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인간의 맛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중용, 인간의 맛

0 개 1,202 김영안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으로는 사서(四書) 삼경(三經)이 있다. 

사서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그리고 중용(中庸)이다. 

사서 중 ‘논어’에서 사람다운 삶을, ‘맹자’에서 올바른 삶의 근원을, ‘대학’에서 삶의 진화를,‘중용’에서 기우뚱한 균형의 혁명 논리를 밝히고자 했다.

‘대학’과 ‘중용’은 원래 ‘예기(禮記)’의 한 편명(編名)에 지나지 않았다. 

송 나라 주희가 두 책을 독립시켜 ‘논어’,‘맹자’와 함께 읽어야 할 책, 즉 사서로 삼았다. 사서 중 가장 유명한 논어는 너무 유명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맹자, 대학 등 뒤쪽으로 가면 접할 기회가 줄어 든다. 특히 대학과 중용은 분량은 많지 않지만 사실 너무 어려운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자에는 해설이나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6496f0c6f59b3706b3121b76cf7dbb7d_1505257624_3961.jpg

‘중용,인간의 맛(통나무: 2011)’의 저자 도올 김용옥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일단 학력에서 일본의 동경대학, 대만의 국립대학, 미국의 하버드대학을 모두 섭렵한 학자이다. 

한·미·일·중의 최고대학을 모두 다닌 것이다. 집안 역시 명문으로 형님은 우리나라 최초 화학박사이고, 아내 역시 중문과 교수다. 모태 신앙으로 태어나 불교에 심취하다 동양사상에 빠져들어 철학자로서 손색없는 재원이다. 잦은 정치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어도 이 시대를 대변하는 지성인임에는 틀림없다. 

본인의 ‘몸’철학을 위해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지자이다. 근자에는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교육방송에 동양철학 강의는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최근 교육방송 방송 통제(?)를 빌미로 출연 거부 사태를 빚은 약간 불미스러운 일도 만드는 문제아 기질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교수들의 외부 강의료를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한 바가 있다. 그 당시 통상 한 시간에 10만원 정도 하던 것을 최소 2시간에 시간당 50만원을 요구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실제로 그렇게 받고 강의를 했다. 

이런 저런 기행으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그의 책의 순도는 높다. 그는 다작이 특기이고 한 번 주제를 잡으면 일필 휘지로 써 내려가는 것이 그의 작품 활동의 특징이기도 하다. 

6496f0c6f59b3706b3121b76cf7dbb7d_1505257773_9487.jpg


동양사상 입문특강 ‘여자란 무엇인가(통나무: 1986)’이라는 책으로 도올과 첫 만남이었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신선해서 그 후로 그가 낸 저서 대부분을 읽었다. 직접 강의도 듣고 교육방송의 강의도 열심히 보았다. 김우중과의 ‘대화(1991)’,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89)’,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86)’, ‘혜능과 세익스피어(98)’, ‘도올 김용옥의 신한국기(90)’, ‘너와 나의 한의학(통나무: 2000)’외에도 ‘노자와 21세기 1.2.3(2000)’등 많다. 

물론 한 사람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올의 도덕경에 대한 비판서는 이경숙의 ‘노자를 웃긴 남자(자인: 2000)’은 일반인으로 도올의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해 세간의 주목을 끌었으며, 서병후의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화두: 2001)’는 도올의 불교에 대한 오해를 실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두 권의 책 외에도 그의 번역과 논리에 대한 비판서는 많다. 동양 철학적 관점에서 본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중’은 물리적이고 산술적인 의미가 아니라 객관적인 맥락에서 어디에도 치우치거나 기울어지지 않는 균형과 공정을 말하고,‘용’ 은 일상생활에서 바람직한 행위를 반복하여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습성을 길들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서양 철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이 양극단의 중간대로 살아가는 습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위험한 상황에서 무조건 피하고 보는 비겁과 앞뒤 가리지않고 덤비는 무모와 달리 용기가 중용이라고 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은 이런 것이다. 용기(courage)는 비겁(cowardice)와 만용(rashness)의 중용이며, 너그러움(liberty)는 낭비(prodigality)와 인색(meanness)의 중용이며, 기지(ready wit)는 익살(buffoonery)과 아둔(boorishness)의 중용이며, 긍지(proper pride)는 허영(vanity)와 비굴(humil ity)의 중용이며, 겸손(modesty)는 수줍음(bashfulness)과 몰염치 (shamelessness)의 중용이다. 

요즈음 세태가 하도 흉흉하고 지나친 흑백 논리로 상대를 매도하고 있어 더욱 중용의 미덕이 필요한 시대라고 본다. 

그렇다고 흰색도 아닌, 그런다고 흑색인 것도 아닌 애매함 회색을 중용이라고 보지 않는다. 두 극단 중에 하나는 더 잘못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덜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중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반대 의견일지라도 충분히 듣고 자기 논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용기가 바로 중용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중용의 흔적은 우리 궁궐 대문에 남아 있다. 서울 창덕궁의 대문의 이름인 돈화문은 ‘대덕돈화(大德敦化)’에서 온 것이며, 남대문의 이름인 숭례문은 ‘돈후이숭례(敦厚而崇 禮)’의 마지막 두 글자이며, 정도전이 그 이름을 짓고 양녕대군이 현판 글씨를 썼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댓글 0 | 조회 1,419 | 2019.02.27
무려 11시간 반의 비행을 해야 도착… 더보기

유대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511 | 2019.02.22
두꺼운 책이라 오래 걸렸다. 무려 6… 더보기

문명의 배꼽, 그리스

댓글 0 | 조회 1,300 | 2019.01.31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가면 건물입구가 … 더보기

희망의 귀환

댓글 0 | 조회 1,125 | 2019.01.16
그 동안 여러 방면의 책을 골고루 읽… 더보기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128 | 2018.12.21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Be… 더보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댓글 0 | 조회 1,312 | 2018.12.11
‘헐!’요즈음 아이들이 쓰는 신조어가… 더보기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댓글 0 | 조회 1,552 | 2018.11.28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 더보기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댓글 0 | 조회 1,728 | 2018.11.15
나의 주말의 일과는 영화로 시작된다.… 더보기

골프도 독학이 된다

댓글 0 | 조회 1,475 | 2018.10.26
전세계가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 더보기

생로병사의 비밀

댓글 0 | 조회 1,565 | 2018.10.11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 더보기

소수점을 잘못 찍어 유명해진 시금치

댓글 0 | 조회 2,175 | 2018.09.28
세계사 오류사전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 더보기

양보와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로 윈윈할 수 있는 세상...

댓글 0 | 조회 1,423 | 2018.09.13
​지식e우리나라 대선 정국에는 항상 … 더보기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책 만들기란?

댓글 0 | 조회 1,293 | 2018.08.23
최근 인터넷 조사에서 지하철에서 결혼… 더보기

독(毒)과 도(道),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241 | 2018.08.08
독(毒)과 도(道)사람이 책을 만들지… 더보기

최근 서점에는 CEO시리즈가 범람하고 있는데...

댓글 0 | 조회 1,180 | 2018.07.25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어제와 오… 더보기

미국 문화에 대한 애교 넘치는 독설, '발칙한 미국 문화'

댓글 0 | 조회 1,338 | 2018.07.11
나의 첫 해외 여행은 1981년 뉴욕… 더보기

서양은 '차 더 마실래?', 동양은 '더 마실래?'

댓글 0 | 조회 1,554 | 2018.06.28
동과 서이제 세계는 하나다. 국경이라… 더보기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

댓글 0 | 조회 1,614 | 2018.06.16
그래도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주제에 … 더보기

먼 나라 이웃 나라

댓글 0 | 조회 1,790 | 2018.05.26
예전에는 만화 가게가 성행을 했을 때… 더보기

웃는 남자

댓글 0 | 조회 1,788 | 2018.05.1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 더보기

괴테의 말

댓글 0 | 조회 1,725 | 2018.04.26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가슴에 … 더보기

Art is

댓글 0 | 조회 1,164 | 2018.04.11
뉴욕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메트로폴리… 더보기

댓글 0 | 조회 1,320 | 2018.03.28
사물과 사물 사이의 빈 공간을 틈이라… 더보기

이슬람

댓글 0 | 조회 1,568 | 2018.03.15
전세계 17억 신도를 가진 이슬람은 … 더보기

탈무드(Talmud)

댓글 0 | 조회 1,469 | 2018.02.28
종교문제는 다분히 논쟁을 일으킬 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