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것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혼자라는 것

0 개 1,509 한얼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정확히는, 혼자라는 것에 대해서.

다소 포괄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생각이긴 하지만 기본 개요는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결국에는 - 궁극적으로 - 혼자라는 것. 특히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난 혼자다’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왜냐하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란 게 아니다.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고, 이기적인 것도 맞겠지만) 그렇기에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지는 가능하지만 이해는 불가능하고, 그래서 사람은 종국엔 아무리 가까워지더라도, 피를 나누고 한평생을 같이 산 사람이라도 온전히 알 수는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몸부림치거나 슬퍼해도 피할 수 없는, 마치 죽음처럼. 그리고 죽음처럼, 그건 슬프지만 슬퍼할 만한 가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힘으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필수불가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실이니.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귀고, 친하게 지내고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을. 그것이 단순한 이사나 전학을 통한 이별이던, 혹은 일생을 함께 했지만 죽음이란 강제적인 엔딩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무조건 마침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것 또한 안타까워 할 일은 못 된다는 것도 조금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저, 너무나 빈번한 일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발생과 소모, 그리고 차차 흐려지는 것은. 그게 상대가 먼저이든 내가 먼저이든 간에, 애정은 어지간한 경우를 제외하곤 수평적일 수 없다.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관계가 오래 가는 비결이겠지만, 그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다. 당연한 말이긴 해도.

처음에,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나는 그것을 잘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식어가는 관계에 귀찮아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내 경우엔 그 감정의 균형이란 것이 지독히도 잡기 힘들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나는 때론 너무 강하게 사랑했지만 때론 지나치게 덤덤했다. 모든 걸 주려고 하는가 하면 아무 것도 받고 싶지 않아했고, 끔찍이 아꼈지만 귀찮을까봐, 혹시라도 부담스러워할까봐 스스로의 감정을 목 졸라버렸다. 가끔은 너무 강하게 졸라서 내 안의 타인을 향한 애정이 자멸해버릴 때도 있었다. 그만큼 난 관계에서조차 (쓸데없이) 완벽주의적이고 양자택일이었다. 모든 걸 주거나, 아니면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거나.

워낙 그런 이율배반적인 성격 탓인지, 나는 종종 혼자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법을 배웠기에 외로워도 그것이 처연하거나 괴롭진 않다. 예전엔 외로운 게 무척이나 괴로웠는데. 이것도 나의 ‘어른이 되는 법’이라고 해도 좋은 것일까. 오랫동안 혼자였던 사람은 연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더더욱 힘들어지지만, 그 대신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당연한 말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거기에다 내향적이기까지 한 성향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도 오래 어울리지 못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인과의 교류는 바로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이다. 거실이나 방에 모여서 각자 조용히 할 일을 하는 것, 그러다가 이따금씩 대화를 하거나 하는 것. 그 정도로도 충분하고, 차분하고 평화롭다. 시끄럽게 떠들고 노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에너지가 금방 닳아버리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까칠하고 날카로워진다. 그렇게 되면 혼자서 충전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면 때문에 섭섭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만큼은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나는 당신들보다 좀 더 고독할 뿐이고, 그래서 고독을 즐기며 살아가는 법을 깨우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사람과 있는 것을 좀 더 못 견디게 된 것 뿐이니까.

사람은 고독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이다.

장신구 - 사랑(받는 여자)의 표식

댓글 0 | 조회 1,787 | 2015.10.29
보석은 사랑 받은 여자의 일생을 상징한다. 그런 말을 읽은 것이 에쿠니 가오리였던가, 아니면 다른 작가의 책이었던가. 출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인상에 깊게… 더보기

추석 -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

댓글 0 | 조회 1,931 | 2015.10.15
한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는 추석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별로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는 아무래도 너무 차가웠… 더보기

요리 - 피할 수 없는 사소함

댓글 0 | 조회 1,264 | 2015.09.24
먹고 살기 위해 필수적인 것 하나: 요리. 요리를 잘 하냐고 묻느냐면 그저 그렇다고 답한다.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굳이 소질이 있지는 않아… 더보기

감기 - 불쾌한 잠복 동거

댓글 0 | 조회 1,776 | 2015.09.10
매년 거쳐가는 연례 행사로는 감기가 있다.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두 번쯤 와버리는 불청객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더보기

가장 짧지만 긴 그 순간

댓글 0 | 조회 1,352 | 2015.08.27
길을 걷다가, 또는 슈퍼마켓에 갔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매번 반갑다기보다는 당혹스럽다. 마주치는 그 한 순간만큼은 인생에서 제일 거북한 … 더보기

고양이 - 도도한 애교쟁이

댓글 0 | 조회 1,553 | 2015.08.13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 중이다. 얼마 전부터. 실은, 몇 년째. 작고 귀엽고 깜찍한 동물도 좋아하지만 그보단 좀 더 커다란 쪽이 취향인 탓에 고양이도 큰 대형묘를 … 더보기

장례식 -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요

댓글 0 | 조회 1,640 | 2015.07.28
살면서 장례식에 가본 적은 딱 두 번이었다. 하나는 아주 오래 전, 하나는 비교적 최근. 처음으로 갔던 장례식은, 사실 누구의 죽음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보기

현재 혼자라는 것

댓글 0 | 조회 1,510 | 2015.07.14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정확히는, 혼자라는 것에 대해서. 다소 포괄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생각이긴 하지만 기본 개요는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보기

일터 - 두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147 | 2015.06.24
전 연재분의 마지막을 손님 이야기를 하며 마쳤으니, 이번에도 손님들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가장 대하기 어려운 류의 손님이랄까, 제일 꺼리는 방문객… 더보기

일터 -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08 | 2015.06.10
내가 일하는 곳은 만물상이다. 적당한 크기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나이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찾… 더보기

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댓글 0 | 조회 1,464 | 2015.05.26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교하면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유독 많다. 더 분방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일까. 특히 여름날에 길거리를 걷다 보면 문신이 있는 사람보다… 더보기

시- 작고 즐거운 조각들

댓글 0 | 조회 1,428 | 2015.05.13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소소한 방법들 중엔 시 외우기가 있다. 물론 많이는 아니고, 그저 아주 좋아하는,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시 한두 개 정도. 로버트… 더보기

Sweater Weather

댓글 0 | 조회 1,372 | 2015.04.29
시간은 가을이지만 계절은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 되는 과도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른바 스웨터의 계절(sweater weather)인 것이다. ‘스웨터의 계절’. 정… 더보기

생일 - 이정표, 기념일, 생존기

댓글 0 | 조회 1,287 | 2015.04.15
생일이 지났다. 해가 갈 수록 나이를 먹는 것이 점점 빠르게 체감되어 안타까웠다. 어렸을 적엔 생일이 아주 즐겁고, 매년 손꼽아 기다리곤 하는 연중 하이라이트였는… 더보기

체육관-운동과 친숙함의 관계

댓글 0 | 조회 1,385 | 2015.03.25
언제 가도 체육관은 똑같다. 같은 조명에 같은 배경, 같은 음악. 그렇기에 마치 제 2의 집 같은 느낌도 든다. 심지어 늘 느껴지는 냄새마저도 똑같으니, 정겹지 … 더보기

주말 - 혼자만의 여유

댓글 0 | 조회 1,554 | 2015.03.10
주말은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조용하게, 그리고 혼자서. 거기에 딱히 하는 일도 없는 것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가끔은 친구들과 만나거나 놀러 나가는… 더보기

정원 - 꽃과 나무와 책임

댓글 0 | 조회 1,565 | 2015.02.25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정원일은 매우 피곤하다. 특히 정원이나 원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꾸거나 키우는 것은 싫어하고, 과수원에 … 더보기

건망증 - 잊어도 되는 것과 잊으면 안 되는 것

댓글 0 | 조회 2,119 | 2015.02.10
건망증이 심한 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조금만 산만해지면 뭐든지 간에 금방 잊어버려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무얼 하든, 무슨 말을 듣건… 더보기

운동 -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댓글 0 | 조회 2,011 | 2015.01.29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한 후의 기분은 매우 좋아한다. 끈적하거나 덥다거나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성취감. 뭔가를 해냈다는 그 고양감. 그 묘한… 더보기

조용한 크리스마스

댓글 0 | 조회 996 | 2015.01.14
크리스마스는 새해와 함께 별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행사들을 싫어하는 편이고, 기념일은 매번 잊어버리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더보기

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780 | 2014.12.10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할머니 댁으로, 그리고 이곳에… 더보기

꿈 - 항상 졸리게 만드는 것

댓글 0 | 조회 1,458 | 2014.11.26
꿈을 자주 꾼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원래 인간들은 대체로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기억을 못 하는 것뿐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일 것이… 더보기

양양 - 서프라이즈 바다 여행

댓글 0 | 조회 2,504 | 2014.11.12
바닷가에 다녀왔다. 일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집을 떠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 침대가 아닌 곳에선 잠을 이루지도 못하거니와, 낯선 분위기에 적… 더보기

인형 - 익숙함과 편안함

댓글 0 | 조회 1,980 | 2014.10.29
인형을 좋아한다. 이 사실 때문에 들은 수많은 지탄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로.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동물 인형에서부터 바비까지 모두 좋아한다. 피에로… 더보기

여행-그리하여 돌아올 따뜻한 익숙함

댓글 0 | 조회 1,651 | 2014.10.15
여행. 이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대개 뭘 떠올릴까. 나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차라리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한다. 이리 뒹굴, 저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