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A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Boy A

0 개 1,400 박건호
초록빛 눈이 오는 날이다. 회개하기 위하여 떠나기가 쉽지가 않아 흔들흔들거린다. 너를 떠날 수 있는 날, 그리하여 다시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년은 늘 바라고 바란다. 희미하게, 초점 없는 전화의 벨 울림들과 과거가 너를 계속해서 얘기한다. 그 때마다 너는 나무색으로, 때로는 하얗게 물들고 싶어하고, 현실적인 색감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때로는 핏빛으로 물든 손목들이 너를 혈류 과부하의 몸짓으로 너의 몸에 가그닥가그닥 뿌리를 내려 너를 가두어버렸다.
 
따뜻한 듯 차가운 영상들은 사회적 리얼리즘의 경계를 넘나들며 너를 응시하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은 너의 생각과는 반대인데 너는 그것을 모르는 듯하다. 너는 우리의 관심을 붙들고 시선을 너무도 무관심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만들어, 낸다. 통제를 받는 시선. 결국 우리는 너의 비악의적 사디즘에 무관심을 가장한 페니스를 쥐고 흔들어낸다. 눈물 같은 정액은 찔끔찔끔 떨어진다.

범죄란 녹색 눈처럼 하늘하늘 내려온다. 매섭게 너의 목덜미를 베어무는 그 눈들은 너의 발 아래 쌓이고 얼어붙어, 마침내 너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소복히 잠긴 발을 뺄 수 없어 너는 예전처럼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얗게, 하얗게.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결백의 명암들이 간소하다. 붉은 치장을 한 늙은 입술들이 너의 정수리를 짓누르는 목소리로 고할 것이다. 이것이 너의 죄. 절망이 비극에 치닫는다. 파랗고 붉은색이 너를 반기고 잘못 보았던가 그것은 다시 초록색. 마지막 음성은 결국 당신의 고통. 격렬한 타점의 이빨들이 너를 뒤흔든다. 너의 표면 위로는 영국 뉴웨이브를 이어받은 듯 거친 픽셀들의 유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너의 드라마는 뒤틀리는 다큐멘터리처럼 지극히도 답답하다.

내 자아가 너의 뛰어난 슬픔에게 점 없는 새하얀 주사위를 던지라 한다. 주사위를 사각의 방에 내동댕이친다. 주사위는 사방을 방위하며 자신의 하얀 방의 벽면을 오픈한다. 거울에 비친 나는 그 곳으로 들어갔다. 주사위의 벽면이 닫히고 주사위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주사위의 그림자가 방에 낙인되어 지워지지 않는다. 주사위는 위태로운 각도로 모서리를 빛낸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거울을 본다. 프로이트, 라캉, 에고, 욕망의 바깥. 낙인된 자를 바라보는 공감각적 시선의 공감각적 페티시즘.

장치의 위협에 도식화되어 있는 너는, 피카소가 그린 파이프를 든 소년과 그 색채가 흡사하다. 전체적으로 섬뜩,하다. 인간 근원의 살인자에 대한 두려움, 살인에 두려움은 용해된 안개와도 같이 절시증에 스며든다. 무의식의 묘사를 만들어내고 그것은 네 삶에 대한 동정에로의 발로가 된다. 감정적인 크로스 커팅이 너의 삶을 만들어내고 그 커팅은 쇠창살처럼 너를 보는 우리를 가두어버린다.

외출중입니까? 나는 그 하얀 주사위 속에서 비춰진 하얀 나를 보지만 희미한 진동에서 이미 나는 지금 只今을 살해했다. 주사위 속, 그것은 답답하다. 주사위 밖에서, 그것은 그러하다.

내 안에 무언가 깊이 박히는 거 같다. 결핍, 시간, 우정, 파편, 낙오, 사랑, 열외, 소유, 적면... 그 연상되는 한 단어 한 단어들과 너에게 던져지어 동강나는 비웃음들. 비영리 집단의 집단적 움직임은 물고기 떼처럼 거리에 흩어지고, 너는 그 흩어진 거리에서 이름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을 던져내었다.

답이 없는 빛들. 주사위 바깥으로 퍼져나오는 가녀린 세상의 가십, 그 사위들은, 내 망막, 타의 망막 속에서 주사위를 던지고 있는, 탐욕 속에 비끼어 있는 기다란 타인의 손가락이었다. 점 없는 입체성 사각의 주사위, 그것은 젖은 고요를 조장하고, 죄 없는 죄를 만들어낸다. 빌어먹을 슬라이드의 상하, 그날 빛나는 금빛 태양의 절규, 새는 쇠창살의 압박에 현란한 날개짓과 울음을 답보한다. 화원의 흰 국화를 생각한다. 천장이 없는 방 내부 위로 너는 달아나려하지만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너를 쫓는 눈들이 거기에 있었다. 고독이 거칠고 푸른 수면 위에 부딪혀 산산조각난다. 파란 방에는 그림자가 진다. 무거운 너의 목소리. 사람들은 기억해줄까. 

형형색색 사람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의사봉의 기민한 타격음. 맑고 맑다, 깨끗하고도 완벽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부서지는 소리. 허망한 청명함에 너는 그만 귀를 기울인다. 귀를 기울여버렸다.

초록색 눈이 계속에서 쌓인다. 잉크를 물고 있는 거대한 궤적이 똑 쇠창살 모양으로 돌아가는 소리가 자꾸만 이명된다.
 
창문은 오랫동안 열려있었다. 단지 밤이었을 뿐이다.

화이

댓글 0 | 조회 2,326 | 2014.02.25
영화 <화이>. 다섯 명의 아빠 중 한 명인 석태가 아들 화이에게 말한다. 괴물이 두렵다면 괴물이 되거라. 괴물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믿음은 순수성의 증… 더보기

서바이벌

댓글 0 | 조회 1,726 | 2014.02.12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 더보기

한국에서

댓글 0 | 조회 1,765 | 2014.01.30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부산스럽지만 깔끔한, 이용자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하여 만든 회색빛의 거대한 이동체. 사람들은 세포처럼 … 더보기

모자이크(Ⅲ)

댓글 0 | 조회 1,826 | 2013.12.24
호텔의 방. 창가 태양의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고, 산란된 빛의 파장은 곧게 흩어져 호텔의 창가에 곱게 내려앉아있다. 먼지들이 빛의 언저리를 떠돌고, 창틀에 반쯤 … 더보기

모자이크(Ⅱ)

댓글 0 | 조회 1,232 | 2013.11.27
호텔 앞의 해변 아침에 일어나 담배 연기같은 차가운 태양이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빨간 투명함이 내리쬐는 백사장엔 무덤 하나가 있었고 그 위의 크림빛 소녀는 고개… 더보기

모자이크(Ⅰ)

댓글 0 | 조회 1,257 | 2013.11.12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 더보기

지느러미

댓글 0 | 조회 1,457 | 2013.10.22
1. 나는 몇몇 여자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야한다. 허세, 조작, 이기가 엉켜서 나 스스로도 통제 못하던 때가 있었다. 나를 연출하는 것은 나의 처세가 되었었…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4 | 2013.10.08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된 종합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편협하긴 해도- 나름대로 공부… 더보기

칼럼

댓글 0 | 조회 1,714 | 2013.09.24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더보기

이사

댓글 0 | 조회 1,904 | 2013.09.10
저번 주였다. 내가 사는 플랫의 인터넷이 일주일 남짓 먹통상태일 때였다. 일주일 내내 플랫메이트들을 볼 때마다 얘기를 했다. 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 더보기

현재 Boy A

댓글 0 | 조회 1,401 | 2013.08.28
초록빛 눈이 오는 날이다. 회개하기 위하여 떠나기가 쉽지가 않아 흔들흔들거린다. 너를 떠날 수 있는 날, 그리하여 다시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년은 늘 … 더보기

너의 스위치였다

댓글 0 | 조회 1,652 | 2013.08.14
딸깍. 열리는 암실의 문. 외면하고 싶은 현실은 때때로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포착은 시간을 초월한 채 머리 한 켠에 걸어지는 … 더보기

카페

댓글 0 | 조회 1,986 | 2013.07.23
17살. 나는 카페에 자주 갔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기 전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가게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2층에 있었던 그… 더보기

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댓글 0 | 조회 1,556 | 2013.07.09
예전부터 “왜 그렇게 사람이 빡빡해요?”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팍팍하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의 관용구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 더보기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댓글 0 | 조회 5,771 | 2013.06.26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 더보기

자기소개서

댓글 0 | 조회 1,554 | 2013.06.11
본의 아니게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도와주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원이 뭐하는 곳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충격적인 초고를 이메일로 … 더보기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의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20 | 2013.05.28
기차에서 피가 났다, 레일에서 피가 굉음을 내며 흐른다. 줄줄줄줄줄줄줄줄 흐른다 Medina의 You and I를 듣는다. I feel like. I’… 더보기

허세

댓글 0 | 조회 1,401 | 2013.05.14
내가 다녔던 대학교에는 커다란 잔디밭이 있었다. 오월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광장이 가져다주는 어떤 암울한 느낌을 5월이라는 봄 냄새 가득한 단어로서 상… 더보기

음악시간

댓글 0 | 조회 1,455 | 2013.04.24
다음 주까지 각자 음악적인 재주 하나를 가져오면 되는거야. 중학교 시절, 미치광이로 유명했던 음악 선생이 말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어렵다며 불평불만, 투덜투…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1,359 | 2013.04.10
영화 <접속>, <공감>, <8월의 크리스마스> 등등. 수많은 애틋한 만남들과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미필적 대본 속 우연들이 교집… 더보기

소리

댓글 0 | 조회 1,439 | 2013.03.26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우사의 망토와도 같은, 서걱거리는 심장이 있었다. 영혼의 텍스트들이 두터운 긴장감으로 다다다다닥 머릿속을 훑어내고, 가느다란 담배연기가 시간 … 더보기

적과 빛

댓글 0 | 조회 1,247 | 2013.02.27
그 일은 2011년 3월 중순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 일종의 컨설팅 회사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한 번 다녀갔고, 이틀 뒤 한 강사 분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 더보기

배탈

댓글 0 | 조회 1,500 | 2013.02.13
몇 년만에 아픈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것은 군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이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3일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보기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댓글 0 | 조회 1,493 | 2013.01.31
1.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찍은 단편영화: 늦어도 2월까지는 편집 완료! 2. 랭귀지 스쿨에서 한국말 가르치기: 교재 제작! 3. 정착: 워크비자 준비할 것! 4. … 더보기

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댓글 0 | 조회 1,393 | 2013.01.15
1. 백패커. 나는 1층에 있었고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인은 2층에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할로겐 조명을 켠 채 노트북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