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0 개 2,189 오소영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

 

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만 열심이었다. 출국수속을 하려고 큰 가방을 끌고 사람들 뒤에 서서 꼬리잡이를 하는 딸 애. 먼 발치에서도 그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모으는 내 눈빛이 아마도 쥐를 쫓는 고양이 꼴을 닮았을성싶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몽땅 뇌리에 각인시키려고 바쁘게 필림이 돌아가고 있다.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한번이라도 더 보아야할 얼굴인데 흘러가는 시간이 용납하지 않아 야속했다. 끝내 뒷모습만 보이고 아쉬움을 남긴채 사라져간 딸 애.

 

부모와 자식이란 인연으로 슬하에 함께 하다가 이젠 출가 외인으로 제 갈길이 다른 딸자식. 잠시 만났다가 헤어짐에 부모자식 간의 끈끈함만큼 찐한건 또 없을 것이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삶의 올바른 지표이기에 서로가 아파도 참으면서 보내고 떠나는 것이다. 동생을 보내는 언니. 딸을 보내는 엄마. 두 사람은 무슨 죄인이기라도 한듯 서로 말을 아끼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모두가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갈라서는 섭섭함을 침묵속에 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방금 흘리고 간 아이의 체취가 아직도 코끝에 짙게 남아있는 차에 올랐다. 재잘거리던 말소리도 들리는듯한데 옆을 보니 자리가 텅 비어있다 갑자기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전신에 뼈마디가 다 녹아내린듯 후줄근해진 묘한 기분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운전대를 틀어쥐었다.

 

조금 전에 온 길이건만 아주 생소한 길을 달리는 서툰기분. 차창 밖 풍경이 꿈속처럼 아스름하다. 시야가 뿌우옇게 흐려지는가 싶더니 텅 빈 가슴이 죄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이 날 배신하고 버린듯 갑자기 혼자라는것이 낯설고 두려웠다.(어쩌지, 어떻게 살지?)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풀석 주저앉아 아이처럼 소리치고 싶었다. 울부짓고 싶었다. 산전수전 모질게 다 겪어온 팔십인생. 감정도 무디어진줄만 알았는데 이 무슨 변고인가? 솜방망이로 건드려도 상처가 날만큼 허약하게 변한 자신에 아연했다. 아무리 강한척 안 늙은척 해도 그건 억지 포장에 불과했었다는걸 깨달았다. 사실 젊었을때 이별은 언제인가 또 다음 만남을 위한 새로운 준비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언제인가 라는 불확실한 시간을 기다릴만큼 여유가 없다. 하루하루를 벼랑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노후인생이기에...

 

취한듯 몽롱한 기분으로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내가 그동안 정 붙이고 살던 곳이 아닌듯한 낯설음은 또 뭘까? 빈집에 키를 꽂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아아! 그 허탈 공허함. 휘청거리던 몸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동그라졌다. 가슴속에서 뒤틀던 응어리가 폭발하듯 울음으로 터져나왔다. 짐승처럼 소리내어 울어도 아무도 달래주는이가 있을리 없다. 가슴 밑바닥 깊숙한 앙금을 흔들어놓은듯 걷잡을 수 없게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허허 벌판에 나혼자 서 있는 듯한 고독감. 환한 대낮인데 내 사위가 캄캄하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절망감으로 죽는것만 같았다. 

 

오랜세월 참 강하게 버티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감정이 남아있다니 놀랍다. 여린모습 보이지 말자고 독하게 마음 먹었었는데 그건 내 마음과는 너무 다른 누구와의 약속이었을까?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용케 참아온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엄마 예쁘게 치장하고 얼른 모임에 나가셔” 청승떨고 울고 있을까봐 어르던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돈다. 지금쯤 새처럼 날개를 활짝편 비행기는 내 사랑을 움켜쥐고 도망자처럼 어디쯤 날고 있을까? 이제 에미 품을 떠난 아이는 제 식구가 목을 빼고 기다리는 원점으로 한시라도 빨리 가고싶을 것이다.

 

뉴질랜드 섬나라. 어느곳. 한점 웅크려앉은 엄마의 안쓰러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둥둥떠가는. 잠시 그 애가 되어본다. 이심전심. 엄마마음 딸의 마음이다. 내 안의 허약한 모습 누구에게 들킬세라 신경써서 화장하고 모임 장소로 달려나갔다. 내 마음을 허공에 맡기고 몸만 왔으니 도무지 뭐가 뭔지. 맛도 느끼지 못하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오고가는 말에도 경청을 않으니 달리 눈치챈 분도 있을 것이다. 별 흥미도 없고 모두가 심드렁했다.

 

“갈 사람은 가야지요 보내고나니 이제 마음 편하시죠” 

아이는 지금쯤 어느 하늘을 날고 있을까? 

무사히 잘 가야할텐데...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온종일 그 생각 뿐이었다.

“엄마 방금 땅에 발 내렸어요”

그 말을 들으려고 온 종일을 나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했다. (그래 나도 이제 늙긴 늙었나봐) 

 

바쁘게 살아가는 자식을. 그 먼 길 오게 해 놓고도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임박한 합창단 공연 준비며 출판 기념회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런 일 때문에 모처럼 시간을 낸터이니 이해는 했겠지만 아쉬움 뿐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하게 살지못하고 하고싶은 일 하겠다고 수선을 떠는 엄마가 밉지는 않았을까?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한달음에 달려와 준 아이가 너무 고맙다.

 

나는 그동안 한번도 아이들에게 내 글자랑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기에 그 어느 독자들보다 그들에게 인정받는게 더 큰 보람이었다. 엄마의 헛되지 않은 노후의 삶을 자랑스러워 하는것 같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입 무거운 아이들 주고받는 무언의 눈빛에서 뿌듯함을 느낄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얄밉도록 아무렇지않게 다시 내 정해진 위치에 안주해 살고있는 나. 생각해보면 모두가 감정의 사치였음이다. 그 잠깐의 순간을 못견뎌 죽을것만 같았어도 또다시 살아가는게 인생인 것을.... 짧은동안 아름다운 영상으로 남겨진 긴 추억만이 보물처럼 늙어가는 마음을 쉬어가게 한다. 

 

애독자 여러분 저물어갑니다.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봐주신 덕으로 "언니가 오셨네책자도 발간을 했습니다.

밝아오는 해에도 변함없는 사랑 부탁드리면서 교민들 가정에도 이루고자 하시는 모두 이루시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되시기를 빕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꽃보다 어여뻐라, 민경씨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1,532 | 2022.03.22
작년 1월이었다. 견딜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보려는 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계절 바뀌면 포근하게 입으라고 바지 몇개를 준비해 평소처럼 우체국으로 갔더란다. 그런데 … 더보기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댓글 0 | 조회 1,741 | 2022.02.22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 더보기

살다보니 이런일이...

댓글 0 | 조회 2,277 | 2022.01.26
온종일 정신없이 일을 해 냈으니 몸이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웠다. 오랫동안 쓰지않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뻐근하고 아팠다.여름날 긴 긴 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갔다.긴장이… 더보기

그냥 그때처럼, 오빠....

댓글 0 | 조회 1,349 | 2021.12.21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 . .댓돌밑에 귀뚜라미 울어대는 쓸쓸한 계절도 아닌데 늙은 여동생은 주책없이 오빠 생각이 간절합니다.코스모스 출렁대고 감이 … 더보기

혼자 신들려 춤추는 여인

댓글 0 | 조회 1,184 | 2021.11.24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늘어지게 긴 하품을 하면서 무심중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다. 낯선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느닷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깔깔깔 미… 더보기

남편 나비

댓글 0 | 조회 1,344 | 2021.10.27
이민 초기에 1박 2일 예정으로 로토루아 여행을 갔었다. 숙소가 인근의 농장 모텔이었다.친구의 가족여행에 초대를 받아 동행을 했던 참이라 나는 혼자서 방을 써야 … 더보기

순임이의 순정 연애

댓글 0 | 조회 1,051 | 2021.08.25
어느모로 보나 깜도 안되는 여자가 배우가 되겠다며 미용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친구가 있었다.생머리를 고집하던 내가 허파에 바람든 그 친구덕(?)에 처음으로 미용… 더보기

꿈을 향해 걷는 해질녁 사람들

댓글 0 | 조회 940 | 2021.07.27
이 축축하고 음산한 겨울철에 배 나들이를 하려는 사람이 몇 사람들이나 있을까? 배가 텅텅비어 아마 심심할지도 모를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일찍이 가봐야 바닷바람에 … 더보기

손 가는대로 행복지수 높아지는 내 세상

댓글 0 | 조회 970 | 2021.06.22
가끔씩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도 글 을 쓰고 있냐고 내게 묻는다. 전에는 글재주가 조금 있어서 재능봉사 차원에서 쓰는거라고 생각 했었다. 팔십이란… 더보기

보리밭

댓글 0 | 조회 1,059 | 2021.05.26
몸집이 만만치 않은 외국 여가수가 우리가곡 ‘보리밭’을 열창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가수 ‘발레리 쉬티’란 여인이라고 자막에 떴는데 노래를 잘 불렀다.외국 사람이 … 더보기

이 가을, 뒷동네 여인들

댓글 0 | 조회 1,345 | 2021.04.28
이슬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이른 아침부터 마당 의자에 나와 앉아있는 여인이 있군요. 볼품없이 뚱뚱하고 거칠게 생겨서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마오리 아줌마였습니다… 더보기

색동 꼬까옷에 신들렸네 “DO DREAM”

댓글 0 | 조회 1,169 | 2021.03.24
지난 2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침이었다.특별한 일탈을 꿈꾸며 무던히도 가슴졸였었는데 그 기다리던 날이 무사히 밝아왔다.(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리… 더보기

사라져 간 것, 그러나....

댓글 0 | 조회 1,160 | 2021.02.23
초겨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이른 밤이었다. 어린 계집애는 따뜻한 요밑에 언발을 묻고 책가방을 끌어 당겼다. 숙제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얼었던 몸이 녹는가싶더니 … 더보기

더도 말고 덜도 아닌 오늘만같은 일상을...

댓글 0 | 조회 1,242 | 2021.01.27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달랑 한장으로 남은 달력을 내리고 새 것을 바꿔 걸었다.바람처럼 지나가는 무심한 세월이 야속했지만, 붙들어도 잡을 수도 없으니 안… 더보기

특별한 감사를....잘가요 2020년

댓글 0 | 조회 1,536 | 2020.12.23
'감사! 또 감사!! 2020년에는 20배로 더 웃자’금년초, 내 카톡 프로필 란에 써놓은 메세지다. 꼭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의 소리였음은 두말할 나… 더보기

연둣빛 행복이 움트는 목장을 가다

댓글 0 | 조회 1,548 | 2020.11.24
11월 중순 지금보다 더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구월 어느 날이었다. 길을 나설 때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은 예전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 더보기

엘리자벳이 남긴 선물

댓글 0 | 조회 1,505 | 2020.10.28
회초리같던 어린 장미가 이젠 나무가 되었다. 어느새 그리 자랐는지 실하게도 컸다. 옆집 할아버지 지팡이 만큼이나 굵어져서, 번들거리는 윤끼에 날카로운 가시가 보기… 더보기

ㅎㅎㅎ 웃자구~요

댓글 0 | 조회 1,539 | 2020.09.22
코비드19란 요물인지 괴물인지가 사람들 발을 묶어 바쁜 생활인들을 일시에 집 안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이제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더러 길에 나다니는 … 더보기

잃은 것과 남은 것

댓글 0 | 조회 2,829 | 2020.08.25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달라지는 것은 마음자세 때문일까요?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차도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운동장 … 더보기

쉼표없는 낭만이정표

댓글 0 | 조회 1,586 | 2020.07.29
‘코리아 포스트’가 지난달 6월에 창간 28번째 돌을 맞았다고 한다.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21번째로 접어든 내 필력(筆歷)도 자축을 겸한다.‘생… 더보기

6월을 서성이게 하다. 축대 높은 뜨락

댓글 0 | 조회 1,300 | 2020.06.24
깎아지른 언덕바지 위에 어깨동무를 하듯 촘촘한 건물들. 아래서 올려다보면 아슬아슬해서 앗찔한 현깃증이 온다. 몇가닥 철주를 의지해서 공중에 천장처럼 매달린(?) …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58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댓글 0 | 조회 3,318 | 2020.04.28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02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침묵의 방

댓글 0 | 조회 1,243 | 2020.02.25
일주일에 한번만 가는 학교이지만 나도 어엿한 학생임엔 틀림이 없다. 무지개 경로 대학생.연말 방학이 길어 몸이 비틀리는데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