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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피터 황 0 1,809 2015.08.12 17:26
554.jpg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원 샷을 한 다음엔 입을 크게 벌려 이를 드러내고 드라큘라의 끔직한 괴성을 질러줘야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참 재미있게들 논다.

‘술에 장사 없고 술꾼에게 제 명 없다’는 말이 있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돼 있다. 주도(酒道)를 중요하게 생각한 옛 어른들은 술을 마시는 적당한 양에 대하여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해서 한잔 술로 끝나는 법이 없고 석 잔 가지고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라야 알맞되 다만 일곱 잔이면 과음이 되니 먹지 말라고 했다. 적당히 마셔야겠다는 결심을 실천하기가 참 어려운 것이 술자리지만 의사들이 권하는 건강하게 술 마시는 요령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주를 충분히 먹고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원 샷 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듯이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와인은 그 자체만을 마시지 않는다. 와인을 따르는 잔도 함께 즐기는 도구가 되고 같이 마시는 사람들과 음식이 차려진 공간까지 함께 마시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 공간과 자리에 어울리는 기본적인 매너를 익히는 것은 와인을 제대로 마시는 방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을 따를 때 와인은 글라스의 2/3이하 정도가 적당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따르는 것이 좋다. 특히 와인을 따를 때 와인 병이 글라스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 소주나 맥주는 따를 때 술병이 술잔에 닿게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테이블 매너에서 어긋난다. 그렇다고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하듯이 술잔과 많이 떨어져서 멋스럽게 따르는 것도 권할 만한 것은 아니다. 매너는 근사해 보이는 과장이나 화려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정하고 품위 있어 보이면 가장 예절 바른 것이다. 

또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 누군가 술을 따라주면 술잔을 두 손을 받쳐 받는 습관이다. 물론 공손함을 나타내려는 예의의 표시이지만 와인은 술잔을 들어 술을 받지 않는다. 더구나 와인 잔의 다리를 잡고 잔을 뉘여서는 안 된다. 쉽게 와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이해는 되지만 이것은 잘못된 매너다. 와인 잔을 똑바로 살짝 들거나 테이블에 놔둔 채로 와인을 받고 나면 간단히 목례로 예의를 표하면 그만이다. 특히 와인 잔을 잡을 때 목 부분을 잡는 것은 손의 체온으로 인해 와인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화이트와인뿐만 아니고 실온으로 마시는 레드와인의 경우도 글라스 몸통을 잡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브랜디나 코냑은 체온으로 술을 덥혀서 향기를 맡기 위해 손으로 술잔을 감싸고 마시며 그런 이유로 브랜디나 코냑술잔은 일반적인 와인 잔에 비해 다리가 짧다. 

테이블에서 건배를 할 때는 글라스를 들어 건배를 하되 너무 높이 들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봐야 한다. 가까이 옆에 있는 사람과는 글라스를 살짝 부딪쳐도 되지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멀리 있는 사람과는 억지로 일어서서 잔을 부딪치지 말고 앉아서 눈을 마주치며 눈높이로 잔을 들기만 해도 훌륭한 매너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인은 맛과 향과 색깔을 모두 마신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건배를 한 후 와인을 급하게 입으로 가져오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잠시 눈으로 와인의 색깔과 투명도를 확인한다. 잔을 밝은 쪽으로 약간 기울여서 색의 투명도나 농도를 보는 것이다. 레드와인은 색깔이 붉고 선명하면서 윤택이 나고 화이트 와인은 옐로우 계열의 맑고 투명한 색이 난다. 다음은 잔을 두세 번 가볍게 흔든 후 코를 잔에 깊이 갖다 대고 향기를 맡는다. ‘향이 없는 와인은 와인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인은 향기가 절대적이다. 와인의 향기는 꽃, 과일, 야채 등의 향기에 비유한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한 모금 정도, 혀를 적실 정도만 마신 후에 입을 오므려 치아 사이로 들이킨다. 그리고 와인을 머금고 입 안에서 서서히 돌리면서 맛을 음미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와인 평가관처럼 오래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가면서 시음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와인을 마신 후의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상대방과 첫 인사를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와인이 입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와인의 느낌을 오래 음미하며 간직할 수 있다. 먼저 속도를 내다보면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게 되고 취한 상태에서 같은 말을 한없이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제발 원 샷만은 참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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