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에게 먹이를 주면 수탉이 먹이하나 입에 물고 꼬꼬꼬 하면서 암탉들을 꼬시는 폼이 참 꼴 볼견이다. 내가 먹이를 주는데 네놈이 왜 생색을 내, 언젠가 닭 모이를 주는데 암탉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먹이를 못 먹기에 발로 툭 찼더니 세상에, 수탉이 펄쩍 뛰면서 닭발로 내 다리를 팍 차는 게 아닌가, 닭발은 많이 먹어 봤지만 닭발에 맞아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나는 열이 받쳐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니까 수탉이 도망가면서도 고개 빳빳이 세우고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건방진 놈~ 너 오늘 혼 좀 나봐라~ 수탉이 얼마나 빠른지 그 넓은 풀밭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다 울타리 너머로 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요즘 나는 팔 다리가 아파서 빌빌 거리며 사는데 우리 집 빨강머리 수탉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것 같다. 햇병아리들이 모두 어엿한 숙녀로 자라서 빨강머리 수탉은 꽃밭 속에서 마냥 신나게 살고 있다.
암탉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탉은 덩치가 더 커지고 힘이 장사가 되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다닌다. 이 자식아~ 목에 힘 좀 빼, 목 디스크 걸릴라~~
이정도 되면 세상천지 부러울 게 없고 주인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알아 주인이 암탉 근처만 가도 째려보거나 꼬꼬댁 거리며 난리를 피운다. 주인한테 잘못 보이면 가마솥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런 연유로 햇닭 중 스피아로 노란머리 수탉 한 마리를 남겨 놨지,
노란머리 수탉은 덩치가 커지자 목소리도 허스키해지고 닭발에 뿔이 나더니 암탉 뒤 꽁지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며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빨강머리 수탉은 20마리가 넘는 암탉 간수하랴, 먹이 챙겨주랴 바쁘면서도 노란머리 수탉의 동태까지 살펴야 되니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노란머리 수탉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흰 암탉이 혼자서 울타리 근처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을 때 풀을 뜯어먹는 척 하면서 서서히 접근하는데 성공하였고 재빨리 암탉의 머리를 물고 늘어지며 뛰어올랐다.
그 순간, 암탉은 비명을 질러 댔고 빨강머리 수탉은 닭털을 휘날리며 총알같이 달려왔다. 얼마나 빠른지 형체가 안보일 정도였다. 노란머리 수탉은 짝짓기를 마치기도 전에 허겁지겁 줄행랑을 쳤다.
빨강머리 수탉이 한숨을 쉬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야~ 이거 정신 바짝 차려야 되겠어, 마누라 다 뺏기지 전에... 저 자식 저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건방지게~~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작살을 내버려야지,"
빨강머리 수탉이 마누라들 단속에 나섰다.
"그대들도 함부로 쏴 다니지 말고 몸조심해~ 알았지 응? 내가 맛있는 지렁이도 많이 잡아 줄께, 저 놈은 어려서 지렁이도 못 잡고 꼬끼오도 못해요~ 내가 목에 힘 팍 주고 울어대서 주인이 밥 잔뜩 가지고 오게 할께,"
이때 구석에 있던 노란머리 수탉이 홰를 치며 목을 빼고 울어대는데 목청이 어설퍼 꼬르르~ 소리를 났다. 수탉의 울음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진 빨강머리 수탉이 암탉들에게 말했다.
“저 자식 저거, 꼬르르가 뭐냐? 콜라마시나~”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