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1 2,830 오소영
얼마 전 점심초대를 받아 어느 식당에 갔었다. 한식에 맞는 깔끔한 기본반찬 서너가지와 작은 뚝배기에 걸죽한 강된장이 함께 식탁에 올라왔다. 웬 강된장? 그것을 보는 순간 입맛 잃고 사는 요즈음. 불현듯 호박잎 쌈이 생각나고 입안에 군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불성설(語不成說). 그런걸 줄리야 없고 상추쌈이라도 나오려나 기대했는데 그것은 그냥 반찬의 일부였다. 허다못해 찐 양배추라도 나왔으면 몇쌈 쌈장을 얹어 아쉬움을 달랬을텐데.... 실망스러워 하마터면 투정이 나올뻔 했다.

엇그제 외출했다가 비닐봉지에 두둑하게 담아놓고 파는 호박잎을 발견하고 거침없이 사 들고 들어왔다. 그것을 만나서 반가움 중에 손녀 순이의 얼굴이 큼지막히 떠올랐다. 나 만큼이나 호박잎 쌈을 좋아하는 그 애. 세살박이 어린애로 이민 와 살면서 어디서 그런걸 먹어봐 그렇게나 좋아하는지? 우유 빵 보다는 김치 깍뚜기 겯드린 밥이 좋은 순수 한국통 그 애. 요즘 오빠와 둘이서 밥 해먹고 학교 다니느라 스스로 살림 익히며 일찌감치 현실 깨우치는 일이 고달프기도 할텐데 한마디 불평도 없이 잘 꾸려가는게 여간 대견하고 신통한게 아니다. 지금쯤 엄마 손맛이 많이도 그리울텐데.... 이 할머니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나마 김치 깍뚜기 담고 더러 밑반찬 챙겨주는 정도라도 되니 다행이긴 하지만.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그 애들에게 부모 대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간절한 기도(祈禱) 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했던 애가 특별히 좋아하는 호박잎으로 대박을 치게 생겼으니 내가 더 신이난다. 고기는 먹기가 쉬운데 야채가 그립다고 하던 말도 생각났기에....

그러나 호박잎을 손질하려고 쏟아 놓는 순간. 이 실망스러움을 어쩔까. 그것은 너무도 크고 뻣뻣해서 영 먹을거리가 못 되는 것 같았다. 파는 것이기에 더러는 버릴 것도 섞였을 줄 짐작은 했지만 부드러운 속잎파리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거친 잎으로는 비늘 없는 민물생선의 미끈거림을 닦는데 쓰느 것은 보았지만 그래도 쌈으로 먹을 수 있을는지 안타까웠다. 급한 사람이 샘 판다고 하던가. 그냥 버리기엔 미련이 너무 많아 해 보기로 한다.

어떻게든 먹을 수 있도록 해 보려고 공을 드려 껍질을 벗기는데 질긴 껍질이라 잘도 벗겨진다. 깨끗이 씻어 찜솥에 넣고 시간을 넉넉히 주어 푹 쪄 보았다. 아삭아삭하고 껄끄럽지만 정성드려 끓여 본 강된장이 아까워 몇쌈 먹어보았는데 이미 쌈으로 먹을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서 입 안에 질긴 섬유질이 뭉쳐 넘어가려 하질 않는다. 모처럼 뱃속이 파랗게 물이 들도록 맛있게 먹어보려 했었는데... 이건 아니야.

나도 나지만 손녀에게 점수 좀 따려던 내 생각은 그냥 접어야하나? 워낙 좋아하니까 웬만큼 아니어도 참아주었으면 좋으련만. 나도 몇  쌈 먹었으니 치아 좋고 위장 튼튼한 애들은 먹을 수 있는거라고 시치미를 떼볼까. 요즘 애들은 개성이 강해서 아니면 그것으로 끝일 뿐 타협의 여지가 없기에 공연히 늙은이만 안타깝다. 그리도 좋아하는 것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을 만들어가면서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도 그냥 치워버리기엔 안쓰러움이 남아 아이에게 먼저 귀띔을 해 보기로 한다. “순아 호박잎이 생겼는데 너 어때?” “어머머머 할머니 너무너무 해피....” “그런데 많이 자라서 크고 질기던데 괜찮겠어?” “제 위장이 워낙 튼튼하잖아요 저 정말 그거 좋아하는데요” 오케이!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진작에 그랬을 것을. 미련한 머리를 몇대 쥐어박으며 혼자 싱겁게 웃어본다.

그렇게 좋아하는 그 애에게 옛날 할머니가 내게 해 주시던 그런 맛이 진짜인데 이건 너무 엉터리가 아닌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때의 맛을 낼 수 없는 것은 오늘 날 영악스럽게 편리해진 전자제품의 덕이다. 불 때서 밥짓는 두툼한 가마솥에서 뜸드리는 밥위에 얹어 쪄내던 밥냄새가 베이고 더러 밥풀도 붙어있던 쫀득한 그 맛을 지금은 따라 할 형편도 재주도 없으니 말이다. 찜솥에 깔끔하게 찌긴 했어도 맛의 차이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보리밥에 삭힌 특별한 된장으로 정성껏 끓인 강된장을 위로삼아 아쉬운대로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큼직한 호박잎에 쌈을싸서 볼이 터지게 잘 먹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며 더없이 행복한 이 시간. 할머니의 마음도 함께 싸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새한마리
어디서 호박잎을 용하게도 구하셨네요. 손주분이 결국은 잘 드셨나요?? 저희는 호박잎은 못먹어도, 쌈장을 집에서 만들어서 상추를 비롯한 각종 푸성귀에 가끔 먹는답니다. 그맛은 정말로 맛있지요. 쌈으로 밥을 먹게되면 항상 정량보다 더 먹게되어서 배가 터질것처럼 되버리는게 흠이지만요. 정감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요~

여섯번째 상, 세번째 방학

댓글 0 | 조회 1,790 | 2006.09.27
Term 3가 끝나고 방학시작. 이제 2주간 하루종일 아들과 씨름해야 한다 수영장 한번 놀러가고 공원에 한번 가고 바닷가 한번 가고 친구생일파티 한번 가고 그러다… 더보기

9살 유학생의 기도

댓글 0 | 조회 1,607 | 2006.09.27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년 7월 30일 학교에서 생활 잘 하게 해 주세요8월 1일 성경책 잘 읽고 똑똑하게 해 주세요 8월 2일 수영 잘… 더보기

조기유학 : 2년이 적당?

댓글 0 | 조회 2,332 | 2006.09.15
사례 1. A양과 B양은 자매간이다 언니는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은 3학년때 뉴질랜드로 왔다 2년동안 학교에 다녔고 집에서는 꼬박 2년간 개인영어과외도 받았다 언… 더보기

애물단지

댓글 0 | 조회 2,269 | 2006.09.09
3,200불에 차를 샀다 1995년식 일본 토요타였다 원래 매매가격은 3,300불이었다 당연히 아저씨 좀 깍아주세요 라는 말을 했는데 아저씨 왈, 싼 물건에도 한… 더보기

여왕의 서거

댓글 0 | 조회 1,736 | 2006.09.02
2006년 8월, 뉴질랜드 국내 뉴스 중 단연코 1위는 여왕의 죽음이다 영국여왕이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뉴질랜드라는 나라에도 여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 더보기

좀도둑

댓글 0 | 조회 1,890 | 2006.08.27
어젯밤 앞집사는 키위여자가 찾아왔다 자기네 잔디밭에 세워둔 차의 바퀴 4개가 모조리 없어졌단다 허걱! 어둠속을 뚫고 보니 차는 있는데 바퀴가 휑하니 없다 뭔가 본… 더보기

다섯번째 상 - Math Superstar

댓글 0 | 조회 1,539 | 2006.08.18
아들이 상장을 쑥 내미는데 상 이름이 참 웃긴다 "Mathematics Superstar Certificate" 요즘 Superman 영화가 뜨더니 상 이름을 시… 더보기

Tooth-brush Day

댓글 0 | 조회 1,758 | 2006.08.09
8월 7일은 뉴질랜드에서 구강의 날인 모양이다 저녁 뉴스를 보니 어느 초등학교의 강당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양치질의 중요성,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 더보기

해리포터의 결말은 죽음

댓글 0 | 조회 1,763 | 2006.08.08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편이 지금 집필중이다 작가 J.K.Rowling이 현재 7편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끝을 맺을지 결정했다고 한다 2명의 캐릭터가 죽게 된다고.… 더보기

친절한 오클랜드사람들

댓글 0 | 조회 1,684 | 2006.07.31
가장 친절한 도시 순위 1위: 미국의 뉴욕 2위: 스위스의 쮜리히 3위: 캐나다의 토론토 4위: 독일의 베를린 7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15위: 영국의 런던, … 더보기

김윤진

댓글 0 | 조회 1,776 | 2006.07.17
아이들을 재워놓고 Prime TV의 David Letterman쇼를 가끔 보곤 한다 며칠전에 별 생각없이 TV를 틀었더니 마침 guest를 소개하는데 마이클 더글… 더보기

Korean Missile Crisis

댓글 0 | 조회 1,671 | 2006.07.08
2006년 7월 6일자 뉴질랜드신문을 보니 제 1면에 대문짝만한 김정일의 사진이 보인다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미사일발사 규탄 집회에서 김정일의 사진을 불태운 모양… 더보기

캔디

댓글 0 | 조회 1,572 | 2006.06.29
내겐 참 착한 친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캔디 어찌나 착한지 그 친구에게는 착하다는 수식어외에는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갈색머리에 갈색눈의 백인으로 그녀… 더보기

[re] 오클랜드 굴욕 사건

댓글 0 | 조회 1,482 | 2006.06.26
>1. 수학문제 > >백의 자리의 숫자가 3인 세자리 수 중에서 347보다 작은 수는 몇개입니까? > >아들녀석이 써 놓은 답을 보니 … 더보기

오클랜드 굴욕 사건

댓글 0 | 조회 1,766 | 2006.06.23
1. 수학문제 백의 자리의 숫자가 3인 세자리 수 중에서 347보다 작은 수는 몇개입니까? 아들녀석이 써 놓은 답을 보니 47. "야, 다시 똑바로 해 봐"냅따 … 더보기

네번째 상 받다

댓글 0 | 조회 1,529 | 2006.06.19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assembly 했니?" "응,... 참, 근데, 나 상 받았다!" "진짜?와, 추카추카, 근데 무슨 상이야?" "음.… 더보기

몰리 후피 - 시즌 2

댓글 0 | 조회 2,378 | 2006.06.07
옛날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많은 아이들을 기르는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방 두칸짜리 오두막에서, 쌀구경을 제대로 못해감자와 옥수수로 근… 더보기

Hairy Women은 용감해야 한다

댓글 0 | 조회 1,813 | 2006.05.31
뉴질랜드에 살면서 한국에 비해 편리한 점 중에 하나는 쉽게 wax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거다 예전 미국의 월마트에서 첨 왁스를 접하고 여자들도 이런 걸 꼭 해야하… 더보기

donation이 너무 많다

댓글 0 | 조회 1,482 | 2006.05.23
아들녀석이 집에 오더니 가방에서 웬 편지를 한 장 내민다 읽어보니 지난학기에 80불 donation을 안 냈으니 이제 100불을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1년에 80… 더보기

global citizen

댓글 0 | 조회 1,555 | 2006.05.10
아들은 이제 3학기째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느날 부터인가,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에서는 간단한 말이나 특히 감탄사등은 모두 영어로 하고 있다 동생이… 더보기

뉴질랜드 운전면허 시험

댓글 0 | 조회 2,303 | 2006.04.21
뉴질랜드에 온지 7개월째다 오프라 윈프리는 단 하루도 9.11 희생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지난 날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나는 지난 6개월이상을 운전면허에 항상 가위… 더보기

111 전화해봐야 소용없다?

댓글 0 | 조회 1,844 | 2006.04.09
한국의 119처럼 뉴질랜드에서는 비상시에 111로 전화하면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111로 전화해봤자 너무 늦게 와서 소용없더라는 얘기를 여러번 들어왔다 사실 속으… 더보기

"나도 이렇게 하나님을 만났다"

댓글 0 | 조회 1,831 | 2006.04.03
나는 꽤 바쁘게 살아온 편이다. 항상 무엇인가 목적을 두고 그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었다. 사회적인 성취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애를 쓴 적도 많았고 그 목표… 더보기

스펠링 대회

댓글 0 | 조회 2,051 | 2006.03.29
2주전쯤에 예고된 스펠링대회를 어제 치루었다 3학년인 아들에게는 총 50개의 예상단어가 주어졌다 단어들은 상당히 쉬운 편이었다 before, make, take,… 더보기

뉴질랜드 아이들은 참 일찍 잔다

댓글 0 | 조회 1,888 | 2006.03.20
앞집의 키위 아줌마가 내게 물었다 아이들을 몇시에 재우냐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얌전히 대답해 주었다 9시 30분쯤 자러들어가서 어쩌고 저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