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0 개 2,217 피터 황

일주일은 누구에게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이지만 우리에겐 비가 오는 날을 뜻하는 비(雨)요일을 합쳐 모두 8일이었다. 비 요일은 언제나 다른 요일에 비해 우선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종로서적 앞에서 시작되는 피맛골 민주(民酒)당 모임은 야구연습장, 이면수 구이, 전자오락실을 거쳐 을지로 골뱅이와 말린 통 북어, 그리고 명동골목의 해장라면이 순서였다. 누구나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오면 그만이었다. 비 오는 날이라는 것과 장소의 순서만 정했을 뿐 모이는 시간도 떠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피마(避馬)골은 조선시대에 서민들이 고관대작들에게 인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들이 탄 말(馬)을 피해 다닌 골목이라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자마자 짜디 짠 묵은 지와 이면수구이를 던지듯이 꺼내놓는 할머니의 막걸리 맛은 종로에서 최고였다. 젓가락으로 잡아 끌면 길게 늘어지는 뜨거운 해물파전에 입천장이 벗겨져도 허름한 골목이 주는 정겨움에 그곳을 다시 찾곤 하던 우리는, 똑바로 살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가를 토로하고 젓가락 장단에 노래를 부르며 서로 위로 받고 다시 힘을 내곤 했었다. 

소주는 투명한데 비해서 막걸리는 탁해서 속을 알 수 없고 낮은 도수와는 달리 빨리취한다해서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잘못된 오해를 뒤로 하고 막걸리는 현재 변신을 거듭하며 팔색조의 모습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유래된 막걸리는 맑지 않고 탁하기 때문에 탁주, 농부들이 애용해왔으므로 농주라고도 한다. 그 밖에 텁텁한 맛과 고급주는 아니라는 뜻에서 박주, 술지게미를 거르지 않아 밥알이 동동 떠 있다는 의미의 동동주, 보통 큰 잔에 따라 먹는다고 해서 대포, 왕대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이처럼 막걸리는 소탈하고 정겨운 정서가 느껴질뿐만아니라 서민들의 새참이자 하루의 시름을 덜어주던 친구였다. 
 
술이란, 문화로서 국가경쟁력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런 점에서 코리아 와인, 막걸리의 역할이 작지 않다. 한국의 전통막걸리는 세계화에 손색이 없는 맛과 영양, 역사성,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 주류와는 달리 많은 단백질과 당질이 들어있고 유산균, 비타민, 식이섬유 등 영양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지방분해에 좋은 트립토판과 항암물질인 파네졸을 함유하고 있어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웰빙 술이다. 
 
막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먼저, 발효되고 남은 당분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다. 다음은 아미노산이나 식이섬유에 의해서 느낄 수 있는 텁텁함, 그리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톡 쏘는 맛이다. 마지막은 새콤함이다. 새콤한 맛은 초산균이나 유산균 등 각종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에 의해서 생겨난다. 이와 같이 막걸리는 와인처럼 발효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막걸리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맛의 변신을 꾀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기던 막걸리가 이젠, 캔이나 예쁜 병에 담기고 시큼하고 텁텁한 맛은 과일과 곡류의 향으로 깔끔하게 변모하게 된 것이다. 

팍팍한 세월을 살다가 돌아가고 싶은 그 자리에, 비(雨)요일을 함께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대하고 찾아간 피맛골은 이미 과거의 흔적과 장소성을 상실한 채 영혼 없는 콘크리트 빌딩 안에 자리잡았지만, 이런 변화 또한 도시화의 필연적인 행보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새로운 생활방식이 만들어진 21세기에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무작정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추억의 술까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막걸리로서도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에 탈바꿈을 시도했다면 그 시절 피맛골의 청일집, 청진옥의 막걸리가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 코리아 와인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응원해 본다.
 

아는 만큼 느낀다 - 코로 와인 마시기(Ⅰ)

댓글 0 | 조회 2,478 | 2015.01.14
지구상에 존재하는 1만 여종의 포도 품종 가운데 프랑스에서 법적으로 인정한 양조용 포도(쎄빠쥬, Cepages)는 200여 가지, 하지만 실제로 와인제조에 사용되… 더보기

거품(Bubbles)에 취하다

댓글 0 | 조회 1,871 | 2014.12.09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두고 거품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거품 하면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와인에서의 거품(Bubbles)은 기쁨을 함께… 더보기

창업노트(Ⅱ) 베껴라 그리고 창조하라

댓글 0 | 조회 2,077 | 2014.11.11
창업을 한다고 누구나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아이템을 독특하게 포장해야만 한다. 그래서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시장조사가 매우 중요… 더보기

김치가 와인을 만났을 때

댓글 0 | 조회 2,410 | 2014.10.15
한국인들의 음주문화는 술에 따라 안주가 정해지는 편이라면 와인 문화권은 음식에 맞춰 와인을 선택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마셔 온 와인은 당연히 … 더보기

마시는 화장품, 와인 차(茶)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999 | 2014.09.10
다른 이를 위한 희생, 이제 박물관에나 보관되어 있을 법한 단어다. 죽음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홀로 수백의 적함 선을 향해 뛰어든다. 이순신 장군, 성공의 키… 더보기

쉬라(Syrah) VS 쉬라즈(Shiraz)

댓글 0 | 조회 13,903 | 2014.08.12
쉬라(Syrah)는 프랑스를 비롯한 구대륙에서 부르는 말이고 쉬라즈(Shiraz)는 호주 등 신대륙에서 사용한다는 식의 뭉뚱그린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정보의 업데… 더보기

명품조연, 메를로(Merlot)의 생존법

댓글 0 | 조회 2,469 | 2014.07.09
언젠가부터 우리사회는 실패(失敗)가 인정되지 않고 그 아픔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더 이상 가르치지 않게 되었다. 최선을 다했어도 실패했다면 비아냥거리고 엿… 더보기

심장(心臟)도 근육이다

댓글 0 | 조회 1,957 | 2014.06.11
문제는 두뇌(頭腦)가 아니고 심장이다. 심장은 온몸에 피를 돌게 하는 엔진이다. 인간의 몸이든 국가(國家)든 심장부가 있게 마련이다. 애당초 병약한 심장을 가지고… 더보기

아라비아의 와인, 커피(Qahwa)의 유혹

댓글 0 | 조회 4,331 | 2014.05.13
학창시절 음악다방에서 신청 곡과 사연이 적힌 쪽지를 들이밀고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신청한 곡이 나오길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인스턴트 커피와 프림, 설탕의 황금… 더보기

사람을 통해서 부자가 되는 비결

댓글 0 | 조회 2,952 | 2014.04.09
상도(商道)의 제 1원칙, 상즉인(商卽人)의 의미는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이는 조선 후기 무역거상, 가포(稼圃) 임상옥(林尙… 더보기

창업노트(Ⅰ)- 발 품이 금품이다

댓글 0 | 조회 1,805 | 2014.03.12
가을 같은 날씨에 늦장을 부리던 매미들이 짝을 찾아 목놓아 울어댄다. 한 여름의 힘차고 패기 있던 시절과는 달리 그 소리가 처량하고 처절하기까지 하다. 잘나간다고… 더보기

번데기와 피노 그리스의 꿈

댓글 0 | 조회 3,729 | 2014.02.12
초등학교 후문은 코흘리개의 용돈을 겨냥하고 좌판을 벌여놓은 온갖 야바위꾼과 잡상인들로 북적였다. 나무로 만든 뱀과 개구리 장난감, 큰 함석대야에서 벌어지는 물방개… 더보기

첫 인상, 외모도 경쟁력이다

댓글 0 | 조회 7,758 | 2014.01.14
첫인상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인간의 뇌에 있는 편도체라는 부위는 첫인상을 관장하는 곳으로 아주 짧은 1000분의 17초라는 시간에 판단할… 더보기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482 | 2013.12.10
풍류(風流)를 좋아하는 우리는 모이면 술을 곁들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야 직성이 풀린다. 예로부터 음주가무(飮酒歌舞)라는 말이 전해져 오고 술 익는 마을 마… 더보기

카베르네 소비뇽, 강한 것은 부드럽다

댓글 0 | 조회 2,173 | 2013.11.12
차창 밖에서 코끝에 익숙한 고기 굽는 냄새가 와 닿았다. 연기에 섞여 나오는 바로 그 냄새,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달달 한 맛, 주머니 사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던… 더보기

와인의 처음을 묻는다

댓글 0 | 조회 1,575 | 2013.10.08
뒤 마당의 가지치기한 포도나무에 새순이 돋기 시작한다. 살포시 고개를 내밀다 후다닥 팔을 펼치는 모습과 마주하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이맘때 즈음 농부들은 원기 충… 더보기
Now

현재 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댓글 0 | 조회 2,218 | 2013.09.11
일주일은 누구에게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이지만 우리에겐 비가 오는 날을 뜻하는 비(雨)요일을 합쳐 모두 8일이었다. 비 요일은 언제나 다른 요일에 비해 우선… 더보기

꽃보다 할배, 나이 든다(Aging)는 것의 의미

댓글 0 | 조회 1,626 | 2013.08.13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79세)씨와 신구(78세)씨가 고생하는 어린애(?) 이서진(43세)을 안쓰러워하다 추가멤버로 박근형씨와 동갑인 최불암(74세)씨를 추천하… 더보기

나의 반쪽, 나를 닮은 와인을 찾아서

댓글 0 | 조회 1,620 | 2013.07.09
와인을 마시는 타입을 보고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까? 레드와인을 즐겨 마시는 이들이 성공을 꿈꾸는 열정파인 반면 화이트와인 애호가들은 좀 더 … 더보기

어찌 그대의 의복이 붉으며

댓글 0 | 조회 1,561 | 2013.06.11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가지 건강식품 중에 레드와인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그 중에서 타닌(Tannin)이 많이 포함된 식품으로는 견과류(헤이즐넛, 호두), 녹… 더보기

색(色), 향(香), 맛(味)

댓글 0 | 조회 1,560 | 2013.05.15
좋은 와인은 색과 향 그리고 맛의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레드와인이 같은 조건에서 색(色)이 짙다는 것은 포도가 농축되어 수분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추운 지방의 … 더보기

와인은 문화(Culture)다

댓글 0 | 조회 1,652 | 2013.04.10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미의 엇갈리는 심정처럼 목축농가에 재난을 안겨준 70년 만에 찾아온 건조한 여름날씨가 오히려 와인농가들에게는 30년 만에 대풍년을… 더보기

한여름 밤의 사랑고백, 로제(Rose)

댓글 0 | 조회 1,829 | 2013.03.12
감미로운 향기와 감성적인 자태를 지닌 장미의 종류가 이 세상에 25,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같은 친척끼리만 묶어도 수백 개의 족보가 된다. 빨간 장미는 ‘욕망… 더보기

바람이 빚은 소비뇽 블랑, 그 보라빛 향기

댓글 0 | 조회 1,801 | 2013.02.13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풀잎에 맺힌 이슬 비출 때면 부스스 잠 깨인 얼굴로 해맑은 그대모습 보았어요. 푸르른 날에는 더욱더 사랑하는 마음 알았지만 햇살에 눈부신 … 더보기

식도락가들의 다이어트 비법

댓글 0 | 조회 1,611 | 2013.01.16
장수는 인간의 영원한 꿈이다. 고가의 건강식품이 동나게 팔리고 유기농 식품을 먹고 헬스클럽 러닝머신을 뛰면서 오래 살기를 소망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