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0 개 5,769 박건호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을 이해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밤이든 낮이든 대체 왜, 혼자 산책을 하는거야? 몇몇은, 심심하면 날 부르지 그랬어, 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불러서 뭐해? 그냥 이것저것 얘기하면 되지. 난 사실 내가 꼭 심심해서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이내 관두고 만다.
 
대부분 의존적인 친구들, 즉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거나 못 하는 친구들이 저런 소리를 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은 하는데 그 친구들처럼 누군가에게 꼭 의존하고 싶진 않다. 나는 혼자 있으면 불안하기보단 오히려 편하고, 심심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바쁘다.

그들이 내게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요구할 때가 있다. 내 생각에도 그들로서는 벅찬 어떤 일이라 생각되면,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는 편이다. 다만 곤란한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할까 라기보다는 곧바로 핸드폰 전화번호부부터 뒤적이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아주 혐오스럽다. 그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워서, 나는 그런 식의 전화가 오면 받자마자 “알아서 하세요”라고 한 후 끊어버린다. 이래이래 하면 돼 라고 가르쳐줄 순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본인이 혼자 생각한 끝에 이래이래 할 것이므로 굳이 내가 필요없지 않은가.
 
의존적인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자기주도적인 것보다는 의존적인 것이 때때로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의존적인 것은 이상하다. 의존적인 관계의 긍정적 방향은 도와주는 사람도 함께 배우고, 하다못해 같이 하는 사람이 즐겁기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즉 윈윈이 의존성이 꼭 가져야 할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윈윈 따위 안중에도 없이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핸드폰을 꺼내드는 이들은- 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그런 것을 차치하고, 외로움을 즐기는 법을 모른다는 데에 그 핵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 때문에,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취미나 특기, 전공으로써 서서히 갖추어진 문화산업들의 뿌리는 모두 인간의 외로움에 있다. 외로워서 글을 썼고, 외로워서 음악을 만들었고, 외로운 시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갖가지 철학들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외로울 새도 없이 일했던 (소수의 특권계급은 제외하고) 1차 산업의 시기를 벗어나, 2차 산업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세상이 갖가지 데이터들로 인해 복잡해지는 것이 그 증거다. 그 데이터들의 뿌리는 사실 외로움인 것이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외로워서 뭔가에 빠지는 것은 기실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겨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성격이 다르지만, 사실 그 방법은 아주 원시적으로 이겨내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과, 외로워서 사람을 찾는 것.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모종의 본능을 가진 공통분모로 보인다. 또한 의존적인 사람들은 개인이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을 이해하지 못 한다. 이는 혼자 산책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의존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을 만나도 거울을 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더욱 외로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왕 사람을 만나는 것이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이라면, 단순한 의존성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포장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그것은 이기심 아닐까.

본인이 외롭다면, 타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주고, 조금 더 깊이 그 사람을 위해준다면 외로움이 조금은 덜 할 것이다. 긍정적인 윈윈의 의존은, 만나는 시간만이라도- 서로의 말을 듣고 따뜻하게 서로가 상대방을 어떻게든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내 주변의 사람들이 외롭지 않고, 마구잡이로 의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결국 나를 너무도 외롭게 만든다. 아무도 아무의 시선을 쳐다보지 않고 아무에게나 의존하려는 것은 세상을 외롭게 만든다.

화이

댓글 0 | 조회 2,326 | 2014.02.25
영화 <화이>. 다섯 명의 아빠 중 한 명인 석태가 아들 화이에게 말한다. 괴물이 두렵다면 괴물이 되거라. 괴물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믿음은 순수성의 증… 더보기

서바이벌

댓글 0 | 조회 1,726 | 2014.02.12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 더보기

한국에서

댓글 0 | 조회 1,764 | 2014.01.30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부산스럽지만 깔끔한, 이용자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하여 만든 회색빛의 거대한 이동체. 사람들은 세포처럼 … 더보기

모자이크(Ⅲ)

댓글 0 | 조회 1,825 | 2013.12.24
호텔의 방. 창가 태양의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고, 산란된 빛의 파장은 곧게 흩어져 호텔의 창가에 곱게 내려앉아있다. 먼지들이 빛의 언저리를 떠돌고, 창틀에 반쯤 … 더보기

모자이크(Ⅱ)

댓글 0 | 조회 1,232 | 2013.11.27
호텔 앞의 해변 아침에 일어나 담배 연기같은 차가운 태양이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빨간 투명함이 내리쬐는 백사장엔 무덤 하나가 있었고 그 위의 크림빛 소녀는 고개… 더보기

모자이크(Ⅰ)

댓글 0 | 조회 1,257 | 2013.11.12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 더보기

지느러미

댓글 0 | 조회 1,457 | 2013.10.22
1. 나는 몇몇 여자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야한다. 허세, 조작, 이기가 엉켜서 나 스스로도 통제 못하던 때가 있었다. 나를 연출하는 것은 나의 처세가 되었었…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3 | 2013.10.08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된 종합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편협하긴 해도- 나름대로 공부… 더보기

칼럼

댓글 0 | 조회 1,714 | 2013.09.24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더보기

이사

댓글 0 | 조회 1,903 | 2013.09.10
저번 주였다. 내가 사는 플랫의 인터넷이 일주일 남짓 먹통상태일 때였다. 일주일 내내 플랫메이트들을 볼 때마다 얘기를 했다. 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 더보기

Boy A

댓글 0 | 조회 1,399 | 2013.08.28
초록빛 눈이 오는 날이다. 회개하기 위하여 떠나기가 쉽지가 않아 흔들흔들거린다. 너를 떠날 수 있는 날, 그리하여 다시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년은 늘 … 더보기

너의 스위치였다

댓글 0 | 조회 1,651 | 2013.08.14
딸깍. 열리는 암실의 문. 외면하고 싶은 현실은 때때로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포착은 시간을 초월한 채 머리 한 켠에 걸어지는 … 더보기

카페

댓글 0 | 조회 1,985 | 2013.07.23
17살. 나는 카페에 자주 갔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기 전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가게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2층에 있었던 그… 더보기

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댓글 0 | 조회 1,555 | 2013.07.09
예전부터 “왜 그렇게 사람이 빡빡해요?”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팍팍하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의 관용구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 더보기

현재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댓글 0 | 조회 5,770 | 2013.06.26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 더보기

자기소개서

댓글 0 | 조회 1,553 | 2013.06.11
본의 아니게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도와주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원이 뭐하는 곳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충격적인 초고를 이메일로 … 더보기

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의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19 | 2013.05.28
기차에서 피가 났다, 레일에서 피가 굉음을 내며 흐른다. 줄줄줄줄줄줄줄줄 흐른다 Medina의 You and I를 듣는다. I feel like. I’… 더보기

허세

댓글 0 | 조회 1,399 | 2013.05.14
내가 다녔던 대학교에는 커다란 잔디밭이 있었다. 오월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광장이 가져다주는 어떤 암울한 느낌을 5월이라는 봄 냄새 가득한 단어로서 상… 더보기

음악시간

댓글 0 | 조회 1,453 | 2013.04.24
다음 주까지 각자 음악적인 재주 하나를 가져오면 되는거야. 중학교 시절, 미치광이로 유명했던 음악 선생이 말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어렵다며 불평불만, 투덜투…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1,358 | 2013.04.10
영화 <접속>, <공감>, <8월의 크리스마스> 등등. 수많은 애틋한 만남들과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미필적 대본 속 우연들이 교집… 더보기

소리

댓글 0 | 조회 1,438 | 2013.03.26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우사의 망토와도 같은, 서걱거리는 심장이 있었다. 영혼의 텍스트들이 두터운 긴장감으로 다다다다닥 머릿속을 훑어내고, 가느다란 담배연기가 시간 … 더보기

적과 빛

댓글 0 | 조회 1,246 | 2013.02.27
그 일은 2011년 3월 중순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 일종의 컨설팅 회사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한 번 다녀갔고, 이틀 뒤 한 강사 분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 더보기

배탈

댓글 0 | 조회 1,499 | 2013.02.13
몇 년만에 아픈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것은 군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이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3일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보기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댓글 0 | 조회 1,493 | 2013.01.31
1.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찍은 단편영화: 늦어도 2월까지는 편집 완료! 2. 랭귀지 스쿨에서 한국말 가르치기: 교재 제작! 3. 정착: 워크비자 준비할 것! 4. … 더보기

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댓글 0 | 조회 1,391 | 2013.01.15
1. 백패커. 나는 1층에 있었고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인은 2층에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할로겐 조명을 켠 채 노트북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