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0 개 4,130 오소영
KakaoTalk_20151119_201026466.jpg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째 누적되어 온 피로와 긴장을 말끔히 털어냈다.

산뜻한 기분으로 식당에 내려가니 식탁에 둘러앉은 우리 단원들이 마치 빨강 꽃송이가 펼쳐진듯 여기 저기서 화사하다.

KakaoTalk_20151119_201020004.jpg

오늘의 일정은 ‘블루마운틴’ 관광하기. 더불어 거리공연도 계획한터라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어제와 달리 버스 안의 분위기는 밝고 활기가 넘쳤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이 이제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 일까?
   
KakaoTalk_20151119_201025676.jpg

가는 도중에 1870년도에 지어졌다는 ‘애버튼 하우스’에서 스테이크 점심을 먹었다. 입구로부터 연보라 빛 탐스런 등꽃 송이 들이 반갑게 눈요기를 시켜주는 예사롭잖은 집. 그 아름다운 정원의 식탁에 둘러앉아 고기를 잘라 포식을 하면서 문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 말이 떠 올랐다. 여행중 별미 식사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아닌가. 식사가 끝나자마자 많은 관광객을 그냥 놓칠 수 없기에 거기서부터 첫번째 거리공연을 시작 했다. 처음 해 보는 일엔 망설임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정원에 둘러서서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몸은 비록 고국을 떠나 살지만 ‘한국인’의 얼이 살아있는 우리는 ‘홀로 아리랑’을 열창했다. 의아해하며 우루루 몰려드는 관광객들. 단원들 목에 건 명찰들을 훔쳐보고 곧 열렬히 박수를 쳐주며 환호하고 모두가 놀래며 즐거워 했다. 그들은 제주에서 날아온 관광객들로 ‘호주’에 관광와서 뜻밖에 ‘뉴질랜드’ 할머니들의 노래를 듣는다며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의 노래가 ‘제주도’까지 가는구나. 잔잔한 감동이 가슴을 흔들었다.

10여년 전에 가봤던 기억을 되살리며 ‘세 자매봉’을 멀리서 바라보고 ‘블루마운틴’을 다시금 경험했다. 거의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궤도열차 탑승의 스릴을 전과 또 다른 생소함으로 느끼며 아이처럼 흥분해서 즐긴 시간들. 나이를 져버린 순간이다.

“바로 여기다” 두번째 공연의 장소로 선택된 ‘에코 포인트’ 넓은 광장엔 수많은 인파로 법석이었다.

KakaoTalk_20151119_201023785.jpg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모여드는 사람들. 거의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흥겨워 하는 모습에 우리들 목소리도 따라 커져가고 있었다. 그들의 카메라 속으로 무수히 빨려들어가는 우리들 모델. 신들린듯 ‘영어’로 ‘에델 바이스’를 부를 땐 마치 우리세대의 스타 ‘쥴리 앤드류스’처럼 멋진 폼으로 뛰어나와 춤까지 춰 주는 서양 아줌마도 있어 기쁨을 더해 주었다. 좋아서 박수 쳐주고 함께 공감하면서 몸으로 환호 해 주는 반가운 응답이 거리 공연의 진수임을 알게 되고 따라서 파급효과도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재미있어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냥 더 부르고싶다는 행복한 얼굴 얼굴들. 타임머신을 타고 십년은 뒷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루의 일정을 차질없이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발길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들뜬 기분을 그냥 잠자리에 묻기에는 너무 아쉬운 것 같아 윷판을 벌리기로 했다. 화장끼 없는 민 얼굴에 편한 옷차림의 모습들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웃집 마실 온 할머니들이 영낙없다. “개가 나와야 잡지” “걸이 나오면 우리가 이긴다 와아~”.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에겐 막걸리 대신 음료수가 돌려지고 스넥 안주로 심심풀이를 하면서 고국의 정서에 푹 빠져 신명들이 났다. 저런. 혈기가 내일의 활력소로 충전이 되리라. 마음이 편해졌다.

KakaoTalk_20151119_201023646.jpg

다음날, 세계적인 명소답게 이방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차를 내렸다. 조가비를 세운듯한 반짝이는 타일지붕의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오페라 하우스’. 그런 명소를 우리나라 S그룹에서 관리한다는 새로운 사실에 어깨가 우쭐 해 지면서‘하버 브릿지’를 배경으로 광장에서 노래를 펼친 우리.   

반짝반짝 눈부신 타일지붕이 마치 조명처럼 비춰주었다. 이젠  주저하는 기색도 사라졌다. 카메라맨들에게 포즈까지 취해주면서 여유있게 목청을 세웠다.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우리들의 노래. 아름다운 황혼의 메신져.... 

아직도 내 귀엔 그들의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고 계속 들려오고 있다. 귀찮은 이명(耳鳴)이 박수소리로 바뀌어서 다행스럽다.   

옛날 같으면 뒷방차지나 할 7.80대 노인들이 겁도없이 객기를 부린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의 여세를 몰아 12월에 있을 6회 정기공연도 어김없이 잘 치뤄낼 각오가 되어 있으니 허세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목적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고 하던가. 객기가 아니라 열의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원들’. 

KakaoTalk_20151119_201028309.jpg

노인들의 화려한 외출을 위하여 노심초사로 이끌어 주신 단장님 그리고 지도 해 주신 지휘, 반주자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여행을 매끄럽게 인도 해 주신 여행사 사장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공연도 당연히 성공해야겠죠. 사랑하는 우리 단원 여러분들!..”

과격한 사랑

댓글 0 | 조회 1,531 | 2020.01.29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처럼 곱고 아름다운 여인은 본적이 없다.요즘 배우나 탈랜트중엔 비길만한 미인이 많기도 하다. 그렇지만 성형으로 만들어낸 인물들도 있어… 더보기

왜 그리 창피할까요?

댓글 0 | 조회 1,993 | 2019.12.23
“이제 그만 하시죠”들고 간 서류를 내밀었더니 불쑥 한마디 하시는 가정의 선생님.나이 많다고 이젠 자동차 운전면허증 유효기간도 짧다. 2년밖에 안 준다. 자주 바… 더보기

땡 할비 꽃밭

댓글 0 | 조회 1,584 | 2019.11.26
할아버지 집에 며칠째 인기척이 없다. 커튼도 젖혀진채 그대로인데...아침 7시면 어김없이 쇼핑가방을 들고 집 앞을 지나시는 분이다. 늦잠으로 게으름을 좀 떨다보면… 더보기

첩(妾)바람 초대

댓글 0 | 조회 1,920 | 2019.10.22
주말아침 늘어지게 게으름을 떨어도 되는 날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볼 일이 있다.6시 기상. 외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직접 볼 일과는 무관했지만 물을 끓여… 더보기

9월에 그리는 비정상 자화상

댓글 0 | 조회 1,126 | 2019.09.24
한 달에 한번씩 꼬박 가는 길이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오늘은 좀 더 특별한 목적으로 가고 있으니 기분은 많이 달랐다.겁보가 할 수 있는 기우는 모두 다 생각이 났… 더보기

할머니는 외출중

댓글 0 | 조회 1,734 | 2019.08.27
“바쁘다 바뻐...”아침 6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감미로운 멜로디로 단잠을 깨운다. 발딱 일어나야 하는데 이불속이 따뜻해서 뭉그적대기가 일쑤다.자리를 털고 일어나… 더보기

구공탄 2개 그리고 빨래판

댓글 0 | 조회 1,546 | 2019.07.23
백발이 성성한 칠십대 사촌동생이 늙은 누나를 부추겼다.자기 부모님들 옛날 행적이 궁금해서 알고 싶어 했다. 일찍 저 세상 가신 아버지의 한(恨)이 아직도 가슴속 … 더보기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댓글 0 | 조회 1,380 | 2019.06.25
6월.“내가 이렇다구...”5월의 바톤을 넘겨받은 첫날부터 무섭게 엄포를 놓으며 달겨들었다. 사나운 돌풍과 더불어 기세가 대단했다. 매일 비를 뿌린다. 종잡을 수… 더보기

5불 효도

댓글 0 | 조회 1,754 | 2019.05.28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바야… 더보기

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댓글 0 | 조회 2,330 | 2019.04.23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사랑의 유람선’...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 더보기

‘렌’을 처음 만나던 날

댓글 0 | 조회 1,526 | 2019.03.27
주말오후 말동무 오랜지기와 나란히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급환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나왔다는 친구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 더보기

립스틱 곱게, 더 화사하게...

댓글 0 | 조회 1,305 | 2019.02.27
내 안에 이렇게 속물스런 치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여기 영화관에서 55세 이상 어르신은 단돈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네요”문자 첫마디에 찍혀왔다. 아니 … 더보기

‘모스크바(MOSCOW)’의 하얀 밤(白夜)에 깜짝 선물을 받다

댓글 0 | 조회 1,430 | 2019.01.30
2012년 8월 어느날. 친구 C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SU(러시아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삼년동안이나 별러서 이룬 여행이었기에 두 사람은 많이 들떠 있었다.나는 … 더보기

검은마대(麻袋) 바지 ‘몸빼’ 그리고 달달이

댓글 0 | 조회 1,506 | 2018.12.21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주름진 나일론 천에 알록달록 꽃무늬가 요란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라고 ‘라벨’이 붙은 몸빼 바지다.말 그대로 편하기로 치면 그… 더보기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댓글 0 | 조회 1,562 | 2018.11.27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더보기

춘풍낙엽(春風落葉)

댓글 0 | 조회 1,198 | 2018.10.24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파아… 더보기

아버지의 겨울

댓글 0 | 조회 1,263 | 2018.09.25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더보기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댓글 0 | 조회 1,367 | 2018.08.23
종전 소식을 접하고 피난길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던 때였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에서 길이 막혀 버렸다. 강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었다.잠시겠지. 생각하고 그 … 더보기

글쓰기, 맑은 영혼으로 다시 깨어나다

댓글 0 | 조회 1,171 | 2018.07.24
여자로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동안 주부라는 역활은 주역임이 분명하다. 그 주역에서 밀려난지도 오래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할머니로 바뀌었다. 검던 머리에는 흰서리가… 더보기

영원한 나그네의 빛바랜 여행 일지

댓글 0 | 조회 1,246 | 2018.06.27
“엄마 어제 여행 떠나셨어요.”“또? 누구랑..”“아빠와 함께요.”쎄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충격이 대단했다. 거침없이 나다… 더보기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1,587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 더보기

28세 천방지축 신림동 땡칠이​

댓글 0 | 조회 1,490 | 2018.04.24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무료히 창가에 앉으니 별별 일들이 다 떠오른다.반세기도 전에 살았던 신림동의 한 세월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스멀스멀… 더보기

뱃길 삼십분

댓글 0 | 조회 1,555 | 2018.03.27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더보기

검은 보석같은 친구‘릴리앙’

댓글 0 | 조회 1,269 | 2018.02.27
여름이 저만치 물러나면서 손짓해 불러들인 다음 손님. 가을이 왔다. 따가운 햇살속으로 안겨오는 바람이 제법 상큼하다.이 때 쯤일게다. 다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 더보기

소박함 속에 있었네. 어떤 행복이....

댓글 0 | 조회 1,366 | 2018.01.31
벌써 십여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그 옛날 어머니가 해 주었던 호박 칼국수 타령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다. 시대가 변해서 쉽게 먹을수 있는 먹거리들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