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0 개 1,984 오소영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에 의지해 쩔뚝거리고 다니더니 아예 요즈음은 두문불출로 한동안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다. 어디 병이 났나? 많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저물어가는 공감대의 이웃 사람들 마음을 많이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웃이 건네주는 한국 인삼차를 애음(愛飮)하며 ‘파워 맨’을 자칭하는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어 ‘베티’는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노인이다. 세탁물도 남편이 널고 걷고. 마트에 쇼핑도 모두 그의 몫으로 바쁘게 뛰어다닌다.
  
빛이 나도록 하이얀 은발에 햇병아리처럼 샛노란 정장으로 아래위를 차려입고 외출할 때면 영국 할머니의 기품이 저런 것 이구나. 경탄으로 바라보곤 했었는데....

제아무리 천하 장사라도 가는 세월 붙들 수는 없어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장수시대. 백수를 부르짓는 시대라 해도. 어디 베티뿐인가.. 그 또래의 우리들은 이미 낡아버린 고물차 같아 녹슬고 망가진 부속(?)을 갈아끼우며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여생을 불편한채로 살아간다. 허리아파, 다리아파, 무릎아파, 아픈데가 없으면 오히려 비정상이듯 여기저기 서로 아픈데를 엄살하며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살아가는 노후인생.. 골프가방 들고 나서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의식하곤 하지만 겉만 멀쩡하지 나도 망가진데가 참 많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이명(耳鳴)이 진작부터 시작되더니 이젠 난청으로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 허울만 괜찮은 장애자가 아닌가.. “엄마아~” 아이들이 큰 소리로 불러야만 듣고 반응하는 나는 이미 절반은 내가 아닌듯이 스스로가 느껴져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잘 지내는가 궁금하고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 오래간만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신이 약간 혼미 해진 다음부터 자주 전화 나누지 못해 모든걸 잊은신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분명하고 확실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을까? 늙으면 어서 죽어야 한다는 한탄이 쏟아져 나온다. 요즈음 어느 드라마에선가 많이도 듣던 시어머니 대사인데 그게 바로 언니의 신세 한탄이라니.... 핵가족화한 이 시대. 고부(姑婦)가 한 지붕밑에 살면 다 그렇게 되는가보다 라고 안타까운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빈 말인줄 알지만 얼마나 더 길게 살거라고 죽음을 재촉하실까?.
 
“언니 지금 일반 전화 쓰는거지?”   

“그러엄 집 전화지, 나 카드같은 것 이제 없다”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언니 아들 며느리한테 또 야단 맞을 일 저질렀구나 싶어 서둘러 그만 끊자고 보챘다.   

“나 괜찮다. 그정도 쓸만큼 권리있어.” 우리언니 그런사람 아닌데 또 정신 놓치셨구나. 오랫동안 마음이 허허로웠다.
 
내게 지난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들이었다. 지병인 소화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버티고 싶지않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밤마다 깊은 잠 못 이루고 혼자서 죽음의 공포에 떨며 그 마지막 날을 헤아리곤 했었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들. 도무지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삶이 지루하고 고단했다. 고통속에서 삶의 의미를 스스로 자문자답 하면서 끝이 안 보이는 나락으로 한없이 추락해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무서웠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맡은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일. 일그러진 의식을 추스르며 그 곳.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에 연습을 가야 하는 날은.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 혼란스러웠다. (12월 2일 이번 공연까지는 어떡하든 버텨내야지)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어도 소화는커녕 목까지 치올라오는 괴로움속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가 없었으니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헛된 노력과 기대일뿐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하지만 이대로 쓸어지면 나는 영영 끝이다. 정신 차리자, 일어서자.

약하게 무너지려는 자신을 분노로 채찍질하며 아집과 오기로 지켜온 긴 나날들. 스스로 무너진 자신을 추스르는데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떤 책임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게 아닐까?

연습 때마다 항상 한 두 사람 빈 자리가 생기는 것도 노인들 특성으로 감기다 몸살이다 잔병이 이유이다. 모두의 건강을 바라며 살얼음을 밟듯 조심조심 여기까지 올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잠깐씩 젊은이 같은 착각도 하지만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이 황혼인생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보자고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세상를 향해 빛을 뿌리고 사랑을 호소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남은 여생을 멋지게 살아갈 목적이기도 하니까...

서로간의 따뜻한 격려와 열성과 협동.  사랑하는 마음들이 다져져 무사히 도착한 길. 12월 2일 저녁은 할머니와 손주들의 공연에 엄마 아빠가 박수치며 함께 즐기는 가족축제의 날로 오클랜드 교민사회가 한바탕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빛되어 요즈음 살아내기 힘든 교민사회를 잠시나마 훈훈하게 만들어 보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사랑과 기쁨의 전령사로서 지금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무대 뒤의 풍경

댓글 0 | 조회 1,176 | 2017.12.19
마치 동굴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침침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가 않았다. 안간힘을 쓰다가 눈이 떠졌다. 다행히도 꿈… 더보기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1,769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 더보기

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댓글 0 | 조회 1,261 | 2017.10.25
몇 년 전이었다.나른하게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러 한국에 나갔다.좋은 보약 준비해 놓겠다는 딸애의 보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기서 못 먹었던 입에 맞는 … 더보기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댓글 0 | 조회 1,281 | 2017.09.26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거긴 요즘… 더보기

그 특별했던 날의 긴 하루

댓글 0 | 조회 1,392 | 2017.08.22
평상시 외출에는 버스가 마냥 편하다. 그 날은 상황이 달라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서야 했다. 며칠전, 새로 개통된워터뷰(water viwe)터널을 신선한 기분으로… 더보기

빨강 구두 아줌마

댓글 0 | 조회 2,503 | 2017.07.25
밖은 비 바람이 사납다. 오늘같은 날, 밖에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둠침침한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옷을 두둑히 입고 앉아 있는데 있을수록… 더보기

사탕, 달다

댓글 0 | 조회 1,404 | 2017.06.27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더보기

잔인한 달, 나의 4월

댓글 0 | 조회 1,557 | 2017.05.23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누군가 실없는 말로 내 웃음보를 자극해 올 것만 같은 기대로 첫날을 맞았다.고국은 지금 봄이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 더보기

삶의 그림 속에 창 문 낮은 집

댓글 0 | 조회 1,654 | 2017.04.26
우리말에 노름하는 자식, 빚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렵게… 더보기

삶의 축복

댓글 0 | 조회 1,792 | 2017.03.22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신 분.반평생 긴 세월을 그리움 가슴에 싸안고홀로 외로웠던 삶.눈 감으신 고요로움이 차라리 평화로울까?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얼마… 더보기

자만인가, 착각인가

댓글 0 | 조회 1,501 | 2017.02.22
평생을 살집없는 몸매로 튼실한 부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젊었을 때는 날씬(?)하다는 부러움으로 그런대로 살만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쪼그라드니 이젠 배곯고… 더보기

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댓글 0 | 조회 1,469 | 2017.01.25
유모차에 실린 아기가 버스에 올랐다. 머루같이 까만눈이 초롱초롱하다. 커다란 눈속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눈이 마주치자 낯가림도 없이…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191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이만큼 나이 먹어보니 . . .

댓글 0 | 조회 1,673 | 2016.11.23
젊었을땐 남만큼 가진게 많지않다고 투정을 하며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니 이젠 내려다보는 혜안이 열려 지금 있는것만 가지고도 부자임을 감사한다.주제넘은 오만과 편견으… 더보기

지붕위의 여자

댓글 0 | 조회 2,855 | 2016.10.26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 더보기

이름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656 | 2016.09.28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더보기

굴뚝이 있는 집

댓글 0 | 조회 2,810 | 2016.08.25
요즘 새로 짓는 집들은 아예 굴뚝이 없다. 굴뚝이 있는 옛날 집들도 이젠 연기가 나질 않는다.내가 처음 왔을 때 만해도 티티랑이 동네 어귀엔 나무 타는 냄새가 야… 더보기

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494 | 2016.07.28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오시시 한기가 느껴진다. 히터와 침대매트에 스윗치를 올리고 바른자세로 다시 눕는다. 몸이 따뜻해져오면서 살폿이 다시 잠이든다 달… 더보기

꿈을 불러다주는 이 겨울의 선물

댓글 0 | 조회 1,762 | 2016.06.22
한여름에도 발이 시린 친구가 있다. 그야말로 걸을때 말고는 발 모시는(?) 일이 눈물겹다.얼마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때아닌 복더위가 찾아와 지금… 더보기

모자(帽子)의 여인

댓글 0 | 조회 1,492 | 2016.05.26
외출 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멋을 내기 위함인줄 알고 흔히 ‘멋쟁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 더보기

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댓글 0 | 조회 1,791 | 2016.04.28
예정된 하루의 일과를 별 탈 없이 마친 귀가 길은 늘 산뜻하게 마련이다. ‘하버 브릿지’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석양에 물든 고운빛 물 위에 뜬 ‘요트’들의 한가로… 더보기

부녀 별곡 (父女 別曲)

댓글 0 | 조회 2,354 | 2016.03.24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 더보기

소통하는 영원한 벗, 한송이 빨간 장미

댓글 0 | 조회 2,811 | 2016.02.24
혼자 밥 먹는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무심히 놓인 식탁 한켠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칠세라 내 시선을 붙잡는다. “어머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06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반갑잖은 손님이 저기 또 오시네

댓글 0 | 조회 2,453 | 2015.12.22
집 앞 길가에 나가서 빨간 신호등을 마냥 켜 둘까? 현관문을 지킬까? 아니면 방 문이라도 잠가 버리면 그 손님은 오지 않을는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세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