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구글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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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19세기의 구글 글라스

0 개 2,100 Lightcraft


올해 IT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를 꼽자면 구글의 야심 찬 프로젝트 제품인 ‘구글 글라스 Google Glass’일 것이다. 구글 글라스는 말 그대로 쓰는 (wearable) 안경 형태의 제품으로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날씨와 시계 기능은 기본이며 주요 기능으로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았던 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기술인 증강현실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이용한 기능이 있다. 상상을 해보자.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잘 모르는 목적지를 향할 때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 앱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하고 거치대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앞과 스마트폰을 번갈아보며 불안하게 운전한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를 쓰고 운전을 하면 그냥 눈 앞의 현실에 가야 할 길이 겹쳐 보이는 것이다 (위험성과 안정성은 지금 따지지 말자). 이쯤 되면 필자가 왜 구글 글라스 얘기를 꺼내는지 궁금한 독자들이 계실 것이다. 

사실 필자는 구글 글라스를 보자마자 18세기 화가들의 (특히 초상화를 그리는) 실력을 순식간에 업그레이드 시켜줬던 획기적인 발명품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가 떠올랐다. 필자는 예전 칼럼을 통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었다. 카메라 옵스큐라가 어두운 방이라면 카메라 루시다는 밝은 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카메라 루시다는 1807년 William Hyde Wollaston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카메라 옵스큐라가 어두운 방에서 밖에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더라면 카메라 루시다는 밝은 실내에서 피사체를 보며 그대로 따라 그릴 수가 있었다. 카메라 루시다의 원리는 프리즘이 달린 곳을 눈으로 보면 앞의 피사체와 바닥의 놓인 종이가 겹쳐 보이는 원리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 피사체의 윤곽선을 따내서 그리면 되었다. 카메라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의 어찌 보면 과도기적인 발명품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내려오는 얘기로는 대가들도 즐겨 썼다고 하며 이 시기에 뛰어난 묘사와 정밀함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이 카메라 루시다를 많이 의존했다는 정설도 있는 것을 보면 현실에 가장 가깝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탄생했던 카메라와 사진의 발명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카메라 루시다의 자료를 이것저것 찾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게 되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의 Pablo Garcia 교수와 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Golan Levin 교수는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하여 강의를 하고 학생들에게 카메라 루시다를 체험하게 하고 싶어 가격을 알아본 결과 하나에 USD 300에 가까운 비싼 가격이라 쉽사리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저가형이면서 현대적인 카메라 루시다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네오 루시다 (NeoLucida)란 현대식 카메라 루시다를 만들게 되었다. 네오 루시다는 일자형인 카메라 루시다와는 달리 주름관으로 되어있어 유연하게 위치 조정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카메라 루시다의 1/10 가격인 USD30으로 굉장히 저렴하다고 한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 사진을 찍고 복사를 하여 그 위에 투명한 OHP 용지를 깔고 그대로 따내며 그렸던 고생을 생각하면 네오 루시다가 좀 빨리 나왔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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