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추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여름의 추억

0 개 1,258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마 종기 

 

그 여름철 혼자 미주의 서북쪽을 여행하면서

다코다 주에 들어선 것을 알자마자 길을 잃었다.

길은 있었지만 사람이나 집이 보이지 않았다.

대낮의 하늘 아래 메밀밭만 천지를 덮고 있었다.

메밀밭 시야의 마지막에 잘 익은 뭉게구름이 있었다.

구름이 메밀을 키우고 있었던 건지, 그냥 동거를 했던 것인지,

사방이 너무 조용해 몸도 자동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내 생의 전말같이 무엇에 홀려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소리 없이 나를 친 바람 한 줄을 사람인 줄 착각했었다.

오랫동안 침묵한 공기는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아무도 없이 무게만 쌓인 드넓은 곳은 무서움이라는 것,

그래도 모든 풍경은 떠나는 나그네의 발걸음이라는 것,

그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무슨 남자냐고 메밀이 물었다.

 

그날 간신히 말없는 벌판을 아무렇게나 헤집고 떠나온 후

구름은 다음 날 밤에도 메밀밭을 껴안고 잠들었던 것인지,

잠자는 한여름의 극진한 사랑은 침묵만 지켜내는 것인지,

나중에 여러 곳에서 늙어버린 메밀을 만나 공손히 물어도

그 여름의 황홀한 뭉게구름도,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면벽한 고행 속에 그 흔한 약속만 매만지고 있었다.

 

사랑과 평화

댓글 0 | 조회 784 | 2022.03.09
시인: 이문재사람이 만든 책보다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노래보다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길보다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랑으로 가는 길… 더보기

청춘바람

댓글 0 | 조회 749 | 2022.02.23
시인 이 운룡청춘의 말은 시고 떫다.사랑은 비계 덩어리여서포식하면 설사해버린다.하지만 나는시고 떫은 풋과일만 따먹고 말았다.짝사랑의 싱건지 국물만 퍼마셨다.봄날 … 더보기

자카란다 나무 아래서

댓글 0 | 조회 1,237 | 2022.02.10
■ 최 재호보라색 자카란다 꽃잎이 떨어져 길 위에 깔려 있다고해하 듯 그 꽃잎을 밟고 간다보라색 사제복을 입은 신부를 떠올리며노을같은 구세주가 그리워지는 초저녁한… 더보기

내 마음의 방

댓글 0 | 조회 758 | 2022.01.27
■ 시인 박 노해지상에 집 한 채 갖지 못한 나는아직도 유랑자로 떠다니는 나는내 마음 깊은 곳에 나만의 작은 방이 하나 있어눈물로 들어가 빛으로 나오는 심연의 방… 더보기

새해 아침

댓글 0 | 조회 861 | 2022.01.12
시인 송 수권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 더보기

그 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댓글 0 | 조회 969 | 2021.12.21
시인 함민복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달그락거리던 밥그릇들베니… 더보기

기차를 기다리며

댓글 0 | 조회 819 | 2021.12.08
시인 천 양희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일인지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철… 더보기

초록의 힘

댓글 0 | 조회 875 | 2021.11.24
시인 오민석초록의 힘은 자라는 것초록의 힘은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끝없이 손을 내미는 것노란, 빨간, 하얀도화선에 마구 불을 붙이는 것행성들 다 폭발한 후황홀한 … 더보기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댓글 0 | 조회 851 | 2021.11.10
시인 복 효근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사랑은 이렇게 달콤하다는 듯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채웠던 단물이 다 … 더보기

공중

댓글 0 | 조회 801 | 2021.10.27
시인 송 재학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 더보기

이런 신발

댓글 0 | 조회 1,849 | 2021.10.13
시인: 주영국의사당을 나서는 대통령을 향해신발이 날아갔다 남루한 생의바닥을 핥던 낡은 구두였으나그는 지독스런 보수주의자였다고향의 토굴에서 미군 중사에게사로잡힌 후… 더보기

겨울 숲

댓글 0 | 조회 742 | 2021.08.25
시인 복 효근새들도 떠나고그대가 한 그루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나 또한 그대가 … 더보기

고요를 믿다

댓글 0 | 조회 701 | 2021.08.11
시인 김 용택새들의 이동 시간은 이유가 있다의존의 시간을 아는 선한 얼굴들새들은 펼쳐진 정삼각형의 꼭짓점을 산술한다풀잎도 휘졌다가 일어서는생존의 곡진을 긍정한다겨… 더보기

대동강 247킬로미터

댓글 0 | 조회 831 | 2021.07.28
시인 이문재1.4 후퇴 때 내려온평양고보 동창생 예닐곱한달에 한번 을지로우래옥에서 만나 냉면에 찬 소주그날따라대동강 을밀대 몰놀이고보 시절 얘기가 뜨거워져논어 도… 더보기

전화

댓글 0 | 조회 880 | 2021.07.14
시인 마종기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전화를 겁니다.신호가 가는 소리.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더보기

유배(流配)

댓글 0 | 조회 823 | 2021.06.23
시인 우대식오늘날에도 유배라는 것이 있어어느 먼 섬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는 형벌을 받았으면 좋겠네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빼앗겨누구에겐가 온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더보기

母性의 바다

댓글 0 | 조회 873 | 2021.06.09
■ 글쓴이 최 재호타마키 드라이브를 돌며 집으로 가는 길좌우로 굽이쳐 돌며 상념으로 빠져들 때바다는 옆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내가 마치 풍선 같은 기분으로날듯이 기… 더보기

젖은 신발

댓글 0 | 조회 869 | 2021.05.26
시인 이 정록아이들 운동화는대문 옆 담장 위에서 말려야지.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첫 햇살로 말려야지.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 더보기

나는 죽어서

댓글 0 | 조회 1,309 | 2021.05.11
시인: 이 운룡나는 죽어서 보잘 것 없는참새가 되고 싶다.곧 죽어도 짹 하고 죽는참새가 되어눈물은 말랐어도 목쉬게 울고 싶고노래는 못해도 실컷 짹짹거리고 싶다.그… 더보기

저 거리의 암자

댓글 0 | 조회 897 | 2021.04.28
시인 : 신 달자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트럭 한 대 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주인과 손님이 함께출렁출렁 야간 여행을… 더보기

안 보이는 사랑

댓글 0 | 조회 925 | 2021.04.14
시인 송재학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듯어떤 눈물은 내 그리움에 얹히는데너의 눈물을 어디서 찾을까정향나무와 이마 맞대면너 웃는 데까지 피돌기가 뛸까앞이 안 보이는 … 더보기

내 마음의 당간지주

댓글 0 | 조회 1,057 | 2021.03.24
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들한때 숲을 이루었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간여기까지 밀려와서 세상의 흥망을 읽으려 하다니깃발을 올려 손짓할 수 없는 날들나도 … 더보기

안동소주

댓글 0 | 조회 1,188 | 2021.03.10
시인: 안 상학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첫머리재, 한티재, 솔티재 혹은 보나루그 어딘가에 있었던 주막이 그립다.뒤란 구석진 곳에 소주고리 엎어놓고장작불로 짜낸 홧… 더보기

겨울 폭포

댓글 0 | 조회 1,029 | 2021.02.24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한때 안팎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여전히 공포에… 더보기

명자나무 우체국

댓글 0 | 조회 1,094 | 2021.02.11
올해도 어김없이 편지를 받았다봉투 속에 고요히 접힌 다섯 장의 붉은 苔紙도 여전하다花頭 문자로 씌어진 편지를 읽으려면예의 붉은별무늬병의 가시를 조심해야 하지만장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