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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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리

0 개 3,828 NZ코리아포스트
동식이네 가족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 집에서 닭을 잡아 같이 식사를 하는데 동식이 아빠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다. 그날 술이 얼큰해진 동식이 아빠가 감정이 복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제가 뉴질랜드에 와서 살면서 영주권도 받았고 돈도 까먹지 않았는데... 자식이라곤 아들하나 있는데... 여기 와서 아들 잃어버리고 갑니다. 크흐흑~”

동식이는 한국으로 안 간다는 것이다. 아빠가 아들을 굳이 데려가려는 심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 간 후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외국여학생이었다.

교육자 집안에다 상당히 보수적인 동식이 부모는 노발대발하며 당장 헤어지라고 해도 말을 안 듣자 아들의 생활비를 주지 않았단다. 그 후 아들은 한동안 고생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동식이도 훌쩍거리며 말했다.

“부모님에겐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돈도 없고 그럴 때 친구들한테 조금씩 빌려 쓰면서 고생 많이 했는데 그 애가 옆에서 많이 위로를 해 주었고요. 그래서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고 평균 A학점을 받은 거예요. 제가 그 애랑 앞으로 결혼한다는 건 정말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사랑하니까 당장 헤어 질 수 없죠.”

아빠가 아들에게 물었다.

“너, 그 시계하고 핸드폰은 누가 사준거야?”

“이건 다른 애가 사준거야. 시계도 비싼 거지만 핸드폰은 최신식 무지 좋은 거야.”

“야~ 차라리 그 애하고 사귀지 그러냐?”

“아빠, 사랑이 뭐 장난인 줄 알아? 선물하나 받았다고 사랑이 그냥 되는 줄 알아?”

“이 자식아~ 그럼 왜 선물을 받아?”

“난 분명히 말하고 받은 거야. 나는 짝이 있다. 그런데 받아도 되냐? 받아도 된대, 그래서 받은 거야. 걔는 돈이 무지 많은 애거든요~”

내가 동식이에게 물었다.

“야, 돈 많은 외국아줌마는 없냐?”

“찾으면 있겠지요. 아저씨 소개시켜 드려요?”

“아, 네 아빠부터 소개 시켜 주라고~ 아빠도 선물 받으면 나도 짝이 있다. 받아도 되냐?
그러고 받으면 되는 거지. 안 그래?”

울적한 동식이 아빠를 웃게 하려고 내가 말을 던지자 동식이 엄마가 깔깔 거리면서 한마디 던졌다.

“그래~ 부자지간에 잘들 해 봐~~”

“나는 인마! 그렇게 치사하게는 안살아~ 옛날에 나 따라 다니며 선물 주는 여자도 많았지만 나는 다 차버리고 네 엄마랑 결혼 한 거야~”

“아빠~ 나도 그럴 거라고요. 아빠처럼 여자 몇 명 사귀다가 나중에 엄마처럼 예쁜 한국여자랑 결혼 할 거라고요~”

“어휴~ 부자지간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 그만하고 노래나 부르자고, 아들이 알아서 잘하겠네 뭐,”

그런데 노래방 기계를 잘못 틀었다. 동식이 아빠가 유정천리를 부르다가 그만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아들 손을 잡고~~크흐흑, 형님~ 제가... 저 자식 손을 잡고 가야하는데... 크흐흑~”

“다 큰 자식 손잡는다고 어디 잡혀?”

내가 마이크를 잡고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감자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어린 봇다리에~ 황혼 빛이 젖어드네~”

노래를 부르다보니 괜히 내 콧등까지 시큰거리며 찌르르 눈물이 흘렀다.

아, 그리운 내 고향 두메산골, 나도 가고 싶어라. 크흐흑....

벌써 1년이 지나고 얼마 전 동식이 아빠가 다녀갔다. 이것저것 서류문제도 정리 할 겸해서 일주일간 우리 집에 머물다 갔는데 다음날 나는 몸져 눕고 말았다. 손님 한사람 때문에 생활리듬이 바뀌어 버리니 은근히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저녁마다 하던 운동도 못하고, 반찬에 신경 쓸까봐 동식이 아빠는 매일 고기를 사다 구우니 먹어야 되고, 시차 때문인지 자정이 넘도록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또한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참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동식이 아빠가 나를 피곤하게는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자리 잡고 돈도 잘 번다니 참 다행이다. 더구나 동식이도 이곳에서 공부 잘하고 파트타임으로 일도 잘하고 있으니 너무 잘된 일이었다. 전에는 부자지간에 엄청 소란스러웠는데 그때 비하면 이번 부자지간의 상봉은 너무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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