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기회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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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기회의 인간!

0 개 1,917 김준

G가 한국 대학교에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뜻 밖의 소식이었다. 

 

이미 입학이 결정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변경이라니? 혹 집안에 문제라도 생겼나? 미국에 가지 못할 이유가 있는 건가?

 

Y9 막바지에 뉴질랜드에 온 G는 말 그대로 ‘고생’을 하며 공부를 했다. 전혀 부유하지 않은 집안 형편상 과외나 학원도 이곳 저곳 다닐 형편이 안 되어서 꼭 필요한 과외 이 외의 모든 과목은 혼자서 책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어문 계열에 소질이 있어서 인지 영어를 빨리 따라 잡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너무나 힘든 고교시절을 보냈을 것이 자명한 아이였다. 헐렁하게 큰 키에 선량한 눈빛과 약간은 어눌한 말투까지.. 누가 보아도 만만하다 싶어 찝적대고 싶어지는 외모이다 보니 언어가 원활해지기 전까진 학교에서 속상한 일도 많았던 듯 했다.

 

당시 노스쇼어의 대표적인 남자 공립학교에 다니던 G는 Y11을 올라갈 때 Cambridge과정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한다. 이미 Y10 시험에서 거의 top level에 다다랐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으나 G의 선택은 의외로 NCEA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학교 선생님께서 ‘너 같이 재능이 풍부한 아이는 NCEA를 공부해야 성장할 수 있다’며 적극 추천 하셨다나… 

 

여하튼 Y11에 올라가서도 G의 소위 ‘내 스타일’ 공부는 꾸준하게 계속 됐고 한국에서 성적이 너무 나빠 고등학교를 못 갈까봐 걱정스러웠던 과거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전과목 전 페이퍼 Excellence의 결과를 매년 받아냈다. 

 

그리고 Y13. 지난 4년간의 고교시절 공부를 마감 짓는 중요한 한 해.

 

G는 미국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른다. 사실 누구나 말하듯 미국대학 준비 10년걸린다 하는데 Y13에 들어서서 미국행을 결심하고 준비하겠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소위 공인시험 준비를 해 온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컨설팅을 받아본 적도 없는 아이가 혼자서 미국행을 결심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모 한 일 그 자체였다. 그나마 한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진학 계획과는 무관하게 스스로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SAT 공부를 해 왔다는 정도랄까.. 하지만 한 번도 본 시험을 치러본 적이 없고 본인이 찾아낸 미국의 유료 온라인 tuition site에서 2년 정도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주위의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G와 G의 부모님은 유유자적하기만 하다. 무슨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지…

 

시간이 지나 Y13의 연말이 다가왔다. 그 동안 G의 결심과 계획에 놀랐던 마음은 점점 퇴색되어 갔고 별로 말이 없고 항상 빙긋이 웃는 아이 성격상 이런 저런 진행과정을 들어볼 리 만무한 시간이 지났다. 이제‘미국행 결심’이라는 기억도 가물한 시점이 되어서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G가 Johns Hopkins 의예과에 합격했고 현재 장학금 협의 중이라는 사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히 아이 혼자서 준비하고 진행한 것이 확실한데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다니…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혼자서 미국 진학 준비를 하다 보니 은근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더란다. 그래서 하는김에 한국 대학교 몇 군데에도 원서를 냈지만 모두 낙방. 너무나 실망스러워 미국대학이고 뭐고 집어치우려는 찰라 인터넷 SAT사이트에서 알게 된 미국 친구가 Johns Hopkins에 고교생 학력 평가 board가 있으며 고교생이 자신의 portfolio를 보내면 입학 가능학교나 학과를 안내해 준다고 말 해줬다는 것이다. G는 그 말대로 자신의 자료를 보드에 보냈고 학교측의 답변은 ‘공식 SAT 2200이상을 받으면 의예과 입학을 허가하겠다’는 레터였다. 그 동안 모의 SAT 시험에서 몇 번 만점을 받은 적이 있는 G는 별 부담없이 공식 시험을 치렸고 처음 시험에서 2400점을 받았으며 학교에선 바로 입학허가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G는 가정 형편상 장학금을 요청했고 학교측에서 Half 장학금을 제안했지만 G는 전액 장학금을 요구하며 실갱이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허무하리만치 간단한 입학사례가 되겠다. 

 

한 동안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이 또한 스스로의 결정과 추진에 의해) 현재 G는 한국 고려대학교 의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 이제 20대 중반이 막 지났는데 내년이면 의학박사를 받고 미뤄두었던 군역을 치르게 될 것 같다. 

 

한국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의심스러웠던 G. 어눌해 보이고 약간은 바보스러워 보일 정도로 착하고 착한 G. 인생의 꿈이 의사가 되어 호의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며 남을 돕는 삶인 G. 

 

어쩌면 G에겐 뉴질랜드가 기회의 땅이 되었던 것이 아니라 G 자체가 기회의 인간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구태의연한 속담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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