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없는 주례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주례 없는 주례사

0 개 6,041 한일수
563.jpg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결혼식의 권위도 나타내려고 하는 만큼 주례를 맡을 인사의 명성도 중요하다. 바쁜 일상생활에 젖어있는 주례자의 스케줄을 빼내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답례에 대한 걱정거리까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요새 통상 주례자한테 양복 한 벌 맞춰드리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백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업 주례를 모시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소에 알지도 못하고 지냈던 직업 주례자한테 형식적인 주례를 부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자격이 있는 결혼 주례자(Marriage Celebrant)의 결혼 서명이 있어야 혼인신고가 가능하기에 일반 결혼식을 올린 후에라도 혼인 신고할 때 주례자의 서명을 받는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물론 결혼식 때 자격이 되는 주례자를 모시고 거행하면 되지만 아시안들의 경우 일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할 때 서명절차를 밟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한인의 결혼식에서 키위 주례자를 모시고 혼례식을 올리는 것을 봤는데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그 주례자가 사례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주례자의 권위적인 태도도 문제가 되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주례사가 결혼식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주례사 내용도 기억에 잘 남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주례 없는 결혼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며 현재 40% 이상이 주례 없는 결혼이라 한다. 대신 신랑 신부 측의 부모님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거나 주인공이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를 넣기도 한다. 

지난번 서울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일반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사회자의 안내로 혼인 서약을 하고 신부 아버지께서 성혼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신랑 아버지가 신랑신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주례사를 대신하는 절차로 진행되었다. 일반 주례사보다 더욱 절실하고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구성해보았다.

신혼 가정을 이루는 아들, 며느리에게 

오늘 여러 내외귀빈, 친척, 친지 분들을 모시고 너희들의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구나. 오늘부터 너희 부부는 한 가정을 이루고 완전한 사회적 성인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플라톤의 ‘향연(饗宴)에 의하면 원래 사람은 남녀가 한 몸으로 되어 양쪽에 얼굴, 몸통이 있었는데, 그렇게 활동하려니 너무 불편하여 오늘날의 남녀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분리되어 살아보아도 역시 불편하여 다시 잃어버린 반쪽을 찾게 되었고, 그 반쪽이 서로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너희 부부도 그동안 그토록 찾던 서로의 반쪽을 만나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는구나.

예로부터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맞춰나갈 때 비로소 부부는 일심동체로 같은 방향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이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도 같다. 기차는 양쪽 바퀴가 레일 위를 달리면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기차가 가정이라면 부부는 양쪽 바퀴와 같다. 양쪽 바퀴가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지만 만약 서로 방향을 달리한다거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기차는 탈선하거나 전복하고 만다. 

너희 부부도 ‘행복’이라는 희망봉을 향해 달리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언덕길도 있고 커브 길도 있을 것이다. 언덕길에선 조금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서로를 북돋으며 힘을 모아야하고, 커브 길에선 상대방의 바퀴속도에 보조를 맞춰 전환을 하도록 배려하고 양보하며 서로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너희들이 데이트할 때 안양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로 3시간 거리를 가볍게 왕복했다고 들었다. 그만하면 너희들의 바퀴 성능은 입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행복에 이르는 레일 위를 힘차게 달리되 어떤 변화에 직면했을 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혜롭게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여 나가길 바란다. 

사회인으로서의 지향할 점은 자기 가정의 행복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사회에도 유익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세상에 나와 한 평생을 살다가면서 아무 가치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면 너무도 허무한 일이다. 부디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고 너희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 계승할 자녀들도 출산하여 인류 사회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또한 오늘 바쁘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너희들의 결혼을 지켜봐 주시고 축복해주신 내빈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며 살기를 바란다. Fighting!

2015년 월 일 아버지, 어머니로 부터 

남자는 나이 70에야 철이 든다

댓글 0 | 조회 7,060 | 2015.06.09
“어느 남자가 하느님한테 가서 하소연을 했다. ‘하느님, 왜 남편은 하루 종일 고생하며 돈 벌어서 집에 갖다 주는데 아내는 남편이 벌어 온 돈 가지고 흐늘거리며 … 더보기
Now

현재 주례 없는 주례사

댓글 0 | 조회 6,042 | 2015.12.23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더보기

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댓글 0 | 조회 5,955 | 2015.07.15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고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處署)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이 바이칼 … 더보기

백두산 천지

댓글 0 | 조회 5,856 | 2015.01.29
한국인이 백두산 천지(白頭山 天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하겠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백두산의 정기(正氣)가 흐르고 있으며 고구려의 혼(魂)이 …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

댓글 0 | 조회 5,552 | 2014.09.09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을 요새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이 이해할까 싶다. 젖 먹이가 아닌 어린 애가 울 때는 호랑이가 온다고 겁을 주어 달래기도 했고 곶감을 준… 더보기

중국인들이 몰려온다

댓글 0 | 조회 5,272 | 2016.02.24
우리가 흔히 중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중국인은 내용적으로 각각 성격이 다른 부류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표… 더보기

모자이크 사회

댓글 0 | 조회 5,249 | 2015.11.26
현대사회는 모자이크(Mosaic)와 같다. 하나의 모자이크가 훌륭한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참여한 각자의 조각들이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 더보기

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I)

댓글 0 | 조회 4,941 | 2016.03.23
조물주는 세상에 똑 같은 모습이나 개성을 지닌 인간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좌우 대칭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심지어 얼굴도 자세히 보면 좌우가…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 사들이기

댓글 0 | 조회 4,899 | 2016.04.29
금년 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금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가 한창이다. 그런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미국 최고의 부동산 … 더보기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Ⅱ)

댓글 0 | 조회 4,875 | 2014.08.12
어느 눈 먼 소녀의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월광곡, 어느 날엔가 나에게도 눈 먼 소녀가 있어, 그녀의 영혼이 허전하다고 느낄 때…… 서양 음악가 중에 우리에… 더보기

일곱 베일의 춤

댓글 0 | 조회 4,479 | 2016.03.10
‘모든 괴짜가 다 천재(天才)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천재는 다 괴짜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아… 더보기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

댓글 0 | 조회 4,319 | 2017.03.08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가지고 재물 때문에 남을 헐뜯거나 돈만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행복을 위해서 노력해야……9900만원 재산을 가진 사람한테 100만원만 빌려달라… 더보기

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댓글 0 | 조회 4,014 | 2015.05.26
뉴질랜드로의 한국인 이민 물결이 한창 상승세를 이룰 무렵 1995년 5월에는 하나은행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영어교실 멤버들의 야유회가 열렸다. 남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더보기

민들레의 영토

댓글 0 | 조회 3,780 | 2014.06.24
“골프장 관리인과 잔디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집 주인에게 공적(公敵) 1호인 민들레는 그러나 절대로 없앨 수 없는 잡초이다”라고 멕시코 시니 뉴스지가 표현했다. 민…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한인총회가 처음 열리던 날

댓글 0 | 조회 3,747 | 2014.09.23
일제 강점기의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1880-1936) 선생은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경고했다. 이를 뉴질랜드 다민족 사회에… 더보기

동물 농장에서 무슨 일이?

댓글 0 | 조회 3,590 | 2016.06.23
오클랜드 전원일기 (4)“장원(莊園) 농장에서 평소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 가축들이 돼지의 지도 아래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 존스와 관리인들을 내쫓고 동… 더보기

태평양 문명 시대의 오세아니아

댓글 0 | 조회 3,442 | 2014.08.26
1900년대 초 미국 국무장관이던 헤이(John Hay)가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 대서양은 현재의 바다,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라고 말했다. 이를 100년이 지… 더보기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I)

댓글 0 | 조회 3,408 | 2014.07.22
인간의 영혼(靈魂)은 모든 참된 문학,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문제이리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 오직 인간만이 현재에 살면서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 더보기

풍수 -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댓글 0 | 조회 3,319 | 2015.10.14
부동산 광고를 보거나 부동산 옥셔니어(Auctioneer)의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로케이션(Location) 이다. 부동산(不動産)은… 더보기

빗물 받아먹는 선진국

댓글 0 | 조회 3,285 | 2016.07.13
오클랜드 전원일기 (5)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도시 상수도가 건설되어 생활용수, 음료수, 분수용 등으로 물을 공급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이롭게 만든다. 그러나 로… 더보기

오클랜드 쓰나미

댓글 0 | 조회 3,233 | 2016.09.14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1,200km 길이의 단층대가 인도 지각판과 버마 지각판 사이의 … 더보기

유기농 식품에 눈을 뜨다

댓글 0 | 조회 3,227 | 2016.07.28
오클랜드 전원일기 (6)먼저 살던 키위도 비즈니스로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마당 한 쪽에 온실도 마련해 놓았고 채소밭도 조성해두었다. 자급용 농장인 셈이다. … 더보기

엄마야 누나야 해변 살자

댓글 0 | 조회 3,096 | 2014.07.08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시인(1902, 8 - 1934, 12)은 …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I)

댓글 0 | 조회 3,073 | 2015.09.09
‘씨 뷰 (Sea view)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민을 준비할 때부터 집을 살 때 바다가 보이는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수없이 들… 더보기

아, 스코틀랜드!

댓글 0 | 조회 2,999 | 2014.10.14
아는 만큼 즐겁고 행복하다. 모르는 만큼 답답하고 불편하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이 나라의 가장 인기 종목인 럭비나 요트 경기에 대해서 그 경기 방식에 익숙하지 못…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