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 공존
다리가 장애인 지인이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공부를 열심히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수업에서는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번뜩이는 유머와 함께 그만의 장애를 극복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업 방식이 있다. 또 그는 사교적이고 따뜻해서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며 산다. 그에게서는 다리의 불편함 이외에 좀처럼 다른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또 한 지인 역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는 오히려 자신의 장애를 당당히 말하며 직장동료나 친구들을 유쾌하게 만들곤 한다. 예를 들면 동료 중 누군가가 어떤 물건을 놓고 ‘누구 줄까?’ 라고 물었을 때 귀엽고 유쾌한 농담으로 ‘나, 나는 장애인이잖아!’ 하며 물건을 가져가거나,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때 ‘난 장애인이잖아, 이 문 좀 열어줘.’ 이런 식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장애인으로서 특별히 동정하거나 그를 도와주지 않거나 그가 물건을 소유하게 되어서 미워하는 경우는 없다.
핀란드에서 양로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잠시 그분들과 오락 프로그램을 함께하게 되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분, 어르신들을 돌보는 분들 그리고 그 어르신들 모두 다른 점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그저 나이가 다르고 장애로 인해 다리나 팔 하나가 없거나 하여 신체만 조금 다를 뿐 그 누구도 눈치를 본다거나 소극적이거나 주눅 들어 있거나 덜 웃거나 하지 않았다. 모두가 너무나 차분하고 당당하고 여유 있게 그저 그 오락 프로그램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생전 처음 본 낯선 우리들에게까지도 오랜 친구를 대하듯 아주 여유 있고 편안하게 대해주었다.
요즘 유행처럼 금수저와 흙수저 이야기를 한다. 마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성공한 인생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회조차 없는 낙오자인 양 절망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활용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 생각에 따라서는 오히려 금수저보다 흙수저가 더 나은 능력이 될 수도 있고 금수저가 흙수저보다 못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언제부터인가 프로이드와 융을 제치고 아들러(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 프로이드, 융과 함께 심리학의 거장으로 불린다. 원래 프로이드와 함께 정신분석협회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나 학설상의 대립으로 인해 독자적인 길을 걸어 ‘개인심리학’을 창설하였다. 아들러는 프로이드와는 달리 과거의 ‘원인’이 아니라 현재의 ‘목적’을 보았고, ‘열등감’이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열등감에 의해 감정적으로 무능해진 사람들을 성숙하고 사회적으로 유능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유연한 지지심리요법을 개발했다.)의 심리학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아들러심리학까지 갈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옛이야기를 통해 아들러의 목적 이론을 잘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쪽이야말로 아들러 이론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며 신데렐라나 라푼첼, 불행한 공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 처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의 주인공이 되었고 우리에게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리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