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영어

0 개 1,921 박지원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결이기도 하겠지만, 당시에 한국에선 흔치 않았던 외국인들만 보면 울었던 아주 아기였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방긋거리는 아이가 나였다고 한다. 그냥 별로 생각이 없었든지, 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뉴질랜드에 오기 전- 기본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최소투자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전화영어”와 “영국 드라마 반복시청”이였다.

전화영어는 비용이 저렴한 편이었다. 우선,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니 전화가 왔다. 취미가 뭐니, 왜 전화영어를 하고 싶어졌니 등등을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에 맞춰 영어로 대답을 했더니 통화가 종료되었고, 인터넷으로 성적표가 떴다. 이를테면 현재 실력에 대한 평가를 겸한 전화인 것이다. 그리고 무슨 요일 언제 전화를 받고 싶은지 체크를 했더니, 그 날 그 시각마다 필리핀에서 전화가 왔다. 그에 따른 나의 수업준비는 그날그날의 대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이렇게 말하면 이렇게이렇게 대답하겠지? 하며 질문거리, 대답할 거리를 직접 적어보는 것. 이렇게 해서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을 영어에 투자하게 되었다. 하루 10분 혹은 20분씩 진행되는 전화영화의 또다른 장점은 우선 장소불문이라는 것이었고, 제스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언어만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상대방이 그 때 그때 틀린 문법을 고쳐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필리핀 악센트 때문에 불안해하며 신청을 꺼렸지만, 나보다는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해졌다. 어차피 영어에서 표준발음이라는 공식은, 일상생활에서는 이미 파괴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같은 영국 드라마를 반복해서 보았다. 같은 책도 최소 세 번 읽어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머리 나쁜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즌 2 정도를 모두 다 보면 갖가지 구문들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욕이라든가 제스처들도. 그마저도 추리물, 판타지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인과들과 수많은 인물관계도는 한글로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틴에이저물, 홈드라마 같은 것 위주로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았다. 이왕이면 눈이 즐거워야하니 편집도 화려한 것으로 골랐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를 준비하고 뉴질랜드에 오니 말이 원어민처럼 술술술 나왔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냥 의사전달과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눈치껏 이해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눈치껏 이해했던 말들의 원래 뜻을 알게 되고 써먹게 되었다.

영어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면 아예 생각같은 것을 안 해야 되는게 맞는 것 같다. 문법 이런 것을 모르면 확실히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차라리 모르면 절박해져서 어떻게든 의사전달의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회식, 약속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지 조사해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 때 그 때 하는 영어로 먹고 살 수 있을 때는, 그런 영어를 하면 크게 문제는 없는 듯 싶다. 전문적인 영어가 필요할 때는 공부를 조금 더 해가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애초에 언어를 그렇게 배웠다. 배고플 땐 맘마, 애정을 갈구할 땐 엄마, 처음 만날 때는 안녕하세요 같은. 책상 앞에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그냥 그렇게 하늘하늘 혀를 놀리고 머리를 굴리다보면, 어쨌거나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394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34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29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江(Ⅰ)

댓글 0 | 조회 1,572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7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현재 영어

댓글 0 | 조회 1,922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51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반뼘

댓글 0 | 조회 1,609 | 2014.12.09
새벽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 2시쯤 퇴근해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친구가 의뢰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작업을 했다가 밥을 먹었다가 작업을 했다가 … 더보기

상류

댓글 0 | 조회 1,898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침몰

댓글 0 | 조회 1,604 | 2014.11.12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51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88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기대

댓글 0 | 조회 1,749 | 2014.09.24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더보기

루시

댓글 0 | 조회 1,280 | 2014.09.10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 더보기

도박

댓글 0 | 조회 2,056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67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종교

댓글 0 | 조회 1,444 | 2014.07.22
내가 기억하는 한으로, 처음 내가 접했던 종교는 불교였다. 10살 무렵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던 산 속의 어느 조그만 절. 그 절은 정말 깊은 산 구석에 있었는… 더보기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1,928 | 2014.07.08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20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1,570 | 2014.06.11
뜻하지 않은 일로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뭐랄까, 먹는 것보다 싸는 게 더 힘든 느낌이 든다. 오늘. 예정대로라면, 나는 발매계약을 했어야 했지만, 뮤직비디오 편집…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5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21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099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2,000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5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