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겨울여행

0 개 1,954 김지향

뉴질랜드 북섬 끝부분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다. 대도시인 오클랜드와 대비되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였다. 

 

지금 나는 수 천 년의 역사를 묵묵히 서 있는 카오리 나무들과 천연 온천장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이었다. 여러모로 나 자신을 점검하며 나의 부족함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자기 반성을 갖게 하는 여행이었다. 그런 반면 새로운 용기와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

 

버스로 집에서 공항으로 갈 때부터 이번 여행이 무척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것부터 북섬의 최 북단 지역을 다녀 오는 여행이며 사진으로만 보았던 친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여행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 건강에 자신이 없어서 망설였지만, 여행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다녀왔다. 다행히 여행이 나에게 준 에너지는 무척 크고도 깊었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아서 봄날의 날씨였고 온천을 하는 동안에 적당히 구름이 가려 주기까지 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몰랐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파미에서의 옛 친구들을 만났는데, 너무나도 기쁜 소식을 접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소식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딸이 좋은 직장에 정식 직원으로 취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나를 만나는 그날이 딸의 승용차가 그녀에 맞는 맞춤으로 완성이 된 날이라고 했다. 인간 승리가 따로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녀의 모성애와 그녀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우주가 마음작용이란 것이 새삼 깊이 다가왔다. 불편한 몸으로 하루에 6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출퇴근을 하였었는데, 그 얼마나 다행스럽고 대견한 일이던가?

 

여행 중에 공부를 많이 한 훌륭한 스님을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그 스님의 말씀보다 더 깊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내용이였다. 얼큰한 알탕찌개 맛이 더 달게 느껴진 것은 딸의 승용차가 나온 턱을 얻어먹는 저녁이라서 더 그랬을 거다. 그녀의 행복이 그곳에 앉아 있는 네 명의 가슴에 가득 차고도 넘쳐나서 웃음꽃이 만발했다. 

 

내가 행복해야 주위가 행복하다는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지내는 수행자들보다 더 큰 수행자가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수없이 넘어져 다치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남들의 수 백 배 노력하면서 공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까지 해나가는 그녀. 그녀가 나에게 주는 교훈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내 심장이 왜 커졌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으며, 심장박동기계를 달고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염려와 감사가 엇갈렸는데,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녀가 새 삶을 시작한 것처럼 나 역시 새 삶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은 이 생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어두웠던 시기를 거치고 빛으로 들어온 삶이라고 하지만, 어찌 빛 속에 어둠이 존재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블록이 되어 그녀 앞에 벽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환한 빛인 그녀의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시원찮게 올라오고 있었던 히야신스 잎이 분홍빛 꽃을 머금고 있었다. 파란 잎이 돋아날 때, 봄으로 착각하는 게 재미있어서 웃었는데, 겨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희망을 전해주려 준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따스해졌다.

 

수 천 년의 세월을 묵묵히 한 자리에 서 있는 카오리, 봄에 잠깐 피고 지는 히야신스 꽃, 이번 겨울 여행을 위해 나를 초대해 준 친구, 나와 함께 동행해준 친구와 오클랜드에서의 친구들…… 우주의 모든 생명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나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겨울여행이었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돈키호테의 착각

댓글 0 | 조회 1,585 | 2017.09.26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요즘 바빠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젊어서 컴퓨터를 배울 땐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환갑을 넘긴 나이에 … 더보기

도깨비 방망이가 하늘하늘 춤을 추네!​

댓글 0 | 조회 1,377 | 2017.08.22
비바람이 몰아치는 창밖을 보면서 겨울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월동준비를 충분히 해 둔 덕분에 지난 해보다 더 따스하게 보내고 있지만, 지독한 독감은 내 온 몸을 … 더보기

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미련

댓글 0 | 조회 1,980 | 2017.08.08
어리석고 둔한 것을‘미련하다’고 하며, 품었던 감정이나 생각을 딱 끊지 못하는 것을‘미련’이라고 한다.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며 동물을 미련스럽다고 하지만, … 더보기

‘더한 합’과 ‘젠장’

댓글 0 | 조회 1,507 | 2017.07.11
근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인구 20000명과 인구 50000명의 작은 도시를 거쳐 수도인 웰링턴 대형 쇼핑몰의 매장에서 옷 판매를 하게 되었다.뉴질랜드에 … 더보기

처음 그때처럼

댓글 0 | 조회 2,267 | 2017.06.28
왕가누이에 처음 와서 모텔을 알아 보고 있었을 때, 쇼핑몰에서 가장 가깝고 아름다운 모텔을 들어 갔다. 프랑스나 이태리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는 정원이 소박하면… 더보기

우문현답

댓글 0 | 조회 1,492 | 2017.06.14
얼마 전 친구가 나에게 보낸 이멜을 읽고 내가 무척 감동한 일이 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얼마나 가슴이 따스해지고 기뻤는지 모른다. 그만큼 … 더보기

사랑이라는 이름

댓글 0 | 조회 1,736 | 2017.05.09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맑은 하늘의 따가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해 역시 짧아져서 빨리 어둠이 다가온다.요즘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온… 더보기

부활절의 나비

댓글 0 | 조회 1,812 | 2017.04.26
집에서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서 보내 준 생강청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세상이 돌고 돈다지만 지금 우리 부부는 서로 바뀐 삶을 살고 있다.젊… 더보기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933 | 2017.04.12
매일 아침마다 나에게 오는 편지가 있다. ‘고도원의 편지’라고 아마 나처럼 이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다. 책을 사랑하는 고도원씨가 자신이 읽은 책 중… 더보기

나 자신을 만나는 날

댓글 0 | 조회 1,753 | 2017.03.22
왕가누이 매장에서 일하다 파미 매장으로 옮긴 지도 벌써 2주째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내다가 모처럼만에 집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니, 익숙했었… 더보기

도인을 모시는 여자

댓글 0 | 조회 1,846 | 2017.03.08
지난 주에 휴가를 좀 갖고 나서 이번 주부터 파미 매장에서 근무를 한다. 모처럼만에 집에 와서 생활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날씨 또한 얼마나… 더보기

엄한 사람들만 잡았네

댓글 0 | 조회 2,389 | 2017.02.22
드레스숍에서 일하면서 내가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비스 정신으로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정이 든 손님들이 제법 … 더보기

철 없는 자식

댓글 0 | 조회 1,687 | 2017.02.09
세상을 달리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식들한테 많은 것을 남기셨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 더보기

돈이 사랑이다

댓글 0 | 조회 2,089 | 2017.01.26
작년 연말이 꿈처럼 지나갔다.크리스마스 대목으로 드레스숍이 한창 바쁜 시기에 한국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셔서 임종을 앞두고 계시다면서 서둘러서 … 더보기

꿈 꾸는 세상

댓글 0 | 조회 1,686 | 2016.12.07
왕가누이 강을 끼고 길게 누워 있는 언덕 위로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는 도시, 왕가누이 매장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꿈처럼 지나간 일주일이지만, 그동… 더보기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댓글 0 | 조회 2,027 | 2016.11.23
9년 가까이 사용해왔었던 컴퓨터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다. 그동안 여러번 업데이트를 해가면서 컴퓨터를 사용해 왔었는데, 이제 한계가 온 것이다.나야 그저 글을 쓰고… 더보기

대박의 꿈

댓글 0 | 조회 2,023 | 2016.11.09
레빈에서 일하다 보면 맞은 편에서 로또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불경기인데도 그곳은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나이에 상관 없이 여러 부류의 사… 더보기

아기가 쑥쑥 자라듯

댓글 0 | 조회 2,292 | 2016.10.27
겨울은 어느덧 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유별난 환절기의 변덕 때문에 여기저기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리가 잦다. 갈수록 점점 더 지독해지는 감기 또한 진화를 위…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2,071 | 2016.10.12
눈부시게 빛나는 분홍빛 벚꽃들이 일주일 내내 내리는 봄비를 맞고 축축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회색 하늘에 화사한 핑크색보다야 보라색이 더 잘 어울리지만, 빛이 사… 더보기

행복이 가득한 바구니

댓글 0 | 조회 1,964 | 2016.09.29
꽃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다. 갑자기 날씨가 풀려 따스한 봄날이 온 것처럼 내 몸도 덩달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세 딸들이 다 크고 나니 … 더보기

행복한 부자

댓글 0 | 조회 1,907 | 2016.09.15
그 언젠가부터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붙었다. 왜냐하면 그 일들마다 나에게 알려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나쁜… 더보기

더불어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2,986 | 2016.08.25
이른 아침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딸들 중 시간을 낼 수 있는 딸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스시 집을 오픈 한 동생뻘 되는 지인인데, 직원이 아… 더보기

살어리 살어리랐다

댓글 0 | 조회 1,814 | 2016.08.10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요 청산별곡의 앞부분이다.뉴질랜드에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은… 더보기

현재 겨울여행

댓글 0 | 조회 1,955 | 2016.07.28
뉴질랜드 북섬 끝부분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다. 대도시인 오클랜드와 대비되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였다.… 더보기

귀가 열린 어머니

댓글 0 | 조회 1,723 | 2016.07.14
80초반의 어머니께서 몇 년 전부터 소리를 잘 못 들으셨다. 그러시다가 얼마 전에 아예 귀가 들리지 않으셨던 것이다.어머니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