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상류

0 개 1,898 박지원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가진 사장이 되었다. 취미는 가지고 있지않고, 일중독자처럼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 직장에 출근을 해서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한다. 직원들이 일 손을 놓고 대화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며, 본인에게 침묵을 하는 것 또한 참을 수 없어한다. 그렇다고 직원이 사장에게 무엇인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그것이 사장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기계를 거칠게 쓰거나 물건을 조금 낭비하며 쓰면 “너 이게 얼마인 줄 알어? 하나에 xxx달러야!” 라고 닥달하는 습관이 있다. 그 때문에 그는 돈만 아는 인간미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은 그의 가정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그는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가정에서 행복하지만은 않은 탓에 더욱더 밖으로 나오려는 기질이 있는데, 가정 밖으로 나온다고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있지만 외로운 삶이다. 악착같지만 여유가 없는 삶이다. 돈이 많아서 이것저것 살수도 있고, 집을 살까 땅을 살까 고민할 수도 있고, 마당에 월풀을 설치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외롭다. 외로운 자들은 적막함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장은 그 방법으로 돈을 택했다.

다른 삶이 있다. 
앤디는 하루에 오로지 네다섯시간만을 일한다. 부인 또한 여섯시간 정도 일한다. 직원들은 앤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는 조금 거칠게 말하고, 비꼬듯 하는 농담을 좋아하며, 주변정리를 잘 하지 않아서 주위사람들에게 피해 아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앤디는 기본시급을 받아가며 나이 오십에 방 하나 거실 하나에 둘이 산다. 집은 매우 좁고, 방의 가구는 하나같이 중고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앤디는 아침 9시에 일이 끝나면 다이빙을 하러 간다. 전복 몇 개를 채취한 뒤 집에 가서 요리를 한다. 그 때에 맞춰서 퇴근한 아내와 함께 전복을 먹은 후 중고침대 위에 누워 영화를 본다. 가끔 기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앤디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마당이 집의 여섯 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 마당에서 그는 다양한 식용식물들을 재배한다. 고추, 배추, 파, 로즈마리... 매일매일 계란을 낳는 닭도 기른다. 그것으로 아내와 저녁을 해먹고 술을 한 잔하고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늘 입는 넝마같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그는 가난하다. 돈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적게 쓰고 적게 버는 것을 택했다. 가정은 행복하고 집은 조금 좁다. 집은 좁고 마음이 조금 여유로운 삶이다. 나이가 많은 그의 경제능력이 확장될 일은 이제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앤디는 딱히 욕심부리지 않는다. 주말에는 부인과 캠핑을 가고 기타를 치고 정원을 가꾸는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막을 극복하는 것을 유쾌하게 포기한 채, 대다수가 보기에는 “정체”인 삶을 택했다. 

두 가지의 삶이 있다. 적막을 극복하려 애쓰는 삶과 적막과 함께 마주가는 삶. 그 외에도 다양한 삶들이 주변에 있다. 모두가 다채로운 삶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삶으로 기억되고 살아간다.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394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34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29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江(Ⅰ)

댓글 0 | 조회 1,572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7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영어

댓글 0 | 조회 1,923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52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반뼘

댓글 0 | 조회 1,609 | 2014.12.09
새벽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 2시쯤 퇴근해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친구가 의뢰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작업을 했다가 밥을 먹었다가 작업을 했다가 … 더보기

현재 상류

댓글 0 | 조회 1,899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침몰

댓글 0 | 조회 1,604 | 2014.11.12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51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88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기대

댓글 0 | 조회 1,749 | 2014.09.24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더보기

루시

댓글 0 | 조회 1,280 | 2014.09.10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 더보기

도박

댓글 0 | 조회 2,059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67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종교

댓글 0 | 조회 1,445 | 2014.07.22
내가 기억하는 한으로, 처음 내가 접했던 종교는 불교였다. 10살 무렵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던 산 속의 어느 조그만 절. 그 절은 정말 깊은 산 구석에 있었는… 더보기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1,928 | 2014.07.08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20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1,570 | 2014.06.11
뜻하지 않은 일로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뭐랄까, 먹는 것보다 싸는 게 더 힘든 느낌이 든다. 오늘. 예정대로라면, 나는 발매계약을 했어야 했지만, 뮤직비디오 편집…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5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22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099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2,000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6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