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0 개 2,209 오소영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장’에서 따끈한 물로 샤워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올 때는 종일의 피로가 싹 가셔버려 몸이 더욱 가볍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석양에 빗긴 노을빛이 아름답다. 목에 감기는 엷은 햇살이 상큼한 어깨에 아이의 손길처럼 부드럽다. 뱃속도 가벼워져 얼른 집에 가서 맛있게 저녁만 먹으면 오늘 일과는 끄읕...

날아가는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 일?... 내 파킹 자리에 다른 차가 서 있는게 아닌가. 가끔씩 방문객들의 차가 비어있는 자리에 대어 있다가 가곤 하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임시로 아무데나 세워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웬지 느낌이 이상했다. 아주 낯설지 않은 차 같아서다. 다시 나가서 확인을 해 보니 그 차는 며칠 전부터 우리 단지안에 머물러 있었던 ‘밴’으로 차 안에는 아직도 정리안된 이삿짐이 그득했다.  

누군가가 새로 이사를 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일. 마음이 다급 해 졌다. 옆 집으로 달려가 ‘캔’에게 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내 뒤를 가리켰다. 바로 얼마 전에 이사왔다고 어제 아침 집 앞에서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오던 그 60대쯤. 남자의 집이었다. 내 정당함을 주장하려는데 망서릴 필요가 없질 않은가, 한달음에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고 그 남자를 불러냈다.  

“당신 차를 빼 줘야겠다”라고 얼버무려 의사전달을 분명히 했다. 당연히 그런다라고 ‘키’ 들고 나설줄 알았는데 이건 또 무슨 괴변이신가. 한마디로 그냥 ‘no’란다. 어제 보았던 그 상냥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반쯤 벗겨진 대머리에 안경 속에서 마땅찮아하는 표정이 영 눈에 거슬렸다. 문득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속의 못된 ‘스쿠리지’ 영감이 떠올랐다.

내가 10년 넘어를 한결같이 쓰던 자리라고 조금 높은 소리로 항변을 했지만 그는 듣는둥 마는둥 강력히 ‘no no’만 외쳐대며 밀어내듯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 가 버린다.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견딜 수 없는 낭패감에 분통이 터졌다. 여자 혼자. 물론 영어도 잘 안되는 동양 여인이라는걸 알았으니 슬쩍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을 그 사람이 너무나 괘씸했다. 이럴 때. 아무도 대변 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외롭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캔’이 도와줄 줄 알았는데 모른척 하는 것도 야속해서 이제 여기를 떠날 때가 되었나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냥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뒷 모습을 누구에게 들킬까봐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방금 얼굴을 내민 달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뜩이나 볼륨없는 내 모습이 그렇게나 가늘게 보이는지 초라하고 처연 해 보였다.   

내가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이었을까? 단지 안에 공용으로 되어있으니 먼저 대는 사람이 임자? 하지만 공동생활에 규칙도 있고 질서도 있는법. 지금까진 별 문제없이 잘 지내왔지 않은가. 맨 처음 ‘캔’이 자기 자리를 양보해서 편하게 쓰라고 내 준 거였는데... (차만 빼봐라 내가 당장 갖다 댈테니까) 하지만 차는 내가 더 자주 쓰는 편이니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한번도 있어본 적 없는 일로 고민을 할 줄이야...

어디서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구 해. 혼자 씨근덕거리다가 문득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도 나보고 그런 생각을 했겠지.(너는 먼 나라 동양에서 왔지. 네가 굴러들어 온 돌이잖아)라고.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질서같은 것 무시한다면 나도 해 보자. 나는 달려나가 남의 빈 자리를 찾아 얼른 차를 대놓고 들어왔다. 내 본의가 아니기에 부담 느낄 필요도 없는 것. (이 에는 이. 눈 에는 눈.)이라고 하던가. 게운친 않았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아침 일찍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차를 빼달란다. 아랍계의 젊은 부부의 파킹 자리인걸 모를리 없었다. 긴 말이 왜 필요한가. 당당하게 앞 집을 가리켰다. 현장을 보고 다 알면서 확인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는 알았다면서 그 집으로 향했다.  

내 가슴이 왜 이리 후련할까? 내가 못했던 말을 그 젊은이가 시원하게 대신 해 줄 생각을 하니 얼마나 통쾌한지....(어디 잘들 싸워봐라...) 한참 지나서 젊은이가 돌아왔다. 양쪽 엄지 손가락을 추켜들며 활짝 웃어주었다.  

그 뒤로 당차게 ‘no’를 외치던 남자가 많이 겸언쩍은 표정으로 이번에는 ‘sorry’로 머리를 주억거리며 따라 나왔다.  

내 판단이 그릇되지 않았음이 우선 반가웠다. (그러면 그렇지.) 이럴때 우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쓴다.

잠시 흐트러졌던 무질서가 바로 잡히고 모두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니 다시 편안 해 졌다. 하마터면 영원히 내 자리를 잃을뻔 했다. 그건 곧 내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다행스럽다.     

하루저녁 거친 바람이 물러가니 다시 잔잔한 이웃과 이웃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평화스럽게 살아간다. 치사하지만 부당함을 저질러서라도 정당함을 인정 받았으니 이젠 아무도 나를 함부로 보지 못 할 것이다. 남의 땅에 뿌리 박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다시한번 실감했다. 고약스럽게 ‘스쿠리지’ 같던 남자가 이젠 과한 친절 서비스로 볼 적마다 환하게 웃어준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는법. 앙징한 키에 웃을 때 보이는 하얀 치아가 유난히 눈에 띠는. 소년같이 귀여운 아저씨가 아닌가.

왜 그리 창피할까요?

댓글 0 | 조회 1,992 | 2019.12.23
“이제 그만 하시죠”들고 간 서류를 내밀었더니 불쑥 한마디 하시는 가정의 선생님.나이 많다고 이젠 자동차 운전면허증 유효기간도 짧다. 2년밖에 안 준다. 자주 바… 더보기

땡 할비 꽃밭

댓글 0 | 조회 1,584 | 2019.11.26
할아버지 집에 며칠째 인기척이 없다. 커튼도 젖혀진채 그대로인데...아침 7시면 어김없이 쇼핑가방을 들고 집 앞을 지나시는 분이다. 늦잠으로 게으름을 좀 떨다보면… 더보기

첩(妾)바람 초대

댓글 0 | 조회 1,915 | 2019.10.22
주말아침 늘어지게 게으름을 떨어도 되는 날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볼 일이 있다.6시 기상. 외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직접 볼 일과는 무관했지만 물을 끓여… 더보기

9월에 그리는 비정상 자화상

댓글 0 | 조회 1,124 | 2019.09.24
한 달에 한번씩 꼬박 가는 길이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오늘은 좀 더 특별한 목적으로 가고 있으니 기분은 많이 달랐다.겁보가 할 수 있는 기우는 모두 다 생각이 났… 더보기

할머니는 외출중

댓글 0 | 조회 1,733 | 2019.08.27
“바쁘다 바뻐...”아침 6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감미로운 멜로디로 단잠을 깨운다. 발딱 일어나야 하는데 이불속이 따뜻해서 뭉그적대기가 일쑤다.자리를 털고 일어나… 더보기

구공탄 2개 그리고 빨래판

댓글 0 | 조회 1,541 | 2019.07.23
백발이 성성한 칠십대 사촌동생이 늙은 누나를 부추겼다.자기 부모님들 옛날 행적이 궁금해서 알고 싶어 했다. 일찍 저 세상 가신 아버지의 한(恨)이 아직도 가슴속 … 더보기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댓글 0 | 조회 1,376 | 2019.06.25
6월.“내가 이렇다구...”5월의 바톤을 넘겨받은 첫날부터 무섭게 엄포를 놓으며 달겨들었다. 사나운 돌풍과 더불어 기세가 대단했다. 매일 비를 뿌린다. 종잡을 수… 더보기

5불 효도

댓글 0 | 조회 1,753 | 2019.05.28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바야… 더보기

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댓글 0 | 조회 2,325 | 2019.04.23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사랑의 유람선’...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 더보기

‘렌’을 처음 만나던 날

댓글 0 | 조회 1,518 | 2019.03.27
주말오후 말동무 오랜지기와 나란히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급환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나왔다는 친구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 더보기

립스틱 곱게, 더 화사하게...

댓글 0 | 조회 1,303 | 2019.02.27
내 안에 이렇게 속물스런 치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여기 영화관에서 55세 이상 어르신은 단돈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네요”문자 첫마디에 찍혀왔다. 아니 … 더보기

‘모스크바(MOSCOW)’의 하얀 밤(白夜)에 깜짝 선물을 받다

댓글 0 | 조회 1,425 | 2019.01.30
2012년 8월 어느날. 친구 C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SU(러시아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삼년동안이나 별러서 이룬 여행이었기에 두 사람은 많이 들떠 있었다.나는 … 더보기

검은마대(麻袋) 바지 ‘몸빼’ 그리고 달달이

댓글 0 | 조회 1,501 | 2018.12.21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주름진 나일론 천에 알록달록 꽃무늬가 요란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라고 ‘라벨’이 붙은 몸빼 바지다.말 그대로 편하기로 치면 그… 더보기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댓글 0 | 조회 1,557 | 2018.11.27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더보기

춘풍낙엽(春風落葉)

댓글 0 | 조회 1,194 | 2018.10.24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파아… 더보기

아버지의 겨울

댓글 0 | 조회 1,260 | 2018.09.25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더보기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댓글 0 | 조회 1,363 | 2018.08.23
종전 소식을 접하고 피난길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던 때였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에서 길이 막혀 버렸다. 강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었다.잠시겠지. 생각하고 그 … 더보기

글쓰기, 맑은 영혼으로 다시 깨어나다

댓글 0 | 조회 1,163 | 2018.07.24
여자로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동안 주부라는 역활은 주역임이 분명하다. 그 주역에서 밀려난지도 오래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할머니로 바뀌었다. 검던 머리에는 흰서리가… 더보기

영원한 나그네의 빛바랜 여행 일지

댓글 0 | 조회 1,244 | 2018.06.27
“엄마 어제 여행 떠나셨어요.”“또? 누구랑..”“아빠와 함께요.”쎄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충격이 대단했다. 거침없이 나다… 더보기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1,584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 더보기

28세 천방지축 신림동 땡칠이​

댓글 0 | 조회 1,486 | 2018.04.24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무료히 창가에 앉으니 별별 일들이 다 떠오른다.반세기도 전에 살았던 신림동의 한 세월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스멀스멀… 더보기

뱃길 삼십분

댓글 0 | 조회 1,553 | 2018.03.27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더보기

검은 보석같은 친구‘릴리앙’

댓글 0 | 조회 1,268 | 2018.02.27
여름이 저만치 물러나면서 손짓해 불러들인 다음 손님. 가을이 왔다. 따가운 햇살속으로 안겨오는 바람이 제법 상큼하다.이 때 쯤일게다. 다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 더보기

소박함 속에 있었네. 어떤 행복이....

댓글 0 | 조회 1,365 | 2018.01.31
벌써 십여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그 옛날 어머니가 해 주었던 호박 칼국수 타령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다. 시대가 변해서 쉽게 먹을수 있는 먹거리들이 … 더보기

무대 뒤의 풍경

댓글 0 | 조회 1,176 | 2017.12.19
마치 동굴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침침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가 않았다. 안간힘을 쓰다가 눈이 떠졌다. 다행히도 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