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송영림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조성현
박기태
성태용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배태현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병철
최형만
조기조
Neil PIMENTA
김수동
엔젤라 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김영안
유영준
한 얼
박승욱경관
김영나
정석현
Shean Shim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써니 림
Mina Yang
김철환
박현득
Jessica Phuang
오즈커리어
이윤수
신지수
여디디야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피터 황 0 1,559 2016.09.15 16:55

 7db200da08614ab5171bf2bd7aab5695_1473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선진한국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회학자들도 있지만 반면에 놓치고 잃어버린 것 또한 많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고도성장을 위해 치른 우리의 대가는 아직도 고스란히 사회적 아픔과 상처로 남아있다.

 

1748년 산업시대의 여명에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윤과 속도의 관계를 ‘시간은 돈이다’ 라는 금언으로 단언했다. 그리하여 인간은 시간을 재고, 시간은 다시 인간을 재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돈이다 보니 다급하게 서두르는 태도는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침투했다. 특히 젊은 시절엔 누구나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일하고 더 빨리 말하고 더 빨리 읽고 더 빨리 쓰고 더 빨리 먹고 더 빨리 움직이라는 사회의 요구를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속도 강박 증, 속도 제일주의에 빠진 지 500년 만에 빠른 것의 폐해에 대해 고민에 빠져있다.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칼 오너리(Carl Honore)가 그의 저서에서 주장하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의 키워드는 실천하기에 절대 어렵지 않다. 첫째, 걷기와 산책을 즐겨라. 걸어본 사람은 이미 깨달았겠지만 산책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어떤 목적만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고 그저 거기에 존재함으로 써도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둘째, 슬로우 푸드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다. ‘효율’과 ‘생산성’ 이란 이름으로 순간적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순식간에 먹어 치워야 하는 패스트 푸드를 경계해야 한다. 슬로우 푸드가 단지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 지역의 풍토와 문화를 통해 길러진 전통적인 식재료로 만든 ‘신토불이’ 음식을 즐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를 길러내는 생산지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테루아르, Terroir)까지 포함된다. 거창하게 말한다면 슬로우 푸드란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천천히 되묻는 시간이다. 그러니 행복하고 천천히 식사해야 한다. 

 

셋째는 슬로우 러브다. 사랑은 조심스레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는 것처럼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 인내심을 통해서 이루어져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을 확인하고 나면 가슴 설렘은 곧 잊혀지는 세태가 되었다. 현대인의 사랑은 얼마나 효율적이고 빨라야 하는가? 

 

넷째, 적절한 노동이다. 노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귀중한 결과물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언 플러그(Un-plug)다. 텔레비전과 스마트 폰 앞에서 보내는 우리의 인생을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15년이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 폰 자체도 건강에 문제가 되지만 기기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광고를 통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갖고 싶고 필요로 하는 욕망들이 생겨난다. 그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더 바쁘게 일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를 움직이는 기적의 단어, ‘가성 비(가격대비 성능 비)’를 따져 소비하는 트렌드가 보편화되면서 검색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투자하게 되었다. 언 플러그는 그 시간을 자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역동적인 생활방식에 투자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 중독의 시대를 역행하듯이 느리게 살기 위해서는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음주문화도 마찬가지다. 단지 취한다는 목적으로만 보자면 다른 술에 비해 도수가 낮은 와인은 비경제적인 술이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자, 일단 돌리지’ 하고 시작되는 술 문화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소주나 위스키 대신 와인을 마시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와인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 보자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화끈함’ 이라는 음주정서에 와인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폭탄주의 주법 자체가 가진 재미와 스릴 그리고 긴장감이 주당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말이다. 

 

와인은 결코 ‘세련된 서구문화’와 ‘부유한 신분의 상징’도 아니고 무슨 ‘현학적이고 고상한 취미의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와인을 술이라기보다는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오랫동안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더욱 훌륭한 맛을 내는 와인은 무엇보다 ‘원샷’과 ‘폭탄주’로 대표되는 우리의 술 문화를 반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현대에 와서 와인은 일상의 필수품이며 식생활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속도 제일주의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동, 슬로우 무브먼트(Slow Movement)가 사회각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빠른 것이 우리 인류에게 공헌한 바는 매우 크다. 하지만 돈이나 효율성, 경제성장을 우선시 하는 사회에 살면서 인류는 작지만 소중한 우리 삶의 행복들과 얼마나 점점 멀어져 왔던가. 뒷마당에 봄의 꽃들이 만발했지만 꽃 향기를 맡을 여유가 없다면 빠른 속도를 통해 얻어지는 행복의 가치를 중시하는 똑똑한 사회를 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과연 우린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가 반문해 보게 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Blindsmith NZ Ltd
blind, blinds, 블라인드. 윈도우, window, 베니시안 블라인드, 우드 블라인드, PVC 블라인드, 롤러 블라인드, 블럭아웃 블라인드, 터멀 블라인드, 선스크린 블라인드, 버티컬 블라인드, Venetian blinds, wood T. 09 416 1415
홍길동투어
뉴질랜드 남북섬 투어 전문 여행사(8/12/23인승 다수 차량 보유)가족, 친지, 모임, 동호인, 신혼여행 및 어학연수팀 등 투어뉴질랜드 여행, 현지 여행사, 홍길동, 남섬, 북섬, 반지의 제왕, 호빗, T. (09)625-6789
AIC -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IB전문학교, AIC, 세계명문대학진학, 오클랜드 국제고등학교, 뉴질랜드 사립고등학교, 대학진학상담, 미국대학입학, 영국대학입학,한국대학입학, IB과정, Pre-IB과정, 기숙사학교, 뉴질랜드교육, IB T. 09 921 4506

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댓글 0 | 조회 204 | 2019.07.10
1813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가 프랑스를 침략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던 랭스(Reims)지역을 점령했을 때 포도밭을 맘대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남편 프랑수아 클리코를 여윈 어…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392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같은 종류의 유전인자를 갖게 돼 성격, 행동, 질병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영양분을 인체에… 더보기

잡종의 생존법칙

댓글 0 | 조회 264 | 2019.05.14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532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는데 포도송이가 솔… 더보기

향기(香氣)를 잃으면 독(毒)이 된다

댓글 0 | 조회 350 | 2019.03.13
화학약품의 조합으로 실험실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고 콘크리트 빌딩에서 컴퓨터로 채소와 과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향을 잃은 식재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더구나 대량생산… 더보기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댓글 0 | 조회 517 | 2019.02.13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에너지가 솟는 효과… 더보기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댓글 0 | 조회 537 | 2019.01.16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와인이나 커피 모두… 더보기

프로세코여~.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댓글 0 | 조회 470 | 2018.12.12
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되어도 몸과 마음… 더보기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608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 더보기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737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주말이면 벌건 연탄…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744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것은… 더보기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321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2,086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30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랬… 더보기
Now

현재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1,560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선진한국을 만들었… 더보기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2,976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더보기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1,617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가지고 있듯이 …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4,876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2,208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일반 명사로 쓰인…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3,365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2,818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소리,…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2,405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k)는 와인이 개봉…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2,475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트의 푸드 앤 와인…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2,428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시절 시대적 아픔과…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1,823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도나무를 심기 수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