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항상 졸리게 만드는 것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꿈 - 항상 졸리게 만드는 것

0 개 1,448 한얼
꿈을 자주 꾼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원래 인간들은 대체로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기억을 못 하는 것뿐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일 것이다. 내가 꾸는 꿈은 선명하거나 확실하진 않아도 매우 기분 나쁘고 불쾌한 류가 보통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늘 나를 불안하게, 심란하게 하는.

점이라던가, 꿈이 미래를 알려준다거나 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 꿈은 그저 무의식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내가 꾸는 꿈들이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알려주는 지도 이해하고 싶지 않다. 내가 꾸는 꿈처럼 그것들도 썩 유쾌하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의 항상 내 꿈 속은 노이즈가 낀 것처럼 파직파직하고 흐리멍텅하다. 기괴할 때도 있고, 내용은 어린 아이가 만든 모자이크처럼 조악하기 짝이 없어도 꿈 속에서 느낀 감각만큼은 소름 끼치게 선명할 때가 종종 있다. 

소리나 음성은, 만약 대화가 있다면, 그것도 들리지 않다시피 한다. 마치 귀마개를 쓰고 안개 속을 달리는 것처럼. 꿈 자체도, 그리고 나중에 떠올리는 꿈의 기억도 매한가지다.

내가 꾸는 꿈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꿈을 꿀 때면 높은 확률로 나는 뛰고 있다. 도망간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정작 무엇에 쫓기는 지는 알지도 못하고, 그냥 달리는 경우가 많다. 괴물일 때도 있고,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일 때도 있다. (여담이지만, 가장 압권이었던 꿈 속의 추격자는 화난 엄마였다. 점점 눈이 관자놀이까지 찢어지고 커지면서 뼈가 울툭불툭 튀어나오더니, 별안간 인간 모양의 껍질을 찢고 거대한 인간-사마귀 하이브리드로 변신해 바닥을 마구 찍으면서 날 쫓아왔다. 실화다.) 

잡힐 때도 있고 무사히 도망칠 때도 있지만 어차피 잡혀도 꿈은 끝나지 않는다. 나를 쫓던 자에게 죽임 당할 때도 있지만 죽음은 꿈을 끝내지 않는다. 일종의 환생처럼 내 의식만은 뚜렷하게 다른 상황으로 치환된다. 하지만 ‘죽을 때’의 그 기분, 아주 불유쾌하고 상상만으로 대신해야 하는 고통의 부재는 끔찍하다.

또다른 꿈이라면 떨어지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높은 곳을 좋아하긴 하는데 꿈 속에선 유난히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그것도 정말 싫다. 떨어질 때의 일시적인 무중력, 차라리 끝없이 낙하한다면 모를까 언젠간 이것도 멎어버리고 만다는 그 느낌. 상황이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 바뀐 상황도 익숙해질 틈 없이 금방 끝나버리고 만다는 게. 꿈에 가까운 주변 인물들이 나올 때도 있지만 꿈 속의 그들은 대부분 어딘가 뒤틀려 있어 교묘한 위화감을 들게 한다. 익숙하지만, 퍼즐 조각 하나가 잘못 끼워진 듯한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나는 현실에 종이 한 장만큼 가까운 꿈을 꾸고, 꿈 속에서도 어렴풋하게 그렇게 느끼면서도 정작 꿈 속에선 이것이 꿈에 불과함을 자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자각몽,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라고 하던가. 자각몽 속에선 - 그만큼 불쾌하고 민감하긴 해도 - 자신의 꿈 내용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꼭 한 번쯤은 꿔보고 싶지만 말이다. 

꿈의 기억도 오래 가지 않는다. 아무리 인상적이어도 하루나 이틀, 그 이상을 지나버리면 아주 조각난 편린만이 남고 전체적인 스토리나 배경은 날아가버린다. 아쉬울 따름이다. 종종 꿈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 기억이 없어져버리니, 좋은 소재도 같이 사라지는 셈이니까.

쫓기는 것과 떨어지는 것. 왜 맛있는 걸 먹거나 하는 둥의 좋은 꿈이나, 아니면 아예 꿈 따위 꾸지 않고 푸근하게 잠들 순 없는 지 모르겠다.

장신구 - 사랑(받는 여자)의 표식

댓글 0 | 조회 1,778 | 2015.10.29
보석은 사랑 받은 여자의 일생을 상징한다. 그런 말을 읽은 것이 에쿠니 가오리였던가, 아니면 다른 작가의 책이었던가. 출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인상에 깊게… 더보기

추석 -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

댓글 0 | 조회 1,920 | 2015.10.15
한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는 추석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별로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는 아무래도 너무 차가웠… 더보기

요리 - 피할 수 없는 사소함

댓글 0 | 조회 1,250 | 2015.09.24
먹고 살기 위해 필수적인 것 하나: 요리. 요리를 잘 하냐고 묻느냐면 그저 그렇다고 답한다.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굳이 소질이 있지는 않아… 더보기

감기 - 불쾌한 잠복 동거

댓글 0 | 조회 1,766 | 2015.09.10
매년 거쳐가는 연례 행사로는 감기가 있다.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두 번쯤 와버리는 불청객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더보기

가장 짧지만 긴 그 순간

댓글 0 | 조회 1,346 | 2015.08.27
길을 걷다가, 또는 슈퍼마켓에 갔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매번 반갑다기보다는 당혹스럽다. 마주치는 그 한 순간만큼은 인생에서 제일 거북한 … 더보기

고양이 - 도도한 애교쟁이

댓글 0 | 조회 1,540 | 2015.08.13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 중이다. 얼마 전부터. 실은, 몇 년째. 작고 귀엽고 깜찍한 동물도 좋아하지만 그보단 좀 더 커다란 쪽이 취향인 탓에 고양이도 큰 대형묘를 … 더보기

장례식 -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요

댓글 0 | 조회 1,630 | 2015.07.28
살면서 장례식에 가본 적은 딱 두 번이었다. 하나는 아주 오래 전, 하나는 비교적 최근. 처음으로 갔던 장례식은, 사실 누구의 죽음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보기

혼자라는 것

댓글 0 | 조회 1,497 | 2015.07.14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정확히는, 혼자라는 것에 대해서. 다소 포괄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생각이긴 하지만 기본 개요는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보기

일터 - 두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137 | 2015.06.24
전 연재분의 마지막을 손님 이야기를 하며 마쳤으니, 이번에도 손님들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가장 대하기 어려운 류의 손님이랄까, 제일 꺼리는 방문객… 더보기

일터 -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198 | 2015.06.10
내가 일하는 곳은 만물상이다. 적당한 크기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나이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찾… 더보기

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댓글 0 | 조회 1,456 | 2015.05.26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교하면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유독 많다. 더 분방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일까. 특히 여름날에 길거리를 걷다 보면 문신이 있는 사람보다… 더보기

시- 작고 즐거운 조각들

댓글 0 | 조회 1,421 | 2015.05.13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소소한 방법들 중엔 시 외우기가 있다. 물론 많이는 아니고, 그저 아주 좋아하는,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시 한두 개 정도. 로버트… 더보기

Sweater Weather

댓글 0 | 조회 1,359 | 2015.04.29
시간은 가을이지만 계절은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 되는 과도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른바 스웨터의 계절(sweater weather)인 것이다. ‘스웨터의 계절’. 정… 더보기

생일 - 이정표, 기념일, 생존기

댓글 0 | 조회 1,274 | 2015.04.15
생일이 지났다. 해가 갈 수록 나이를 먹는 것이 점점 빠르게 체감되어 안타까웠다. 어렸을 적엔 생일이 아주 즐겁고, 매년 손꼽아 기다리곤 하는 연중 하이라이트였는… 더보기

체육관-운동과 친숙함의 관계

댓글 0 | 조회 1,374 | 2015.03.25
언제 가도 체육관은 똑같다. 같은 조명에 같은 배경, 같은 음악. 그렇기에 마치 제 2의 집 같은 느낌도 든다. 심지어 늘 느껴지는 냄새마저도 똑같으니, 정겹지 … 더보기

주말 - 혼자만의 여유

댓글 0 | 조회 1,538 | 2015.03.10
주말은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조용하게, 그리고 혼자서. 거기에 딱히 하는 일도 없는 것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가끔은 친구들과 만나거나 놀러 나가는… 더보기

정원 - 꽃과 나무와 책임

댓글 0 | 조회 1,553 | 2015.02.25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정원일은 매우 피곤하다. 특히 정원이나 원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꾸거나 키우는 것은 싫어하고, 과수원에 … 더보기

건망증 - 잊어도 되는 것과 잊으면 안 되는 것

댓글 0 | 조회 2,109 | 2015.02.10
건망증이 심한 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조금만 산만해지면 뭐든지 간에 금방 잊어버려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무얼 하든, 무슨 말을 듣건… 더보기

운동 -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댓글 0 | 조회 1,999 | 2015.01.29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한 후의 기분은 매우 좋아한다. 끈적하거나 덥다거나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성취감. 뭔가를 해냈다는 그 고양감. 그 묘한… 더보기

조용한 크리스마스

댓글 0 | 조회 989 | 2015.01.14
크리스마스는 새해와 함께 별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행사들을 싫어하는 편이고, 기념일은 매번 잊어버리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더보기

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771 | 2014.12.10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할머니 댁으로, 그리고 이곳에… 더보기

현재 꿈 - 항상 졸리게 만드는 것

댓글 0 | 조회 1,449 | 2014.11.26
꿈을 자주 꾼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원래 인간들은 대체로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기억을 못 하는 것뿐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일 것이… 더보기

양양 - 서프라이즈 바다 여행

댓글 0 | 조회 2,488 | 2014.11.12
바닷가에 다녀왔다. 일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집을 떠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 침대가 아닌 곳에선 잠을 이루지도 못하거니와, 낯선 분위기에 적… 더보기

인형 - 익숙함과 편안함

댓글 0 | 조회 1,971 | 2014.10.29
인형을 좋아한다. 이 사실 때문에 들은 수많은 지탄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로.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동물 인형에서부터 바비까지 모두 좋아한다. 피에로… 더보기

여행-그리하여 돌아올 따뜻한 익숙함

댓글 0 | 조회 1,636 | 2014.10.15
여행. 이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대개 뭘 떠올릴까. 나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차라리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한다. 이리 뒹굴, 저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