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루시

0 개 1,280 박건호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데, “정보”를 넘어선 “관념”이 생겨나면서 행성이 결국 조금씩 파괴되어간다는 그런 이야기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 권리의 주장은 구글에 자주 쓰는 아이디나 이름 등을 칠 경우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볼 수 있음을 삭제해달라는 요구현상을 그 주로 한다. 유럽에서는 이에 대해 “피해자”들이 기업 혹은 해당업체 등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게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듯 신상털기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하여 조금씩 많은 이들에게 의견들이 번져가고 있다.

아직 이 권리에 대한 개념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되지만, 나는 이것이 행성이 파괴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문해커가 찾아낼 수 있는 비밀정보는 제외하고, 결국 모두가 볼 수 있는 정보를 올린 것은 본인이며 그것을 지울 수 있는 것도 본인이다. 이제 사람들은 날아다닐 수 없으니 비행기 대신 정보라는 메세지를 공기 중으로 쏘아올린다. 공기 중에 퍼진 메세지의 메세지는 분산되어 어딘가를 거쳐 찌그러지며 왜곡이 된다. 아직까지는 이런 것을 제제할 수 있는 국제기구도, 완벽한 법망도 없다. 찌꺼기 정보들이 아직까지는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엘빈 토플러가 주창한 제 3의 물결이 흐르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셈인데, 이 과정을 많은 이들이 발전이라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 그리고 “잊혀질 권리”는 이제 그 과정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발전은, 언제나 멸망 혹은 소멸과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과장하자면, 곧 우리가 걷고 있는 정보의 신세계는 팍스로마나에 이르게 될 것이고 무너져내릴 것이다.

아직은 평화로운 가면무도회장에서, 우리는 얼굴 위에 덧댄 벽 아래서 자유롭다. 가면을 어떻게 꾸미고 안 꾸미고가, 그리고 가면의 투명도가 현재 이 행성의 법이다. 마녀사냥과 여론, 욕구불만의 집단적 움직임들은 개인이 이루어낸 것이 아닌 가면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웃고 있는 가면, 울고 있는 가면들 모두 결국 자신이 꾸미기 나름인데, -다시 말하지만 해커들이 전문적으로 파헤칠 수 있는 정보를 제하고- 벌써부터 “잊혀질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꽃단장에 대한 변명의 리콜이다. 이 리콜에서는 굳이 미디어 카르텔같은 용어까지 논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가면과 올바른 가면 뒤의 모습으로 살았다면, 혹은 올바르고 정말 철저한 가면의 뒤에서 살았다면- 아니면 아예 가면없이 살았다면 딱히 아직까지 실체가 없는 어떠한 것에게 타임머신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간은 당연히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그 과거를 과거와 달리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시한 것은 결국 본인이다.

마녀사냥이 아닌 인간사냥이 때때로 행해지는 이 시점에서 신상털기의 역기능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주목받고 싶거나 주목받는 이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는다. 자신이 실제로 잘못을 했다면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그것이 마녀사냥이라면 그 잘못은 미성숙한 네티즌들에게 있지만 그 책임은 결국 또다시 본인에게 있다. 개개인이 매스컴이 되어버린 가십의 시대에 사실 사실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떳떳한가, 인터넷 상의 화려한 겉치레와 내실, 노출과 은폐의 컨트롤 같은 것들이 진실보다 더 중요해져버렸다. 더 보편적인 진실을 논하자면- 자신의 과거는 언제나 그 자신의 미래에 놓여있다는 것. 하여 잊혀질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한다는 것은 조금 무책임해보인다. 결국 스스로가 그 권리를 만들어내야한다.

분명 우리는 새로운 정보의 도구들이 -이를테면 웨어러블 기기들- 등장하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다른 시각의 법률을 제시할 필요성은 있다. 다만 “잊혀질 권리”가 아니라 “네티즌 윤리”의 기본 의식부터 단단히 법률적 정의를 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어찌되었든 행성은 파괴될 것이다. 영화 <루시>의 마지막 장면처럼, 부정도 긍정도 아닌 정보의 완벽한 파편이 어디에나 흩어질 것이다. 통제는 저항을 불러오고, 인간은 강해질수록 나약해질테니까. 새로운 그 세계와 새로울 나의 세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은 관조적 시선과 사유의 일상화일 것이다.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396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36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29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江(Ⅰ)

댓글 0 | 조회 1,575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8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영어

댓글 0 | 조회 1,924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53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반뼘

댓글 0 | 조회 1,614 | 2014.12.09
새벽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 2시쯤 퇴근해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친구가 의뢰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작업을 했다가 밥을 먹었다가 작업을 했다가 … 더보기

상류

댓글 0 | 조회 1,899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침몰

댓글 0 | 조회 1,604 | 2014.11.12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54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금연

댓글 0 | 조회 2,192 | 2014.10.15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 더보기

기대

댓글 0 | 조회 1,753 | 2014.09.24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더보기

현재 루시

댓글 0 | 조회 1,281 | 2014.09.10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 더보기

도박

댓글 0 | 조회 2,061 | 2014.08.27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69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종교

댓글 0 | 조회 1,446 | 2014.07.22
내가 기억하는 한으로, 처음 내가 접했던 종교는 불교였다. 10살 무렵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던 산 속의 어느 조그만 절. 그 절은 정말 깊은 산 구석에 있었는… 더보기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1,931 | 2014.07.08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 더보기

작업기 (Ⅲ) 요괴의 기다림

댓글 0 | 조회 2,121 | 2014.06.25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1,572 | 2014.06.11
뜻하지 않은 일로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뭐랄까, 먹는 것보다 싸는 게 더 힘든 느낌이 든다. 오늘. 예정대로라면, 나는 발매계약을 했어야 했지만, 뮤직비디오 편집… 더보기

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6 | 2014.05.27
내가 곡을 쓰는 방식은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가사를 주욱 써 놓고, 기타로 코드를 하나씩 잡다가 맘에 드는 코드 진행 방식을 찾는다. 그리고 흥얼흥얼거리며 가사… 더보기

작업기 (Ⅰ) 작곡의 시작

댓글 0 | 조회 2,625 | 2014.05.13
음악 그 자체를 동경해왔었다. 이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런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냥 소리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상 구석의 똑같은 … 더보기

댓글 0 | 조회 2,104 | 2014.04.23
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2,003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8 | 2014.03.26
담배를 피운지는 조금 되었다. 미성년자를 벗어나기전부터 피웠으니 꽤 오래된 셈이다. 내가 좋아하게 되면 으레 그렇듯, 조금은 극단적으로 파고들었다. 담배가 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