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Calm and 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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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Keep Calm and Carry On

0 개 2,345 한얼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쓰이고 있는 문구다. 컵, 티셔츠, 포스터, 심지어는 벽에 낙서된 그래피티로까지. 

원본 포스터는 세로로 세워진 빨간색 직사각형에, 흰색으로 영어가 한 단어씩 띄엄띄엄 쓰여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영국 왕실의 심볼인 작은 왕관 하나. 얼핏 봤을 땐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이미지다. 보면 아, 과연 40년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런데도. 킵 캄 앤드 캐리 온. 과연, 7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살아남았을 정도로 간단하고 강렬한 메시지다.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쓰이는 다섯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지만 그것에 내포된 뜻은 어마어마하다. 당황하지 마세요. 허둥거리지 마세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정확히 뭘 계속하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장의 포인트는 나이키의 (그냥 저질러버려!) 만큼 어딘가 심플하면서도 설득력이 강한 데에 있다. 신사의 나라답게 딱히 명령조도 아닌데도, 내포된 차분함에서 여유와 추진력이 저절로 넘쳐흐른다. 물론 이 슬로건이 나온 때는 전시였으니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정도로 인상적이지 않으면 안 되었겠지만.

일상 생활에 치이고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고에 지친 사람에게라면 위안과 응원이 될 만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알바 자리에서 잘렸다고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시험을 망쳤다고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길을 걷다 운 없게 개똥을 밟았다고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정신 없고 피곤한 21세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유행하게 된 문구인 만큼, 이 슬로건이 새겨진 상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물며 영국계 국가인 뉴질랜드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나만 해도 시티를 걸으면서 비슷한 문장이 박힌 헝겊 가방 등을 파는 가게를 세 군데나 보았으니까. 아쉽게도, 이라는 오리지널 문구가 새겨진 물건은 없었고, 그 대신 바리에이션인 라느니, 같은 것만 발견했지만. 그것이 이 문장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 어디에나 응용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무수한 짝퉁(?)들이 파생되었다. 대표적으로, 원본의 정반대인 ‘Now Panic and Freak Out’ (이제 패닉하고 갈팡질팡하세요) 같은. 위에는 거꾸로 뒤집어진 왕관과 함께. 사족이지만, 이 경우엔 어딘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상시킨다.

사실 삶이란 것 자체가 진정하고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해도, 굳이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단 편두통을 위해 아스피린을 하나씩 먹듯 자신을 위해 외우는 만트라 정도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한 마디, 외워두고 있는 명언 한 줄 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내 경우엔 바로 이 문장이 그러하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던, 유달리 지독한 악운을 겪었던, 찰나의 실수 때문에 진땀을 뺀 후에던. 킵 캄 앤드 캐리 온. 진정하고 계속해야지. 어차피 이보다 더 나빠질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다가 가끔, 아주 가끔은 조금 슬퍼지는 것이다. 어느새 나도 그런 상비약 없이는 버티기 힘든 정신 연령이 된 걸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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