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송영림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조성현
박기태
성태용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배태현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병철
최형만
조기조
Neil PIMENTA
김수동
변상호경관
신지수
엔젤라 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김영안
유영준
한 얼
박승욱경관
김영나
정석현
Shean Shim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써니 림
Mina Yang
김철환
박현득
Jessica Phuang
오즈커리어
여디디야

지붕위의 여자

오소영 0 1,484 2016.10.26 14:37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도 훌쩍 크고 몸도 꼿꼿하다.

 

가끔씩 함께 외출하는 남편을 보았다 60대 후반이나 70쯤. 건강하고 깔끔한 남자다. 그 여자는 날만 밝으면 예의 후두로 머리를 덮고 바깥에서 주로 서성댄다. 좁은 집안이 답답해서일까?

 

현관 마당에 프라스틱 간이의자를 놓고 거기 앉아 온갖 일을 다 한다. 도마에 생선을 토막쳐서 손질도 하고 야채도 다듬는다. 그의 앞마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단지안의 통로다. 그런 것엔 신경도 안쓰는 사람같다. 누가 보던지 말던지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같다.

 

주방에서 일할 때면 그의 모든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와 안볼 수가 없다. 재밌어서 의식적으로 시선이 가기도한다.

 

그 여자의 특기는 아무래도 안살림보다 바깥일인것 같다. 남자처럼 씩씩해서 텃밭 일구는 솜씨도 대단했다. 흙을 들춰내고 고르는데 힘이 들어보이지도 않는다. 몸놀림이 아주 자연스럽고 가볍다. 어디서 튼실한 각목까지 갖고와서 텃밭에 틀을 맞춰 끼우는데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나무의자에 각목을 올려놓고 슬근슬근 톱질도 잘했다. 툭툭 소리가나서 내다보면 목공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집 남자가 바깥일에 참견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그런일이 적성에 맞아 취미로 하는것이겠지. 라고 생각해 버렸다.

 

가난을 숙명처럼 떠안고 살았던 1970년대. 개미마을이라고 이름붙은 그렇고 그런 동네. 그때 뒷집의 여자도 남자같이 바깥일을 잘했다.

 

그 여자는 자기  남편손이 기생 오라비같다고 했다. 기생오라비 손이 어찌 생겼는지 본적이 없으니 자랑인지 흉인지도 몰랐다.

 

“남편이 못하니 제가 이 고생이죠” 결혼할 때 어머니가 많이 걱정을 했단다.

 

“남자손이 저리생겨가지고 식솔들 밥이나 제대로 벌어먹이겠니?.”

 

어머니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신다고 투덜댔다. 선비같이 고운손을 가진 남자가 깔끔해서 좋기만했다. 이제는 어른들 말씀이 진리라는걸 깨닫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엌문이 떨어져서 한쪽으로 내려앉은지 오래다.

 

“어떻게 문좀 고쳐봐요” 못질 두어번만 하면 될것 같았다.

 

“나 그런것 못해 망치질 하다가 손다칠텐데..”

 

마치 그런것 안하기로 태어난 사람같이 말했다. 어이없는것도 잠깐 바람들어오는게 싫으니 결국은 여자가 망치를 들었다. 그때부터다. 남자 할일까지 다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야만 했다. 나중에 사윗감 고를땐 남자의 손부터보고 툇자를 놓으리라 단단히 다짐을 했다.

 

방바닥이 덥지를 않으면 연탄 아궁이도 달겨들어 북북뜯었다. 굶어죽지 않을만큼 벌어다주면서 뭐든지 사람사서 하라는 남편이었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따뜻하게 자는걸 기대하면서 여자는 힘드는 줄도 모르고 거친일을 해냈다. 인부삯을 벌었다는 뿌듯함도 단단히 한몫을 더했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안으로 깊이 포장하고 자기최면에 걸려사는 여자였다. 

 

어느 매섭게 추운날. 그 여자가 지붕위에 서있다. 사람들이 쳐다보며 깜짝 놀랬다.

 

“ㅇㅇ엄마 거기서 뭘해요 위험해”

 

신발은 물론 양말도 안신은 맨발로 곡예를 하듯 뒤뚱거리며 서 있다.

 

“굴뚝이 막혔나봐요 집안에 연기가 꽉찼어요.”

 

발바닥이 시리다못해 아펐다. 몸이 찬바람에 얼어서 빳빳하게 마비가 오는것 같았다. 쓸어질것만 같다. 내려다보니 무섭기도 했다. 

 

“그런건 남자가 해야지 ㅇㅇ아빠 안계셔.”

 

여자는 갑자기 비참하단 생각이 솟구쳤다. 눈만 한번 질끈 감으면 뛰어내릴것 같았다. 현깃증이 났다. 털썩 주저 앉을것만 같아 주춤거리는 눈앞으로. 두 애들이 보였다.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두다리에 힘을 주었다.

 

“애아빠는 출장갔어요” 입이 얼어서 말도 잘 안나왔지만 “그사람 고소공포증이래요”라고 사실은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참아내며 울컥 설움이 복받쳤다. 고운손을 아끼는 남편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그 여자였다. 굴뚝을 어찌 뚫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여자는 참았던 설움을 긴 밤 울음으로 지새우지 않았을까?

 

생존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해야만 했던 그 거친 일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편안하게 살았던 우리 시대의 옛날 이야기다. 요즘 시대에도 그런 남편들이 발 붙이고 살수 있을까? 문뜩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뒷집여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있는 것 같다. 마냥 즐기며 구경해도 괜찮을것 같다. 좁은 현관위 장대로 걸친 빨랫대에 비를 피한 빨래들이 너울 너울 춤을 춘다. 저건 또 언제 만들었지? 

 

60f006d190035e2e71364be65c39c5ac_1477445
 

▲ 최근 발간한 수필집 “언니가 오셨네” - 구매가 15000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Global Lead Logistics International /지엘아이해운(주)
이사짐,운송,한국구매대행,포워딩,무역,상업화물,개인화물,한국배송 T. 09-410-3181
Total Cleaning & Total Paint
cleaning, painting, 카펫크리닝, 페인팅, 물 청소, 토탈 크리닝 T. 0800157111
Blindsmith NZ Ltd
blind, blinds, 블라인드. 윈도우, window, 베니시안 블라인드, 우드 블라인드, PVC 블라인드, 롤러 블라인드, 블럭아웃 블라인드, 터멀 블라인드, 선스크린 블라인드, 버티컬 블라인드, Venetian blinds, wood T. 09 416 1415

구공탄 2개 그리고 빨래판

댓글 0 | 조회 332 | 2019.07.23
백발이 성성한 칠십대 사촌동생이 늙은 누나를 부추겼다.자기 부모님들 옛날 행적이 궁금해서 알고 싶어 했다. 일찍 저 세상 가신 아버지의 한(恨)이 아직도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는 … 더보기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댓글 0 | 조회 206 | 2019.06.25
6월.“내가 이렇다구...”5월의 바톤을 넘겨받은 첫날부터 무섭게 엄포를 놓으며 달겨들었다. 사나운 돌풍과 더불어 기세가 대단했다. 매일 비를 뿌린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 날씨에… 더보기

5불 효도

댓글 0 | 조회 484 | 2019.05.28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바야흐로 단풍마져 헐거… 더보기

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댓글 0 | 조회 992 | 2019.04.23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사랑의 유람선’...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앞에 앉을땐 왜 그… 더보기

‘렌’을 처음 만나던 날

댓글 0 | 조회 493 | 2019.03.27
주말오후 말동무 오랜지기와 나란히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급환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나왔다는 친구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병원일은… 더보기

립스틱 곱게, 더 화사하게...

댓글 0 | 조회 404 | 2019.02.27
내 안에 이렇게 속물스런 치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여기 영화관에서 55세 이상 어르신은 단돈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네요”문자 첫마디에 찍혀왔다. 아니 정월 초하룻날 아침… 더보기

‘모스크바(MOSCOW)’의 하얀 밤(白夜)에 깜짝 선물을 받다

댓글 0 | 조회 351 | 2019.01.30
2012년 8월 어느날. 친구 C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SU(러시아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삼년동안이나 별러서 이룬 여행이었기에 두 사람은 많이 들떠 있었다.나는 여기 뉴질랜드에서 … 더보기

검은마대(麻袋) 바지 ‘몸빼’ 그리고 달달이

댓글 0 | 조회 485 | 2018.12.21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주름진 나일론 천에 알록달록 꽃무늬가 요란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라고 ‘라벨’이 붙은 몸빼 바지다.말 그대로 편하기로 치면 그보다 더 편한 바지… 더보기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댓글 0 | 조회 638 | 2018.11.27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그 곡에 맞춰 콩… 더보기

춘풍낙엽(春風落葉)

댓글 0 | 조회 370 | 2018.10.24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파아란 새순에게 밀려난… 더보기

아버지의 겨울

댓글 0 | 조회 573 | 2018.09.25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달려갔다.함께 살… 더보기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댓글 0 | 조회 565 | 2018.08.23
종전 소식을 접하고 피난길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던 때였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에서 길이 막혀 버렸다. 강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었다.잠시겠지. 생각하고 그 곳에서 임시 집을 … 더보기

글쓰기, 맑은 영혼으로 다시 깨어나다

댓글 0 | 조회 444 | 2018.07.24
여자로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동안 주부라는 역활은 주역임이 분명하다. 그 주역에서 밀려난지도 오래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할머니로 바뀌었다. 검던 머리에는 흰서리가 내렸다. 윤끼나게… 더보기

영원한 나그네의 빛바랜 여행 일지

댓글 0 | 조회 533 | 2018.06.27
“엄마 어제 여행 떠나셨어요.”“또? 누구랑..”“아빠와 함께요.”쎄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충격이 대단했다. 거침없이 나다니는 그들 부부가 … 더보기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755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나… 더보기

28세 천방지축 신림동 땡칠이​

댓글 0 | 조회 762 | 2018.04.24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무료히 창가에 앉으니 별별 일들이 다 떠오른다.반세기도 전에 살았던 신림동의 한 세월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스멀스멀 눈 앞으로 기어나… 더보기

뱃길 삼십분

댓글 0 | 조회 895 | 2018.03.27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잠시뿐. 몸과 마… 더보기

검은 보석같은 친구‘릴리앙’

댓글 0 | 조회 536 | 2018.02.27
여름이 저만치 물러나면서 손짓해 불러들인 다음 손님. 가을이 왔다. 따가운 햇살속으로 안겨오는 바람이 제법 상큼하다.이 때 쯤일게다. 다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 다… 더보기

소박함 속에 있었네. 어떤 행복이....

댓글 0 | 조회 674 | 2018.01.31
벌써 십여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그 옛날 어머니가 해 주었던 호박 칼국수 타령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다. 시대가 변해서 쉽게 먹을수 있는 먹거리들이 수없이 많아졌다. … 더보기

무대 뒤의 풍경

댓글 0 | 조회 585 | 2017.12.19
마치 동굴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침침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가 않았다. 안간힘을 쓰다가 눈이 떠졌다. 다행히도 꿈속이었다.아직도 까… 더보기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986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조카 사이였다. 우… 더보기

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댓글 0 | 조회 575 | 2017.10.25
몇 년 전이었다.나른하게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러 한국에 나갔다.좋은 보약 준비해 놓겠다는 딸애의 보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기서 못 먹었던 입에 맞는 음식들을 찾아먹고 … 더보기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댓글 0 | 조회 633 | 2017.09.26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거긴 요즘 날씨 어때요? 춥… 더보기

그 특별했던 날의 긴 하루

댓글 0 | 조회 749 | 2017.08.22
평상시 외출에는 버스가 마냥 편하다. 그 날은 상황이 달라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서야 했다. 며칠전, 새로 개통된워터뷰(water viwe)터널을 신선한 기분으로 달렸다. 제법 긴… 더보기

빨강 구두 아줌마

댓글 0 | 조회 1,004 | 2017.07.25
밖은 비 바람이 사납다. 오늘같은 날, 밖에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둠침침한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옷을 두둑히 입고 앉아 있는데 있을수록 더 춥다. 아랫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