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전문가들, 긴장된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심리상담 전문가들, 긴장된다

0 개 2,888 새움터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

 

숫기가 없었나. 바쁘다는 핑계였을까. 오랫동안 심리상담사와 심리치료사를 위한 모임에 거리를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라는 생각에 종종 가슴이 아프면서 답답했고 또 때로는 두려움까지 찾아왔다. 책과 일 속에 숨어 보았지만 가끔은 동료들과의 얘기가 그리웠다.

 

늘어나는 간절함과 다르게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에 대한 호기심만큼 ‘날 좋아하고 이해할까.’라는 무서움이 앞 길을 가로막았다.

 

수줍어서 사람들의 관계 속에 끼지 못하고 겉돌던 기억이 은밀하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 그러다 또 다쳐.’자라오면서 쌓였던 상처들을 다시 건들고 싶지 않았다. 모험하지 말고 편안히 있으라고 내 마음이 유혹했다.

 

그러다가도 ‘편안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야 클 수 있어.’, ‘서투른 영어 표현을 관계 형성의 장애물로 보지말자.’라고 순간 순간 나를 다독이며 긍정의 소리를 외쳤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거울 앞에 자주 섰다.

 

9098735d7dc91644bf5bbafd730fb0e4_1502183021_172.png
 

오클랜드 서쪽 지역에 사는 심리상담사를 위한 모임에 가는 첫 날, 설렘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이 느껴졌다. 뛰는가슴을 쓰다듬고 긴 호흡을 하며 약속된 장소에 들어섰다. ‘나같이 생긴 사람은 안 보이네.’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쳤다. 열다섯 명 정도의 참석자들은 서른 초반부터 일흔 가까운 나이의 유럽계 백인들이었다.

 

대부분은 심리상담사(counsellor)이고 두명이 심리치료사(psyhcotherapist)였다. 본인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세련된 말솜씨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십 여분이 지나자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긴장과 경쟁을 느꼈다. 

 

‘선망과 인정 속에 교만과 질투가 숨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가슴 속에 일어나는 일을 바로 앞에서 보자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심리상담과 심리치료 차이는 뭘까.’,‘같이 사람의 마음을 보살피는 일인데 왜 그럴까.’하는 궁금증이 몰려왔다.

 

심리상담은 보통 내담자가 가지고 온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결해 나간다. 심리상담사는 현재의 쟁점에 관심을 두면서 피상담자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도록 인도해주거나 현실에 잘 적용하도록 도와준다. 심리상담은 길든 짧든 상관없이 상담관계라는 여정, 즉 같이 걸으면서 공감하고 들어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심리치료는 현재의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면서 피상담자가 무의식적으로 계속보이는 사고, 감정, 행동 등에 중심을 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과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현재는 더 불편한 행동이나 습관을 새로운 해석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심리치료다. 

 

많은 심리치료사는 방어 기제(defence mechanism)의 포용, 전이(transference)나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의 해석,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최고라는 꿈, 내면의 아이 작업(inner child work)등에 관심을 보이며 내담자의 분열된 모습의 통합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간다.

 

심리상담사와 심리치료사는 다 같이 내담자를 도덕의 잣대로 재기보다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심리상담 중에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신뢰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신경을 쓰며 안전한 장소 속에서 비밀 보장을 전제로 풀어가려고 한다. 

 

다른 점은 똑같은 대화요법(talking therapy)을 통해 치유의 길로 들어가지만 심리치료는 심리상담보다 근원적인 변화를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때가 잦다.

 

심리상담사들의 모임에 처음 간 날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수려한 말 잔치 속에 숨겨있던 긴장감과 깊이와 시간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인한 경쟁의 열기를 아직도 느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무능과 부족함을 이들한테서 보았을 때 나 자신에 조금 더 관대해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았던 것 같다.

 

스무 해 가까이 심리상담과 상담치료를 해왔지만 가끔 내 능력에 회의를 느낀다. 잘나가고 유명한 심리치료사들에 대해 동경과 질투가 솟을 때도 많다. 피상담자와 관계에서 더 깊게 그리고 빠르게 치유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 종종 그들과 비교하면서 날 닥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부족함과 무능을 감추는 게 편했다. 지금은 나를 계발할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고 위로하면서 조금씩 보이는 능력의 한계를 인정한다.이러한 작은 변화가 심리상담 전문가들과 같이 있어도 여유를 잃지 않게 도와준다. 긴장이 줄어드니 남들이 더 잘보이며 자유스럽다.

 

더러 심리치료하다 지칠 때  ‘너 잘하고 있어’라는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 싶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외로운 순간에는 ‘너 심리치료사로써 아주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한다. 

 

혼자서 기운을 북돋우는 게 부족하면 심리치료와 관련한 책과 세미나를 찾는다.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온전함을 느낄 그 날을 기다리며 이번 달에는 어떤 모임이 있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뒤적인다.

 

■새움터 회원 정인화는 1991년에 뉴질랜드에 이민와 스무 해 가까이 심리상담과 심리치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단체입니다.

 

친구에게 때가 한참 지난 사과를 하면서

댓글 0 | 조회 1,308 | 2021.02.23
현직 기업체컨설턴트와 코칭 전문가로 맹활약중인 고등학교 절친 중 한 명으로부터 그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책이 탈고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른 친구가 …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Ⅱ

댓글 0 | 조회 1,903 | 2020.12.22
‘베트남의 호치민, 태국의 치앙마이, 인도네시아의 발리, 체코의 프라하그리고 한국의 제주도’지금이야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 해졌지만 나열한 장…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댓글 0 | 조회 1,486 | 2020.11.25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야구다. 1970~ 80년대는 고교야구의 전성기였다.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리는 동대문 야구장은 연일 만원 사례였다.… 더보기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댓글 0 | 조회 1,714 | 2020.10.14
며칠 전이 추석이었다. 모처럼 캄캄한 밤하늘에 걸린 쟁반같이 둥근 달을 새삼 올려다 보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이곳 뉴질랜드에 정착하여 20년 넘게 살다보니 추석… 더보기

판도라의 상자

댓글 0 | 조회 2,021 | 2020.09.09
20대의 끝자락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먼저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그리스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유명한 올림푸스 산의 신전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순… 더보기

가비 한잔 하실까요?

댓글 0 | 조회 2,326 | 2020.08.12
최근 19세기 말 인천을 배경으로하는 소설책을 읽다 ‘가비’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상류층의 초대를 받는 자리에 주인공은 ‘가비’를 대접 받는 장면있다.… 더보기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댓글 0 | 조회 1,529 | 2020.07.15
아름다운 글과 시 그리고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그대’ 이다. 우리말 사전에 ‘그대’ 라는 단어는 그 쓰임이 구어체와 문어체에서 따라 약간의 차… 더보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더냐?

댓글 0 | 조회 1,442 | 2020.06.24
스마트폰의 편리에 빠져 버린 요즘이지만 널리 읽혀 온 고전 동화들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포근한 잠자리와 아늑한 조명, 그 아래 엄마가 읽… 더보기

2020년의 4월

댓글 0 | 조회 2,311 | 2020.05.27
'4월은 잔인한 달’,어느 순간 부터 뭔가 어려운 일이, 그것도 하필 4월이 있는 경우 쉽게 입가에 맴도는 말이다.이 표현은 노벨상 수상자인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더보기

방금 뭐라고 했지?

댓글 0 | 조회 1,985 | 2020.03.24
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마도 남자들 군대 이야기 못지 않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술의 역사는 꽤차지 않았더라도 한국인은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해 여전… 더보기

내가 왕년에 말이야

댓글 0 | 조회 1,724 | 2019.12.23
1980년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라는 곡으로 어느 정도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가수가 있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야지만 크리스마스인 줄 알았던 필자에게 … 더보기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댓글 0 | 조회 1,571 | 2019.11.13
우선 특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산을 산이라고 하고 물을 물이라 합니다몸을 옷으로 감추지도 드러내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물음표도 많고 느낌표도 많습니다.사금파리 하나… 더보기

뜬금없이 찾아온 나의 정체성 혼돈기

댓글 0 | 조회 1,784 | 2019.06.11
이민 온 누구나가 그렇듯이, 이왕 이민 온 것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였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아이들은 이민생활에 잘 적응해서 학교마치고 직장생활하는 … 더보기

내 나이가 어때서…

댓글 0 | 조회 1,489 | 2019.05.15
올해도 날짜가 어디로 몽땅 새어 나갔는지 벌써 5월이다. 아직 뉴질랜드의 가을을 맞이 할 준비조차 안된 나는 5월이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기만하다. 버나드 쇼라는 작… 더보기

인연의 소중함

댓글 0 | 조회 2,178 | 2019.04.09
몇년동안 같은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새로운 삶을 위해 뉴질랜드를 떠났다. 물론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도 했고, 몇달… 더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 0 | 조회 1,340 | 2019.03.13
오랜만에 방문한 웰링턴의 여름은 오클랜드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는 않았다. 올해 유난히 덥고 건조한 2월의 파란 하늘, 한 여름의 뙤약볕, 맑은 공기와 그 속에 … 더보기

심리상담 속에서의 경청의 실례

댓글 0 | 조회 1,485 | 2019.02.15
심리상담 십수년, 그 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적지 않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왔다.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끝모를 우울의 늪으로 빠져 들던 사람, 삶에 대한 희망이 … 더보기

평형수 (平衡水)

댓글 0 | 조회 1,459 | 2019.01.15
“내 나이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 때까지 앉아 있는다. 그리고 또 점심을 먹은 후 앉아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지난해 5월초 104세의 ‘안락… 더보기

Kāhui Tū Kaha

댓글 0 | 조회 1,167 | 2018.12.11
뉴질랜드에 정착한 지 벌써 13년이 흘렀다. ‘한국을 떠난 지 엊그제 같다’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을 정도로, 뉴질랜드에서 산 날과 한국에서 살아온 날이 엇비슷… 더보기

“내 꿈 꿔”

댓글 0 | 조회 1,443 | 2018.11.15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있다”또는 TV 광고문구 중 한때 유행어가 된 “내 꿈 꿔”라는 말을 들으면 … 더보기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댓글 0 | 조회 2,589 | 2018.10.12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장 일곱 바퀴를 걷기로 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다른 생각이 파고들기 전에 동네 운동장으로 나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운동보다… 더보기

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댓글 0 | 조회 1,743 | 2018.07.11
오랫동안 상담 일을 해 왔다.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직업으로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묻는 게 있다. “어떻게 듣기만 해요?”또는 “무척 힘드시죠?”등이다. 그들… 더보기

자존과 교육

댓글 0 | 조회 1,424 | 2018.06.14
‘자존’은 스스로 자(自)에 높을 존(尊)이란 자를 써서 만든 말이다. 그 뜻은 나를 높이 여기는 것이다. 나를 높이 여기는 것과 여기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더보기

공상이라는 심리 방어기제

댓글 0 | 조회 2,926 | 2018.05.10
■ 새움터 회원: 정인화(심리 상담사 / 심리 치료사)​심리 치료를 오랫동안 받으면서 방어기제로부터 매우 자유로워졌다고 자부한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 더보기

투명인간

댓글 0 | 조회 1,611 | 2018.04.10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한동안 투명인간에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봤을 그 투명인간 말이다. 기억 속의 투명인간은 거의 슈퍼 히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