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기대

0 개 1,749 박지원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아래, 내 몸 어딘가에 내리고 있었다. 남들이 부추겨놓은 나의 잠재, 무심코 던진 한 가닥 한 가닥의 희망들이 거대한 빛이 되어 구름 사이를 가느다란 커튼의 흔들림처럼 내 안을 훔치고 들어올 때, 나는 몸서리치며 괴로워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다짐하고는 했다. 남들이 거는 기대에 의존하지 말아야지, 그 기대를 따라가려는 사람이 되어야지.

때때로 그 기대는 기회처럼 내 삶 어딘가에 나타나 나에게 손짓했다. 그 손짓은 어두운 심연 속에 빛나는 하나의 기회이자 용기와도 같았다. 남들이 모르는 은밀하고 사소한 용기. 아직도 나를 버리지 못한 거울 속의 나는,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는 커다란 조각 같은 것에 갇혀있었다. 거짓 자존심의 크기는 비참함과 반비례하는 성질을 가진다. 이 비참함은 다시 허망함의 무게와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생각해보면 모두들- 한 순간 한 순간을 어떤 기대감을 가진 채 숨 쉬며 살아가는 것이다. 기대감을 부추겨줄 도구인, 용기를 가지고 싶어 구름 속을 헤엄쳐 들어거면, 때때로 그 곳에 다다랐을 때의 손끝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패배감이 거미줄처럼 엉켜들었다. 너무 너무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용기라 누군가에게 말할 수조차 없는 그런 용기. 모두에게 그런 것들이 있다. 모두에게 그런 사실이 있고, 모두에게 그러한 결과들이 있었을 것이다. 엉켜있는 거미줄처럼, 풀려하면 되레 찢겨져 산산조각나는 그런 단단해보였지만 허망한 용기들. 결과물들.

그러한 용기들이 나를 채찍질하는 기대로부터 온다. 희망으로부터 온다. 절망으로부터 온다. 그러한 희망과 절망은 흩날리는 비처럼 나를 아프게 한다. 나를 달리게 한다. 나를 헤엄치게 한다. 구름 낀 거리의 머릿속은 지독한 악취로 가득 찬다. 창문에 비칠 정도의 악취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아, 나는 또 한번 자책한다. 이게 아니었는데. 과정 중에 지독한 오류가 생기고, 착오가 생긴다. 세상과의 타협과 세상을 향해 가져야할 오만함과 겸손의 은밀함이 뚝뚝, 분절되어 불붙은 수수깡처럼 알록달록 녹아내린다. 이쯤되면.

이쯤되면 기대가 그저 희망인지 희망사항인지 혹은 그저 자발적인 강박인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희망의 목적을 다잡고자 애쓴다 해도, 그것이 늘 변치않는 상태로 고정되어있기는 힘들다. 상황은 시시각각 “거의 강박적으로” 변하고, 재빨리 움직이는 만큼 유연해져야하는데 쉽지는 않다. 또한 머리에 구름이 있든 악취에 가득 차 있든 그런 것을 감싸고 있는 것은 결국 세상이고, 세상과 함께 걷기에는 아직 나의 그릇이 작다. 세상으로 달려들어야만 내가 세상과 함께 걷는 사람이 된다. 내가 세상을 걷게 만드는 세상이 된다. 조그만 어항에서는 고기가 끝끝내 자라지 않는 것처럼. 그 물고기는 어항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서는 어항을 바꿀 수 없다. 멈출 듯 하는 아가미를 거칠게 헐떡이며 낯선 땅을 헤집고 나가야만 거대한 물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실상 운도 좋아야만 한다.

내 머릿속에는 황금빛 물고기 비가 내린다.

내 머릿속에는 헐떡대는 아가미들이 출렁거린다.

온갖 기대들이, 내 머릿속에서, 일시적 침묵에 빠진 회색빛 군중처럼 잠영(潛影)한다.

나는 또다시 머릿속 구름의 편안하고 불안한 대기 속으로 숨어버린다.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395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35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29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江(Ⅰ)

댓글 0 | 조회 1,574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7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영어

댓글 0 | 조회 1,923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53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반뼘

댓글 0 | 조회 1,610 | 2014.12.09
새벽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 2시쯤 퇴근해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친구가 의뢰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작업을 했다가 밥을 먹었다가 작업을 했다가 … 더보기

상류

댓글 0 | 조회 1,899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침몰

댓글 0 | 조회 1,604 | 2014.11.12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52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88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현재 기대

댓글 0 | 조회 1,750 | 2014.09.24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더보기

루시

댓글 0 | 조회 1,280 | 2014.09.10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 더보기

도박

댓글 0 | 조회 2,060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68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종교

댓글 0 | 조회 1,445 | 2014.07.22
내가 기억하는 한으로, 처음 내가 접했던 종교는 불교였다. 10살 무렵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던 산 속의 어느 조그만 절. 그 절은 정말 깊은 산 구석에 있었는… 더보기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1,928 | 2014.07.08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20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1,570 | 2014.06.11
뜻하지 않은 일로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뭐랄까, 먹는 것보다 싸는 게 더 힘든 느낌이 든다. 오늘. 예정대로라면, 나는 발매계약을 했어야 했지만, 뮤직비디오 편집…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5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24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101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2,001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7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