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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모순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유쾌한

0 개 1,791 한하람

종교가 유지해왔던 도덕은 20세기 숱한 혼란들 속에서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간 각각 개인들의 삶은 극도로 분화되어있고, 그러한 분화는 화해되고 어우러지지 않은 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개인주의적 흐름은 도덕이라는 것을 헌신짝처럼 만들고 있고, 그런 경향은 국가에도 덧입혀져, 세계 각국의 고립주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자유의 시대입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의 시대에 철학자 미셸 푸코는 말합니다. 우리가 비록 외적인 지배와 권력에는 자유롭기를 추구하지만 정작 자신 스스로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항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자기 내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수동적이라는 말입니다.

 

종교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류의 삶에서, 홀로 스스로를 다시 보며 자기만의 윤리를 세우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러한 종교를 통한 개인의 내적인 관계가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깨어지게 되고, 우리는 자유이라는 이름 아래, 내용도, 이렇다 할 실천과 작동도 없이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부순 종교적 코드의 도덕이 사라진 이후, 어찌할 줄 모른 채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만을 연발합니다. “나를 찾는 여행” “진짜 나는 누구일까.” 등의 카피들은 정말 흔하죠. 하지만 푸코는 나를 어떻게 만들어볼까.”라고 이야기하길 권유하며 그것이야말로 자유라는 이름 아래 정직한 것이라 말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우리는 정말로 미숙하게도 살아갑니다.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끔은 넌덜머리가 나기도 하고, 정말 자주 스스로 비겁하고 옹졸하다고 느끼게 되기 마련이죠. 삶의 무미건조함과 우울함이 밀려와 정신 나간 말과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이 내렸던 처신들에 후회를 느끼기도 하죠. 우리는 항상 자신에 대해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음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은 혼란만을 가중시킵니다. 애초에 정체성이라는 것은 단지 기억일 뿐이고, 순간순간마다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럴 때에, 우리는 푸코가 제시한대로 삶을 어떻게 만들어 볼까.”를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푸코는 실제 우리의 삶을 어떤 작품으로 만들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 하며 실존의 미학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모두 개인 자신의 삶을 미적으로 만들어가는 의미에서의 예술가인 것이죠. 찾아지지도 않는 자기 본연의 모습은 뒤로 제쳐두고 지금 당장의 자기 자신을 어떻게 작품화시킬 것인가 하는 태도는 외적 도덕이 사라진 자리에 내적인 여러분만의 윤리를 선물할 것입니다.

 

오늘은 그러한 실존의 미학에 관한 사유를 일으키는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3. “불안하고 모순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유쾌한

우디 앨런 “Manhattan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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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대화. 사람들은 이제 이른바 지적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그러한 지적대화, 예를 들어 정치나 인문, 영화,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은 때때로 패션이 되기도 합니다. ‘진지충’, ‘2이라는 은어가 그러한 패션화를 조롱하고 있죠. 어려운 말을 써가며 교양 있는 척, 고독한 척 꾸미지 말라는 거죠.

 

감독이 직접 연기하는 주인공 아이작은 지적대화에 능통한 유명 방송작가입니다. 그는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진보적인 말을 보수적인 태도로 하는 사람이죠. 자신보다 20살 이상 어린 애인을 대할 때도, 단짝인 예일을 대할 때도, 자신과는 지적, 예술적 취향이 완전히 다른 메리를 대할 때도, 그는 고집스럽게, 그리고 쉴 새 없이 비판적인 말을 합니다. 그는 상대방의 취향과 때때로 드러나는 모순을 시니컬한 농담으로 비웃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거의 항상 아이작과 같은 인물이 등장 합니다. 말이 너무 많아서 관객들이 도저히 말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수다쟁이들 말이죠.

 

아이작 본인은 정말 타인들을 비판할 만큼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그가 타인을 비판하는 만큼 모순적인 사람입니다. 아이작 뿐만이 아니라 아이작 주변의 지적인지인들도 모두 마찬가지로요.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현대인들의 단상을 보여줍니다. 꾀나 아는 것이 많고, 할 말도 아주 많지만, 정작 실제 삶은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고, 불안함 속에서 수많은 번복을 되풀이하며 위태롭게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 말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영화는 그저 빼곡한 대사들에 치여 한 시간 반 남짓 정신없이 지나가버리게 만드는 영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디 앨런 영화의 공통점이기도 하죠. 실제로 그러기 쉽고요. 가벼운 로맨틱코미디정도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디 앨런이 연출한 인물들의, 뭔가 결핍되어 있는 듯 한 표정과 서툰 몸짓, 말투, 말과 행동의 모순들은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 장면들에서도 그 말해지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생각을 머물게 만듭니다. 그러한 생각에 흑백 화면이 무게감을 더해주고, 흥겨운 재즈는 한 편에서 리듬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이 영화가 진실함과 침묵을 권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영화를 보시면, 그와는 다른 느낌을 받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우디 앨런의 무기는 항상 같습니다. “위트”. 그는 코미디언 출신 감독답게, 불안하고 위태로운 등장인물들의 상황들을 흥겨운 리듬과 실없는 농담 위에 얹습니다.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듯 말이죠. 실상 우울한 장면에서도 우리는 웃게 됩니다. 그것이 감독이 원하는 바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이작은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위의 사진의 표정을 짓게 되는데요. 정말,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명료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유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유쾌하게 우디 앨런의 맨하탄 어떠신가요?

 

4. “꿈에서만 존재하는 아름다웠을 가상

데미안 샤젤 LA LA LAND 2016 / 우디 앨런 Cafe Society 2016

 

영화 라라랜드 팀이 이번 227일 오스카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워낙 회자가 많이 된 영화라,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극장에서 많이들 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라라랜드의 의미를 아시나요? “Live in La La Land”라는 관용어가 있는데, 그 의미가 뜬구름을 잡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막연하고 몽상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 정도의 의미이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라라랜드가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엔젤러스의 LA와도 표기가 같기에, 미국에서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위해 연기인나 예술인을 꿈꾸며 이상적인 삶을 사는 젊은이들을 비웃는 맥락에서도 사용이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샤젤 감독은 그러한 대중들의 비웃음을 여과 없이 받아드리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라라랜드와 접점을 가진 영화를 소개하고, 이 두 영화가 이야기하는 한 가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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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해드릴 영화는 지난번 칸 영화제와 시애틀,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개막작 및 폐막작으로 선정된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입니다. 두 영화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두 영화 모두 LA 할리우드가 주 무대라는 것. 그리고 꿈을 가진 두 남녀가 등장한다는 것. 사소한 설정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 두 남녀가 있습니다. 둘 모두 자신들의 꿈을 위해 할리우드에 와있죠. 둘은 운명적이라고 할 만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이 닥친 현실에서 사랑을 위해 꿈은 포기 되어져야 합니다. 라라랜드의 미아와 세바스찬이 그랬고, 카페소사이어티의 바비와 보니가 그랬습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들 모두 그러한 상황 속에서 꿈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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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가 말했듯, 선택 뒤에는 항상 배제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먼저 꿈이라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사랑이라는 욕망이 있습니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한 가지는 버려야하는 것입니다. 꿈을 선택합니다. 그럴 때, 반대편에 있던 사랑은 우리에게 가상이 됩니다. 가상은 꿈이죠. 우리가 한 가지 욕망을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았던 반대편의 욕망은 우리에게 꿈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미아가 본 주마등같은 가상의 장면들과, 보니가 매일 밤 꾸었다는 꿈과 같은 것처럼 말이죠.

 

아름다운 것들은 항상 모든 일이 벌어진 이후에야, 아쉬움과 닿을 수 없음으로 경험됩니다. 미적인 가상이지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고 우리는 이런 선택 앞에서 무엇이 옳은지 자를 대고 재고 있어야 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샤젤과 앨런 두 감독 모두 음악으로 재즈를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재즈로 두 남녀들이 꿈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다소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감독들은 우리에게 그러한 선택과 배제의 필연성을 아름다운 선율처럼 여기고 춤추듯 즐기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될 이렇게 했어야해라며 하는 후회와 푸념의 순간들에서 우리는 잠시 이 두 영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춰보면 어떨까요. 선택 이후 후회할 모든 순간까지도 긍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데미안 샤젤의 라라랜드와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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