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빛에 민감한 물질을 평평한 판에 도포한 후 카메라를 이용하여 노출을 하는 사진술이라는 기술이 역사 속에 등장한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진술에 이용되는 카메라는 그 역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상당히 오래되었다. 현대적인 카메라의 근간이 되는 카메라의 시초는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Obscura 라고 불리우는 장치인데 그 역사는 묵자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구 위를 거닐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묵자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존재를 처음으로 문서에 기록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대적인 카메라가 빛이 새어 들어가지 못하는 어두운 상자이듯이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이다. 역사 속에서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림을 그리거나 유흥용으로 그 기능을 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 크기가 천차만별이었는데 초기적 카메라 옵스큐라는 위 그림 (A) 에서 보듯이 사람이 직접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후기에는 그 크기가 점차 줄어들었으며 SLR 카메라와 같이 뒷부분에 45도 각도의 거울을 배치하여 상이 카메라 옵스큐라의 윗 부분에 맺히게 하기까지 이르렀다.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이 있어 여러 종류의 책이나 온라인 기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위와 같은 역사 속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 이러한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 속의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위 사진 (B) 이 우연히 만들어진 거대한 규모의 카메라 옵스큐라 속에서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환한 보름달과 그 주변을 흘러가는 구름을 촬영한 평범한 사진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에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촬영한 날 필자는 다른 사진을 촬영하러 학교 강의실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을 사진으로 옮겼다. 필자의 학교 강의실 천장은 일부가 유리로 되어있는데 강의실로 쓰이게 되면서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기 위해 페인트로 검게 칠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페인트가 부분 부분 조금씩 벗겨져 나갔는데 이 날 페인트가 벗겨진 어느 한 부분으로 들어온 빛이 하얀 바탕의 책상 위에 한낮 중천에 뜬 태양과 구름의 풍경이 맺혔다. 필자도 배워서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만들어 보거나 경험하여 보지 못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신기해서 이리저리 보다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으로 담았다. 필자가 실제로 본 풍경은 구름의 상이 상당히 뚜렷하게 맺혀 있었는데 사진적으로는 그 빛의 강도가 상당히 낮은지라 저속 셔터를 사용하여야 했고 그 때문에 구름이 마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저속 셔터를 사용하여야 했던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오히려 사진은 더욱 밤하늘에 달 주변으로 흐르는 구름처럼 보이게 되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