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시면 안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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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면 안돼죠

0 개 2,323 오소영
“엄마, 이모한테 전화 좀 드려보세요.” 언제나 장난끼 넘치는 응석조로 전화 해 오던 한국의 딸아이 목소리가 오늘은 영 아니었다. (무슨일이 생겼구나)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무섭게 벌렁거려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동안 아이가 내 기분을 알아차린듯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주 큰 일은 아니고 그냥 좀 이상하신 것 같아서....”(그럼 치매증상?) 말도안돼. 그렇게 분명하고 깔끔한 어른이...
 
“별일 없는거지?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이제 멀리 있으니 보고싶다는 말 대신 목소리마져 그리워 뻔질나게 전화하시던 언니. 때 거르지 말고 꼭꼭 챙겨먹어야 건강 유지한다고 아이달래듯 채근하시던 언니가 요즈음 통 연락이 끊겨 많이 궁굼하고 불안하던차였다. 건강식품 보내드리던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혹시 섭섭해 하시는건 아닐까? 라는 오해도 했었지만 그럴 분이 아니었다. 막연했던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나자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이 나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네 딸들이 돌아가면서 안부전화 할 때마다 이 동생도 겯드려 보고 싶다고. 동기간 남다른 사랑에 늘 감동을 주던 내 언니. 형만한 아우가 없다던가. 언니는 같은 서울 하늘밑에 살면서도 자주 내가 보고 싶다고 보채셨는데 이 냉정한 동생은 언니보다는 친구들 챙기기가 더 바뻤었다. 이젠 우리 애들에게 내가 비운 자리를 대신해 푸근하고 너그러운 엄마가 되어   보살펴 주시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자매는 성향이 너무 달라서 일찌감치 철이 든 언니는 할머니 수발드는 일부터 집안 일을 잘 해서 맏며느리감으로 낙인이 찍히더니 정말로 층층시하 시할머님까지 모시는 시집살이를 했다. 백수(百壽)를 목전에 두고 영면하신 시어머님을 팔십 가까운 며느리가 정성으로 잘 모셔   효부상까지 받은 존경스런 분. 피붙이 하나없는 삼팔따라지남편만나 오직 네 식구 살림뿐, 큰 일이라곤 모르는 내가 사십이 훨씬 넘도록 김장 때마다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만했으니 언니 인생과는 정 반대였다. “언니, 엄마 돌아가시면 우리 김장은 어떡해.” 같이 나이 들어 가면서도 나는 변함없이 아이같았고 언니는 늘 어른스러워서 망설임도 없이 내가 해 줄테니 걱정하지 말란다. 동생의 응석을 키운건 언니의 너그러운 심성때문이리. 언니를 든든한 빽으로 믿고 철부지처럼 지나온 여러가지 일들이 감사와 더부러 자책으로 끊임없이 떠 오른다. 너무 힘겨워서. 빨리 지쳐버린걸꺼야. 큰 딸을 시집 보내던 때. “신부쪽에서 준비할 것은 내가 다 알아서 폐백까지 맡을테니 자네는 김치나 맛있게 담그시게” 한번도 큰 일을 치뤄본 적 없는 내가 그조차 선뜻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생각이 나면서 등짝에 식은땀이 났다. 염치도 없지만 창피하기도 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 기분을 눈치챈 언니가 했던말을 평생 잊지 못한다. “나는 살림밖에 아는게 없지만 자네는 다른 재주가 많아서 내가 부러워 죽겠구만” 과연 언니다운 위로의 말이었다. 시월달. 싱싱한 햇굴로 담은 김치가 제법 간이 잘 맞고 맛이 있어서 넉넉하게 합격점을 받으며 아이를 시집보냈다. 엄마같은 언니덕에 두 딸애들 시집보내는 큰 일을 거뜬히 치뤄낼 수 있었고 그런 언니를 가진 나를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
 
언니가 좋아하시는 ‘로열제리’. 이웃 친구들에게 그것 먹어서 아픈 다리가 싸악 나았다고 자랑하시는 ‘뉴질랜드 홍합’을 부랴부랴 챙겨 보내드렸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무슨 말을 어찌하실지? 변화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의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마음 불편 해 밤잠을 설치면서도 전화를 미루고 또 미뤄왔다. 드디어 수화기를 들었다. “언니 오랫동안 전화 못 드렸네 많이 기다리셨지. 그것 보냈으니까 잘 받아서 정성껏 드세요.” 별일 없느냐고 묻지를 못하고 내 말만 정신없이 해 버린 것이다. “그래, 고맙다 값도 못 치르는데 번번히 미안해서 어째” 아! 다행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말에 안심을 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봇물 터진듯 자식들 흉이 쏟아져 나오고. 평소의 그 분이 아니었다. “언니, 오늘 뭐하고 지내셨어?” 다급하게 말을 바꿔보려고 물었다. “오늘아침 목욕하고 머리꼴이 하도 흉해서 모처럼 미용실에 다녀왔구만” “오늘아침 목욕하고...” “오늘아침...” 써 놓고 읽듯이 무려 여섯번을 계속해서 되하고 또 하고... 
 
우리언니 정말 어쩌면 좋을까? 그러시면 안되는데. 정신줄 놓으면 끝이잖아요. 철부지로 변해가는 언니 앞에서 이번에는 내가 어른이 되어 마음속에서 타이른다. 아니 마구 소리쳐서 정신차리게 일깨우고 싶었다. 가슴속에서 무섭게 악다구니를 치는데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직도 외아들 사랑만은 여전해서 애비 올 때맞춰 저녁밥   지어야 한다며 전화를 끊으시는 언니.

“정말로 그러시면 안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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