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料理), 와인을 만나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요리(料理), 와인을 만나다

0 개 10,144 피터 황
550.jpg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빨래판 같은 식스팩의 복근쯤은 가져야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시절에서 이제 뇌(학력)가 섹시해서 능력이 남다르거나 쉐프수준의 요리실력을 갖추고 그런 실력에 걸맞게 쿵푸자세로 허세를 부리며 소금쯤은 흩뿌려 줘야 환호성을 받을 수 있다. 아무튼 현재 남자들은 요리를 포함한 가사분담에 더 많은 부분을 참여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몇 가지의 자신 있는 요리는 비장의 무기로 갖추고 있어야 멋진 아버지, 자상한 남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와인은 어떤 요리, 어떤 음식과도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선택한 음식과 조화가 잘 되는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욱 음식의 맛을 상승시킬 수 있다. 그것이 와인과 음식의 조화(마리아주, Marriage)이며 서로간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맛과 향을 최상으로 돋보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육류는 레드와인, 생선과 야채과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비법은 음식과 와인의 색과 향기, 맛의 무게(Weight)를 맞추어 주는 것이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서 소스에 따라 그리고 음식의 색상에 따라 와인을 선택해보기를 권한다. 육류든 생선이든, 닭고기처럼 흰살 고기는 화이트 와인, 연어처럼 붉은 살 고기는 가벼운 붉은 레드와인, 달콤한 음식은 달콤한 와인, 강한 소스의 맛에는 강한 맛을 주는 풀바디(Fill Body)와인, 가벼운 음식에는 가벼운 와인(Light Body)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만약 음식의 맛이 와인보다 강하다면 와인이 밋밋하게 느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아주 단 케이크에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면 와인이 더욱 더 드라이(Dry)하게 느껴질 테니, 케이크보다 단 스위트(Sweet)와인을 선택해야 할 것이고 양념이 많고 향이 강한 고기음식에 피노누아 같이 부드러운 와인보다는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구조가 단단하고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릴 것이라는 것이다. 사용된 소스나 양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는데 흰살 생선요리에 붉은 색 소스가 가미되었다면 화이트 와인보다는 가벼운 레드와인이 더 잘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음식의 온도에 따라 와인선택을 다르게 해보자. 생선이든 육류든 차갑게 서빙되었다면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반면에 데운 생선요리나 뜨거운 소스를 가미한 해물의 경우에는 가벼운 느낌의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 따뜻한 육류의 경우는 대부분 레드 와인이 어울리는 데 반해서 구운 닭고기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는 오히려 로제와인이나 숙성을 하지 않은 가벼운 레드와인이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인 샤도네이나 소비뇽 블랑은 흰 살코기나 생선, Seafood에 잘 어울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과일이 많이 들어간 샐러드나 채소에는 조금 더 향이 많고 드라이한 소비뇽 블랑을 권한다. 두 품종은 신 맛이 주도가 되는 와인인데 Seafood처럼 짠 맛의 음식과 함께 하면 신맛이 약해지면서 와인의 풍미를 더해 준다. 모듬 회의 경우에는 붉은 색깔의 참치 위주면 멜로나 피노누아 같은 가볍고 과일 향이 풍부한 레드와인, 광어와 같이 맛이 섬세하고 연한 생선이면 샤도네이나 소비뇽 블랑 같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좋다. 

바다 가재나 게 요리에는 샴페인이나 샤도네이, 리슬링이 잘 어울린다. 연어의 경우, 뜨겁게 제공될 때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카베르네 멜로 같은 레드와인을, 차갑게 서브될 때는 샤도네이와 같은 화이트 와인이 좋다. 스테이크에는 묵직한 레드와인, 파스타인 경우는 가벼운 레드와인이 잘 어울리고 피자에는 샤도네이, 피노그리스와 같은 화이트 와인과 이탈리아의 레드와인 키안티(Chianti)도 잘 어울린다. 

석화나 생굴의 경우엔, 오크 숙성을 한 샤도네이는 신선한 굴도 상한 것 같이 비리게 만들지만 샴페인이나 오크 통 숙성을 하지 않은(Unoaked) 프랑스 샤블리(Chablis)는 훌륭하다. 특히 조개껍데기가 많이 발견되는 샤블리지방은 오래 전 바다 속이었다고 한다. 석회암을 뚫고 들어간 포도나무가 바다였던 진흙 속에서 뿌리내려 탄생한 것이 샤블리다 보니 담백하고 미네랄 향이 가득한 대서양의 굴과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등식은 일반적인 통계에 의한 것일 뿐 정해진 법칙은 아니다. 일상 적인 음식과 요리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와인 궁합을 찾아내려고 도전해 본다면 설레는 행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화려한 요리에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눈에 보여지는 화려한 것만을 쫓아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황폐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정’ 이나 ‘사랑’ 이라는 요리에는 모든 와인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까닭처럼, 오히려 보이지는 않지만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회일 수록 우리가 살만한 세상이다.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1,527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1,533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 더보기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942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576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179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2,112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더보기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3,772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더보기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2,355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7,232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2,862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6,609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3,953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3,016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3,313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3,807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2,449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 더보기

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댓글 0 | 조회 8,862 | 2015.10.14
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더보기

드라이(Dry),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4,327 | 2015.09.10
하루에 사계절이 들어있다는 뉴질랜드의 봄(Spring)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Spring)처럼 변화무쌍하다. 드라이(Dry)라는 단어는 건조해서 … 더보기

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댓글 0 | 조회 2,603 | 2015.08.12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 더보기

FTA와 뉴질랜드 와인의 전망

댓글 0 | 조회 2,579 | 2015.07.15
인간이 땅(Earth)의 소중함을 잃어 갈 수록 뉴질랜드라는 국가적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위대한 자… 더보기
Now

현재 요리(料理), 와인을 만나다

댓글 0 | 조회 10,145 | 2015.06.10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빨래판 같은 식스팩의 복근쯤은 가져야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시절에서 이제 뇌(학력)가 섹시해서 능력이 남다르거나 쉐프수준의 요리실력을… 더보기

와인의 고수(高手),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3,916 | 2015.05.13
어느 분야에나 고수(高手)는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이룬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겐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남이 알지… 더보기

야식만만, 서바이벌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260 | 2015.04.15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TV프로그램, 바디쇼(Body Show)의 등장은 당당하고 건강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한다. 다이어트는 … 더보기

코로 와인 마시기(Ⅱ)-오키(Oaky)면 오케이(Okay)

댓글 0 | 조회 3,184 | 2015.03.11
일상에서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양으로 승부하던 외식업계를 고급화시키고 더불어 와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 더보기

빈티지(Vintage), 타이밍의 미학

댓글 0 | 조회 2,082 | 2015.02.11
8090년대 거대한 문화복고의 열풍이 한국을 휩쓸었다. 쇼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옛 가수들의 콘서트가 불씨가 되어 영화, 음식까지 청년세대뿐 아니고 장년층까지 어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