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칼럼이 대부분 사진의 문화적인 부분이나 기술 또는 장비적인 부분에 대하여 다루었는데 이번 칼럼은 쉬어가는 겸 조금 가볍게 패션쇼 사진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처음 경험했던 패션쇼는 학생이었던 시절 참가하게 되었던 Air New Zealand Fashion Week 이었다. Air New Zealand Fashion Week는 매년 개최되는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패션 이벤트이며 수많은 패션 레이블 혹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패션쇼를 여는 이벤트이다. 필자도 패션쇼 등의 이벤트를 전문으로 드나드는 사진가가 아닌지라 그렇게 큰 규모의 패션쇼를 경험해보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상당히 궁금했던 많은 부분이 패션쇼에서의 사진 촬영이었고 일반 독자들도 가끔 궁금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일단 이벤트 개최 전 단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시작하여 볼까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벤트 개최 전 모든 관계자들은 해당 출입증을 받게 되는데 사진가는 그에 따라 사진가 출입증을 (Photographer’s Pass) 받게 된다. 출입증의 종류에 따라 출입이 가능한 구역이 제한 되는데 사진가 출입증은 모든 패션쇼와 Backstage 출입이 가능하다. Backstage까지 출입이 가능하니 사실상 아무데나 들락날락 할 수 있다. 해당 패션쇼의 개시 전에는 Backstage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패션쇼에서의 Catwalk 사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들이 만들어 진다. 패션쇼 시작 전 Backstage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복잡하고 시끄럽다. 물론 패션쇼가 진행되는 중에도 모델의 옷가지 등을 바꾸어 입힌다고 더 정신 없기도 하지만. 필자도 처음에는 선뜻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꺼려졌는데 나중에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보니 Backstage 안에서 그 누구도 카메라를 자신에게 겨누는 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에게는 한 두 번 경험하여 본 것이 아닐 테니.
패션쇼가 개시되기 15~20분 전에 사진가들은 입장하여 Catwalk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Photographers’ Stand에 자리를 잡게 된다. 패션쇼의 규모에 따라 촬영 차 오는 사진가의 수가 달라지므로 Stand의 크기가 조금씩 다른데 보통 3~4단의 계단 형식에 검은색으로 도색 되어 있다. 가장 중간인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계단의 중앙에 Official Photographer의 자리가 있고 그 주변의 좋은 위치에 굵직한 언론 매체에서 파견된 사진가나 비디오 촬영기사의 자리가 미리 표기되어 있다. 그 외에 사진가들은 남은 자리 중 가장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해 은근히 서로 경쟁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한 사진가들은 촬영 각도가 썩 좋지 않은 자리를 잡게 되기 때문에 미리 자리가 정해진 사진가들보다 미리 입장하여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한다.
필자가 참가한 대회의 취지 자체가 실제 프로들 틈에서 그들처럼 일하는 것이어서 하루의 일정 - 약 10개의 패션쇼를 촬영 - 후 후처리 작업까지 프로들이 하듯이 하기를 주최측은 요구하였다. Air New Zealand Fashion Week 이벤트는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이벤트이고 각 하루 당 오전 10시 정도부터 시작하여 늦게는 저녁 9시쯤 끝이 났는데 주최측에서 그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참가자 당 가장 잘 나온 사진 2장을 처리하여 메일로 보낼 것을 주문했다. 그러다 보니 9시쯤 끝이 나자마자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에서 약 2000~2500장의 사진을 모두 보며 가장 잘 나온 사진 2장을 선택해서 작업해야 했고 이 작업은 기억에 대략 3~4시간 소요되었던 것 같다.
다음 칼럼에서는 필자가 패션쇼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들려드리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