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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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0 개 1,945 오소영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뙤약볕이 불화로처럼 뜨거운 7월 어느 날. 꼬박 하루 반 나절을 뱃길로 달려 도착한 멀고 낯선 섬. ‘백령도’.

군용 비행기 (민항이 있을리 없는) 활주로로 쓴다는 단단한 모랫벌에 첫 발을 내려놓았을 때다. 뿌우옇게 해무(海霧)에 가려졌던 궁금한 세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지친 나그네를 반겨주던 섬 마을 풍경. 해풍에 실려 오는 비릿한 갯 내음이 이국의 낯설음처럼 멀미에 지친 속을 또 한번 휘저어 놓았다. 출렁이는 물살에 흔들리는듯한 현깃증을 참아내며 억지로 받은 처음 밥상에서 무엇인지? 독특한 맛의 나물 무침이 짭쪼름하고 칼칼해서 의외로 쉽게 속을 갈아앉혀 주었다. 얼마나 놀랍고 다행스러웠는지...

지금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품화되어 김치 담는데 필수품이 된 ‘까나리’ 액젓이었다. 집집마다 큰 독에 몇년씩 묵힌 까나리 액젓을 간장으로 쓰는 이 곳. 그 간장으로 만든 음식이 뱃길에 지친 육지의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북 가까운 곳. 귀향하지 못한 실향민들이 정착해 고향 땅 바라보며 파도를 벗 삼아 그리움을 사는 섬 마을.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가 주워 온 바지락에 노오랗게 계란묻혀 전 붙혀주던 내 고향‘마포’아줌마의 정성도 특별했지만. 반나절 지게 바소고리에 지고 온 살아서 꼬물락거리는 꽃게찜의 그 달짝지근한 맛을 어찌 잊을까? 바다에서 금방 잡은 꽃게의 맛은 서울에서 사 먹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온 집안에 배릿한 비린내를 풍기며 살을 발라 먹느라 정신없던 외지의 사람들.

섬 사람들은 푸근하고 친절해서 금방 정이 들어갔다. 그 분위기에 취해서였을까? 그 여행길에서 뜻밖에도 나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다. 인연이란 정말로 우연한 곳에서 맺어지는 것 일까? 정신 못 차리게 흔들리던 밤 배. 잠 들어야 잊을 수 있는 심한 멀미에 든든한 어깨를 빌려주어 잠들도록 해 준. 아저씨같이 믿어운 남자였다. 밤 바람에 불빛 더위를 식히며 두 사람 나란히 바닷가에 앉으면 정적을 깨는 파도 소리가 마치 묘한 노래처럼 들려 혼곤히 취해버리곤 했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찬란한 별빛들의 속삭임 만큼이나 많은 대화의 향연속에 풀벌레가 합창으로 한 쌍의 젊은이를 축복해 주는가. 막연하게 문학을 동경하던 뜨거운 가슴에 그 사람 또한 현실적으로 맞닥드린 열정에 공감하면서 왜 그리 가슴이 뛰던지.... 스물 넷 청춘이 꽃피는 시절. 누군가를 사랑하고픈 그리움에 그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서서히 느껴갔다.

저 바다 건너 아련히 북의 불빛이 손짓 해 부르는. 두고 온 고향 산천을 축축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외로운 한 남자를 따뜻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운명의 사명감처럼 그렇게....    

타인으로 갔던 두 사람이 돌아올 때는 인생의 미래를 약속하고. 그게 어떤 목적에 버금가는 ‘행운의 티켓’이라고 모든 것 던지고 손잡고 돌아 온 우리들의 그 곳. 북녘에서 ‘사상’과 ‘이념’이 달라 군번없는 유격대로 싸우다 살아 내려 온 삼팔 따라지. 학연도 지연도 끊긴 외톨이에게 딸을 맡길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받아내고 우리는 11월의 신랑 신부가 되었다. 그의 오직 착한 품성 하나 믿어준 우리 부모님들.

섬에서 돌아 올 때. 배 안에 큰 망에 갇혀 실린 검은 돼지를 보고 ‘돈까스’를 뇌까리던 그 사람을 위해 참 많이도 그것을 튀겨냈다. 생일에도 미역국 대신 ‘돈까스’를 먹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같은 사람. 어머니 치마끝에 매달리는 개구장이처럼. 어느 때는 예쁘게 귀염성있는 동생이기를 바라는 오빠같이. 때로는 푸근한 눈빛으로 다독이는 누나이기를. 아내 한 여인으로는 부족한 여성의 모든 역활을 원하는 그는 평생을 ‘홈 시크’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항상 좋아하는 팥밥에도 기름진 고향땅 그것과는 다르다고 투정하고. 들어 본 적도 없는 범벅을 졸라서 그가 이르는대로 따라 만들어도 보았다. 명절만 돌아오면 가슴속이 갈갈이 찢기운 상처로 아파하면서 사는 사람인 것을 금방 알아버리게 여린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참 빨리도 서둘러 떠나갔다. 동고동락 함께 한 세월이 사 반세기. 그가 떠난 세월이 살아 온 세월보다 한참 더 길다. 훌훌히 다 잊고. 혼자이기에 허용되는 나만의 시간을 잘 관리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문득문득 그 때가 떠 오르건 웬일일까? 그 사람을 처음 만나서 가슴 두근거렸던. 그런 세월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도 않을만큼 오래된 일이이었는데 말이다. 이쯤와서 그 때를 기억하는건 아마도 이제 귀소(歸巢)를 서두르는 한마리 새의 본능을 닮아서일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을까? 육신없는 영혼에게 이념따위 따질사람 없으니 그리던 고향산천 내려다 보며 거기에 있겠지. 한 줌 재가되어 북향 산자락에 뿌려진 그는 훨훨 바람타고 날아 잘도 갔을 것이다. 그리움을 마감하고 부모님들도 만났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떠 올리며 인생의 허무함을 눈물 반. 웃음 반으로 허허실실 할 때. 어디선가 나풀나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무 그늘에 앉은 내 발등에 사뿐 날아와 앉더니 날아 갈 줄을 몰랐다. 아주 오래도록... 그가 한 마리 고운 나비가 되어 나를 위로 하는게 아닐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었던 그 날. 지금도 나풀나풀 내 주위를 날으는 나비만 보면 나는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해서 깜짝 깜짝 놀래면서도 괜스레 반갑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 거리고...”

그 섬에서의 명물 . 뽀뿌라 할머니의 노랫소리도 잊혀지지 않는 멋진 추억거리다. 육척 장신의 남자같던 거인 할머니. 생김은 그랬어도 노래 하나만은 일품이어서 짖꿎은 남자들이 막걸리 한 잔에 취한척 치마로 장막을 만들어 가리우고 노래만 들었다나. 우리는 삶이 지루하고 시들 할 때마다 뽀뿌라 할머니 이야기를 했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활력소로 그만한 약이 없었기에... 할머니의 십 팔번 ‘목포의 눈물’을 되세기며 옛 꿈을 쫓아 그 섬으로 달려간다. 내 첫사랑을 꽃 피우던 아득한 북쪽 그 섬으로 .

나의 7월은 꽃다운 나이 스물 네 살에 인생시계가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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