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0 개 1,659 한얼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무게를 실어준다. 아기 같다. 언제 봐도 끌어안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고, 나갔다 오면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어렸을 적엔 동생이 있는 것이 너무도 불만이었다 (사실......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툭 하면 ‘맏이인 네가 챙겨야 한다’라느니, ‘걔는 아직 어리니 네가 잘 돌봐줘라’라느니. 왜 어른들이 본인들의 책임을 내게 전가하는 지 어린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것 또한, 지금도 종종 그렇다). 나도 어린애인데 내게 대체 뭘 어쩌라는 거지? 놀아주고, 다치지 않도록 살피라고? 어리다곤 해도 아이에겐 아이만의 생활과 세계가 있는 법이다. 타인에게 신경 쓸 여유 따위 내게는 어른보다도 더더욱 부족했다. 게다가 그때에도 그런 생각은 확고했던 터라, 열심히 뜀박질 하며 뛰어놀다 넘어져 다치던, 부딪혀 다치던 그건 그 녀석의 부주의 탓이니 내가 딱히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다치지 않게 지켜본다 해도 넘어지는 그 순간을 막아줄 순 없는 거니까 (살살 놀라고 잔소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다고 듣는다면 동생들의 존재 의의는 반쯤 유명무실해져 버리는 셈이다).

 

그런 형국이었으니, 어쩌다가 동생이 다치거나 울어버리면 타박을 듣는 건 나였고, 자연히 난 동생이란 존재를 짐 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 압박감에서 해방된 것은 입학 때쯤이나 되어서였다.

 

맏이들이 보통 일찍 철이 드는 이유는 동생들의 존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철이 뭔지도 알기 전부터 책임 - 그리고 그에 상응하지 못했을 시 받게 되는 무서운 벌의 존재도 - 을 깨닫게 되니까.

 

내 동생.

 

동생을 향한 내 감정은... 사실 나도 알기 어렵다. 가끔은 나보다도 어른스럽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는가 하면, 마냥 한심스럽기만 할 때도 있다. 나를 보는 녀석의 감정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형제란 게 무릇 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크게 엇나간 일탈 없이 성실하게 자라주어 나 또한 부모님 못지 않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와 나이 차이가 적은 남동생으로, 벌써 나보다 머리가 한 개 반은 크게 자라버렸다. 가로나 세로나 덩치가 엄청나고, 그래서인지 뒤에 세워 놓으면 더없이 듬직하다. 근육질이기까지 하니 타고난 인상이 더더욱 험상궂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머리를 쓰다듬어줘야 할 것 같은 건 왜일까.

 

일가 친척들 중에서도 나는 맏이 축에 속하기 때문에 외가든, 친가든 놀러가면 항상 챙겨줘야 할 어린 동생들이 잔뜩이었고,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챙겨주거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에 진력이 나버렸다. 대신, 난 종종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냥하고, 취미가 통하고, 같이 있으면 밤 새는 것도 모르도록 함께 신나게 떠들고 웃을 수 있는 언니가.

 

동생들의 특권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생이 어리광을 부리거나 애교를 피우면 너무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다. 사실 어느 언니 오빠가 안 그럴까. 간혹 아주 사이가 좋거나, 서로 죽고 못 살 정도로 끔찍이 여기는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워진다. 나와 내 동생 간의 사이는 지금도 썩 나쁘진 않지만, 더더욱 가까워지면 좋을 텐데, 하고.

 

물론, 지금의 우호도로도 만족한다. 서로 필요 이상 참견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신경 써주고 배려하는 사이. 이 정도로도 우린 충분히 우애 좋은 남매가 아닐까.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1,512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1,677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더보기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1,419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597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1,959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945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281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604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1,779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12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560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1,670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54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더보기

현재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1,660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68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1,988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더보기

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79 | 2016.03.10
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죽은 지 제법…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1,635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51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258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1,871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47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59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더보기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60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469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