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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0 개 2,060 박건호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멍하니 뿌연 담배연기 너머의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재털이를 갈아주거나, 현금을 바꾸어주거나 하는 일을 했는데, 재털이의 꽁초든 현금이든 참 많았다. 담배연기도 많았고, 팁도 많았고 시급도 많은 편이었다. 다만 사장이고 손님이고 간에 표정은 없었다.

나는 돈을 놓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우선 게임이라는 구조 자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게임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작된 월드컵을 기점으로 주변에, “탭”이라는, 스포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 경기에 보통 다양한 옵션이 있다. 어떤 팀이 스코어 몇대몇으로 상대팀을 이기는지부터 해서, 어떤 선수가 골을 넣는지, 승부차기를 하는지 안 하는지. 옵션 선택을 여러개하든 하나만 하든 상관은 없다. 옵션 하나당 1달러를 걸어도 1000달러를 걸어도 된다. A 선수 2 골에 배당률이 4배고 1000불을 걸었다면, 해당 선수가 두 골을 넣을시 4000불(정확히는 3000불)을 벌게 된다. 3골을 넣거나 1골을 넣으면 1000불은 안녕. 어찌되었든 그런 구조인 것이다. 보통 “탭”을 하는 그들의 대화도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그들과 나와의 대화 1. 야 오늘은 100달러를 땄어. 얼마를 걸었는데? 50달러. 그럼 50달러 딴거잖아. ..그렇지.

그들과 나와의 대화 2. 야 오늘은 100달러를 땄어. 얼마를 걸었는데? 1달러. 다른데는 옵션 안 걸고 했어? 아니 걸었지. 거기서도 다 땄어? ...(대답없음) 총 다 하면 적자야 흑자야? .. 마이너스지.

그들은 자신이 잃은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딴 것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보통 자신의 배팅을 엄청난 노력에 의한 것으로 포장을 하며, 그 선택이 옳았을 시에는 꽤 기고만장해진다. 도박의 승패로 자신의 자신감과 자존감의 크기를 가늠하며, 보통은 취미가 없다. 다른 곳에 돈을 쓰는 것은 아쉬워하며, “탭”에 쓰는 것은 돈처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정말 그들이 꿈꾸는 것처럼 돈을 번다한들, 그것이 그들에게 돈으로 보여질까. 자신의 통장에 자신의 노동보다 큰 돈이 들어왔을 때, 반쯤 벗겨진 허망함도 함께 들어오지 않을까. 사람들은 허망함을 허망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결국 소비로 그 허망함을 무시하고자 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영양가있는 소비가 될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버는 돈보다 도박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고, 소득이 괜찮은 편임에도 도박으로 인해 통장이 늘 마이너스인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 답답한 흥미로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지 않지만, 도박에서 승리를 하면 자신의 머리가 좋다고 의기양양한다(머리가 좋지 않다) 도박의 결과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바뀌고, 스스로 버린 사회안전망을 뒤돌아볼 여력도 없이, 늘 불안감과 초조함 속에 산다.

그것이 올바른지 안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다. 오락으로서의 기능도 분명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 나의 자식 혹은 나를 믿고 따르는 어린 친구들이 생겼을때, 어떻게 돈을 버셨어요?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적어도 “도박으로”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경계하되, 나의 가치에 따른 돈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야한다. 그것이 분명 도박은 아닐 것이다.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396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35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29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江(Ⅰ)

댓글 0 | 조회 1,574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07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영어

댓글 0 | 조회 1,923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53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반뼘

댓글 0 | 조회 1,610 | 2014.12.09
새벽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 2시쯤 퇴근해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친구가 의뢰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작업을 했다가 밥을 먹었다가 작업을 했다가 … 더보기

상류

댓글 0 | 조회 1,899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침몰

댓글 0 | 조회 1,604 | 2014.11.12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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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052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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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댓글 0 | 조회 1,280 |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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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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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445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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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무엇인가 보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구름을 입에 문 새들이 태양 근처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나뭇잎을 습관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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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571 |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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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기 (Ⅱ) 알 수 없는 인생

댓글 0 | 조회 2,596 | 20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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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624 |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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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가 온다. 일주일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시간 몇 가지가 있다. 아주 어렸던 16살에, 나는 독특한 패션으로 거리를 쏘다녔…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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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담배

댓글 0 | 조회 2,698 |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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