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n Summer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Indian Summer

0 개 2,291 한 얼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계란을 까놓으니 흰자가 순식간에 지글거리면서 익었다고 한다. 조금 과장된 것 같긴 하지만 그 정도로 뜨겁단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더불어 한국에서 사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불평도 한결 같다. 덥고, 에어콘이 있는 곳만이  ‘유일한 구원’이란다.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인지 공감할 순 없었지만 이해는 했다. 한국의 여름은 무척이나 후텁지근하니까.

 

덥기만 하면 다행이지, 사실 온몸이 끈적끈적하고 불쾌하다. 불쾌 지수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조금만 자극 받아도 곧바로 성미가 급해지고 벌컥 화를 내게 되니, 날씨엔 숨겨진 마성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전부터 그래도 겨울보단 여름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더워도 몸이 아프진 않지만, 추우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위는 더위와는 달리 뼛속까지 스며들어 온몸을 에이게 한다. 피가 안 통해서 감각이 없는 손끝, 겉옷이며 담요를 겹겹이 덮고도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여름에는 없다. 그래서 전부터 나는 여름을 더 좋아해왔다.

 

그리고 도시 사람들에겐 비록 연 없는 얘기라 하더라도, 여름 하면 으레 바닷가며 야자수 같은 걸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그저 환상에 불과할 지라도.

 

사실 한국에 살 시절, 여름에 밖에 나가는 건 매번 불쾌한 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가장 좋아한 피난처는 은행이었다. 은행에 볼일이 생기면 일부러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앉아 있다 오곤 했으니까.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제법 싸늘해지고, 그래서 길거리의 더위도 제법 견딜 만 했다. 아마도 바다나 계곡에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으니 은행을 일종의 대리 피서지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들은 꽤나 웃기지 않았을까 싶다. 열 살짜리 어린애가, 은행에 보호자도 없이 제 집마냥 들어와서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죽치고 앉아만 있으면.

 

여름이 되면 아이스크림이며 온갖 시원한 음식들을 입에 물고 산다. 밀크티도 차게 식혀 마시고, 얼음에 우려낸 냉차, 빙수 등은 내 친구였다. 그냥 물을 마실 때조차 얼음을 꼭 넣어 먹었는데, 엄마는 차가운 걸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며 한사코 먹지 못하게 했다. 사실 엄마 말이 틀린 건 없었다. 더울 수록 오히려 체내의 열은 내려가서 위장의 온도가 평소보다 낮아지기에 뜨거운 걸 먹는 게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이열치열의 법칙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한 반항심에 나는 일부러 얼음을 꺼내서 그냥 생으로 우둑우둑 씹어먹곤 했다 (반성한다).

 

마지막으로 보냈던 한국에서의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워서, 피서 따위를 꿈꾸는 것조차 내키지 않아 그냥 마룻바닥에 누워서 보냈던 것 같다. 에어콘을 틀어놓고, 속옷 바람으로 옆에는 커다란 얼음물통이나 음료수를 두고. 도시, 아니 나라 전체가 오븐처럼 예열된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새삼 내가 그 동안 구워 왔던 빵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방금도 한국에서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매우 간단하다. “구해줘” “꺼내줘” “살려줘” 란다. 답장을 보냈다.

 

“어쩌나, 나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데.” 그리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다.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1,529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락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벌써? 아직 11월인데! 하지만 날씨는, 그리고 기온은 그런 틀에 박힌 시간 관념 따위엔 전혀 …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1,689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한국에서 살았을 때 할로윈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기껏해야 영어 학원에서 과… 더보기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1,432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적부터 벽에 뭔가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붙이거나, 걸거나.대개는 엄마가 손수 만든 예쁘장한 섀도우 박스(Shadow bo…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608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1,971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개 불쾌하게만 느껴졌고, 그런 목소리들이 아무래도 좋을 문제로 떠들어대…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957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 더보기

현재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292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614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나. 다른 사람들은 과민 반응이라고 할 정도로.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손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배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1,796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줄에 묶여 있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없이 저들끼리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길가를 활보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24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 보지 않을 거라면, 아예 영영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껄끄러운…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573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삼는 카페가 흔히 나온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도, 혹은 그냥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1,682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71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라는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초콜릿을 애호하다 못해 사랑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단순한 시판 판 초콜릿에서부터 프랄린까지 … 더보기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1,668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80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취향에서,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서도.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몇 번이고 돌려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몇 년째 폴더에 넣어둔…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1,998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귀에 하도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처럼 몸에 익어 딱히 생각이 필요 없을 일을 … 더보기

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90 | 2016.03.10
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죽은 지 제법 오래 되어 보이는 시체였다. 자주 운동 가는 산길의 나무 울타리 옆에 오도카니 누워 있었는데, 등은 땅에 대고 배는 하늘을 …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1,646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내가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납작하고 평면적인 이미지로 나 자신을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초…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63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넘나들면서.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면 아마 과외일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276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머나먼 곳으로.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포괄적인 의미의 ‘휴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집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떠…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1,889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는데,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물론 동생은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새삼…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59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좋긴 한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뭐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같은. (물론 주는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할 것이다.…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69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나름 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만이었던 걸까. 잠깐 아연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딱딱한 걸 먹고… 더보기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81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자극에도, 조금만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목소리가 먼저 떨리고 바로 눈 앞이 흐려질 만큼. 감정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479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생각도 그다지 해본 적은 없지만 궁금한 것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여 회의적인 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