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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헬싱키’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두 시간 사십분쯤...
해질녘. 잔뜩 찌프린 하늘에선 잔잔한 이슬비가 내려 ‘러시아’에서 뜨겁게 달궈진 몸을 상쾌하게 식혀 주었다.
수오미(suomi) 족이라고 부르는 호수의 나라 ‘핀란드’. 국토의 15%가 호수로. 호수안에 섬들이 18만개나 된단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수를 바로 마실 수 있듯이 ‘깨끗한 자연과 깨끗한 환경. 또한 깨끗한 정치. 깨끗한 사회. 깨끗한 인간을 지켜 나가는 세계적인 복지국가 모범 국가란다. 그래서일까? 처음 만난 사람 가이드의 조용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소리가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여 사실을 그대로 입증해 주는듯 했다. ‘핀란드’ 하면 쉽게 떠오르는 사우나가 있지만 포크 댄스와 폴카가 국민의 오락으로 더 잘 알려진 부자 나라가 ‘핀란드’이다.
맨 먼저 찾은 곳은 ‘시벨리우스’ 공원이었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공원으로 24톤의 강철을 이용한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기념비와 그의 두상이 인상적으로 모든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평생동안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교향시 ‘핀란디아’는 그의 대표작이지 않은가. 너무도 보잘것 없는 작은 공원에서 관광객을 부르며 죽어서도 조국사랑을 하고 있어 감동을 주는데 공원 끝자락 호수에서 상큼한 바람이 불어와 싱거운 내 꿈을 깨 주었다.
각종 국가의 종교 행사가 열리는 ‘원로원 광장’은 약 40만개의 화강암이 깔려 있는 반듯한 정사각형으로 광장 중앙에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2세’의 동상이 서 있어 한때 ‘러시아’령이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광장 정면으로 높직한 계단 위에 밝은 녹색을 띤 구리 돔과 흰색 기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대 성당은 핀란드 ‘루터파 교회’의 총 본산인 헬싱키의 상징적인 교회였다. 1852년에 완공된 교회 앞쪽으로는 대통령 관저와 시 청사 건물이 솟아 있어 나라의 심장부가 한 곳에 모여있는 듯 아담해 보였다. 아마도 지형 때문이겠지.
이번에는 양파형 돔을 머리에 얹고 황금 십자가로 멋지게 장식을 한 ‘우스펜스키’ 사원을 찾았는데 북유럽 최대의 ‘러시아 정교회’라는 설명처럼 과연 대단했다.
시가지 사거리에서 약간 경사진 언덕길을 오르니 넓고 밋밋한 바위동산이 길을 막는다. 그게 바로 우리가 찾아 간 ‘암석교회’였다. 사람이 바글거리는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홀 안의 시설이며 분위기가 너무나 이색적인데 놀랬다. 1969년에 설계해 만든. 기존의 교회의 모습을 완전히 깨뜨린 최첨단 교회로. 내부는 천연 암석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디자인에 의해 암석 사이로는 물이 흘렀다. 바위벽에 세워진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유난히 돋보였는데 자연의 음향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 디자인 되어 자주 음악회장으로 이용이 된다고도 한다.
밖에는 아무 표식도 없고 어딘가에 작은 십자가가 있으니 찾아 보라는 수수께끼 같은 암석교회. 암반을 깨고 교회를 만든 동기가 무엇일까? 너무도 궁금했다.
바닷가에 천막으로 설치된 시장은 아무래도 관광시즌에 맞춘 것으로 모피 제품이 주류여서 북유럽 추운 나라에 왔음을 잠시 실감나게 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볕이 뜨거워 보기에만도 땀이 흘렀다. 어디선가 생선 굽는 냄새가 비릿하면서도 구수하게 코끝을 자극하는데 여기가 울진 항구인가? 주책없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생선구이에 밥은커녕 느끼한 중국식으로 점심을 마친 뒤 다음 코스 ‘투르크’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옛 수도이기도 한 ‘투르크’까지는 두시간 반 거리. 모두가 식곤증으로 나른한 오수에 빠져버려 차만 혼자서 미친듯이 달린다. ‘투르크’로 가는 것은 다음의 일정 ‘스톡홀름’을 가기 위해 ‘실야라인’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다.
관광의 나라 ‘핀랜드’. 야외 민속촌에서 보았던 300년 전의 그 엉성한 목조 건물들이 내 시야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은 무슨 일일까? 우리는 지금 물질 만능의 호화시대에 살면서 그런 집에서 살던 옛 사람들보다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