 … 더보기

평형수 (平衡水)

댓글 0 | 조회 562 | 2019.01.15
“내 나이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 때까지 앉아 있는다. 그리고 또 점심을 먹은 후 앉아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지난해 5월초 104세의 ‘안락… 더보기

Kāhui Tū Kaha

댓글 0 | 조회 487 | 2018.12.11
뉴질랜드에 정착한 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한국을 떠난 지 엊그제 같다’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을 정도로, 뉴질랜드에서 산 날과 한국에서 살아온 날이 엇비슷… 더보기

“내 꿈 꿔”

댓글 0 | 조회 598 | 2018.11.15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있다”또는 TV 광고문구 중 한때 유행어가 된 “내 꿈 꿔”라는 말을 들으면 … 더보기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댓글 0 | 조회 1,156 | 2018.10.12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장 일곱 바퀴를 걷기로 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다른 생각이 파고들기 전에 동네 운동장으로 나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운동보다… 더보기

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댓글 0 | 조회 751 | 2018.07.11
오랫동안 상담 일을 해 왔다.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직업으로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묻는 게 있다. “어떻게 듣기만 해요?”또는 “무척 힘드시죠?”등이다. 그들… 더보기

자존과 교육

댓글 0 | 조회 722 | 2018.06.14
‘자존’은 스스로 자(自)에 높을 존(尊)이란 자를 써서 만든 말이다. 그 뜻은 나를 높이 여기는 것이다. 나를 높이 여기는 것과 여기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더보기

공상이라는 심리 방어기제

댓글 0 | 조회 1,262 | 2018.05.10
■ 새움터 회원: 정인화(심리 상담사 / 심리 치료사)​심리 치료를 오랫동안 받으면서 방어기제로부터 매우 자유로워졌다고 자부한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 더보기

투명인간

댓글 0 | 조회 888 | 2018.04.10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한동안 투명인간에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봤을 그 투명인간 말이다. 기억 속의 투명인간은 거의 슈퍼 히로… 더보기

굴욕

댓글 0 | 조회 767 | 2018.03.13
정인화매달 말이 다가오면 걱정이 인다. 여러 가지 약속을 해 놓고도 제대로 못 지켜서이다.그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마감일이 다가오면 안절부절… 더보기

행복을 위한 발버둥

댓글 0 | 조회 632 | 2018.02.14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행복해지고 싶다.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행복하지 않다.무엇이 잘못되었나.꼬리를 물어가며 생각해도 이유가 없다.살을 빼야 하나.남들처럼 헬… 더보기

감정 무죄 행동 유죄

댓글 0 | 조회 557 | 2018.01.31
“어머 지적이셔요”이런 말은 듣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어머 감정적이셔요”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떨까? 기분이 묘하다. 지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큼… 더보기

연말연시, 당긴다

댓글 0 | 조회 645 | 2018.01.17
‘올해는 누구랑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지.’뉴질랜드에서 벌써 스물일곱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크리스마스 저녁 파티에 초대할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얼굴들이 쉽… 더보기

마징가 제트와 아수라 백작

댓글 0 | 조회 3,691 | 2017.12.19
“기운 센 천하장사 / 무쇠로 만든 사람 /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제트”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 영화 주제가이다. ‘마징가 제트.’모태 음치에다 한두 소절의 가… 더보기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감동이다

댓글 0 | 조회 1,562 | 2017.12.06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아이 캔 스피크 봤어?”“아니. 왜?”“꼭 봐. 진짜 감동이야.”같은 동네에 사는 한국 사람한테 영화‘아이 캔 스피크’을 봤다고 얘기했… 더보기

내 딸이 양치기가 된다면

댓글 0 | 조회 1,009 | 2017.11.22
“My son is a shepherd in South Island.”귀를 의심했다. 아들의 직업이 ‘양치기’(shepherd)라니. 뉴질랜드에는 사람보다 양이 … 더보기
Now

현재 잔물결 효과, 고맙다

댓글 0 | 조회 1,121 | 2017.11.07
♥ 정인화의 민낯 보이기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편해서 좋긴 한데 발전이 없다. 내용만 보면 같은 일의 반복이다. 언제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 오늘도 공상… 더보기

고슴도치의 고민

댓글 0 | 조회 1,333 | 2017.10.25
“전화 끊어. 나 바빠!”첫 마디가 날카롭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 친구의 반응이다. 얼른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않다. 나도 바쁜 데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