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0 개 2,219 피터 황

일주일은 누구에게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이지만 우리에겐 비가 오는 날을 뜻하는 비(雨)요일을 합쳐 모두 8일이었다. 비 요일은 언제나 다른 요일에 비해 우선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종로서적 앞에서 시작되는 피맛골 민주(民酒)당 모임은 야구연습장, 이면수 구이, 전자오락실을 거쳐 을지로 골뱅이와 말린 통 북어, 그리고 명동골목의 해장라면이 순서였다. 누구나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오면 그만이었다. 비 오는 날이라는 것과 장소의 순서만 정했을 뿐 모이는 시간도 떠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피마(避馬)골은 조선시대에 서민들이 고관대작들에게 인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들이 탄 말(馬)을 피해 다닌 골목이라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자마자 짜디 짠 묵은 지와 이면수구이를 던지듯이 꺼내놓는 할머니의 막걸리 맛은 종로에서 최고였다. 젓가락으로 잡아 끌면 길게 늘어지는 뜨거운 해물파전에 입천장이 벗겨져도 허름한 골목이 주는 정겨움에 그곳을 다시 찾곤 하던 우리는, 똑바로 살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가를 토로하고 젓가락 장단에 노래를 부르며 서로 위로 받고 다시 힘을 내곤 했었다. 

소주는 투명한데 비해서 막걸리는 탁해서 속을 알 수 없고 낮은 도수와는 달리 빨리취한다해서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잘못된 오해를 뒤로 하고 막걸리는 현재 변신을 거듭하며 팔색조의 모습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유래된 막걸리는 맑지 않고 탁하기 때문에 탁주, 농부들이 애용해왔으므로 농주라고도 한다. 그 밖에 텁텁한 맛과 고급주는 아니라는 뜻에서 박주, 술지게미를 거르지 않아 밥알이 동동 떠 있다는 의미의 동동주, 보통 큰 잔에 따라 먹는다고 해서 대포, 왕대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이처럼 막걸리는 소탈하고 정겨운 정서가 느껴질뿐만아니라 서민들의 새참이자 하루의 시름을 덜어주던 친구였다. 
 
술이란, 문화로서 국가경쟁력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런 점에서 코리아 와인, 막걸리의 역할이 작지 않다. 한국의 전통막걸리는 세계화에 손색이 없는 맛과 영양, 역사성,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 주류와는 달리 많은 단백질과 당질이 들어있고 유산균, 비타민, 식이섬유 등 영양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지방분해에 좋은 트립토판과 항암물질인 파네졸을 함유하고 있어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웰빙 술이다. 
 
막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먼저, 발효되고 남은 당분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다. 다음은 아미노산이나 식이섬유에 의해서 느낄 수 있는 텁텁함, 그리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톡 쏘는 맛이다. 마지막은 새콤함이다. 새콤한 맛은 초산균이나 유산균 등 각종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에 의해서 생겨난다. 이와 같이 막걸리는 와인처럼 발효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막걸리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맛의 변신을 꾀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기던 막걸리가 이젠, 캔이나 예쁜 병에 담기고 시큼하고 텁텁한 맛은 과일과 곡류의 향으로 깔끔하게 변모하게 된 것이다. 

팍팍한 세월을 살다가 돌아가고 싶은 그 자리에, 비(雨)요일을 함께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대하고 찾아간 피맛골은 이미 과거의 흔적과 장소성을 상실한 채 영혼 없는 콘크리트 빌딩 안에 자리잡았지만, 이런 변화 또한 도시화의 필연적인 행보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새로운 생활방식이 만들어진 21세기에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무작정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추억의 술까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막걸리로서도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에 탈바꿈을 시도했다면 그 시절 피맛골의 청일집, 청진옥의 막걸리가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 코리아 와인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응원해 본다.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1,529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1,542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 더보기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945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581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182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2,117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더보기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3,777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더보기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2,358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7,243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2,864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6,621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3,960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3,016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3,321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3,839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2,452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 더보기

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댓글 0 | 조회 8,866 | 2015.10.14
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더보기

드라이(Dry),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4,330 | 2015.09.10
하루에 사계절이 들어있다는 뉴질랜드의 봄(Spring)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Spring)처럼 변화무쌍하다. 드라이(Dry)라는 단어는 건조해서 … 더보기

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댓글 0 | 조회 2,607 | 2015.08.12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 더보기

FTA와 뉴질랜드 와인의 전망

댓글 0 | 조회 2,584 | 2015.07.15
인간이 땅(Earth)의 소중함을 잃어 갈 수록 뉴질랜드라는 국가적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위대한 자… 더보기

요리(料理), 와인을 만나다

댓글 0 | 조회 10,148 | 2015.06.10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빨래판 같은 식스팩의 복근쯤은 가져야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시절에서 이제 뇌(학력)가 섹시해서 능력이 남다르거나 쉐프수준의 요리실력을… 더보기

와인의 고수(高手),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3,921 | 2015.05.13
어느 분야에나 고수(高手)는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이룬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겐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남이 알지… 더보기

야식만만, 서바이벌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267 | 2015.04.15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TV프로그램, 바디쇼(Body Show)의 등장은 당당하고 건강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한다. 다이어트는 … 더보기

코로 와인 마시기(Ⅱ)-오키(Oaky)면 오케이(Okay)

댓글 0 | 조회 3,194 | 2015.03.11
일상에서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양으로 승부하던 외식업계를 고급화시키고 더불어 와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 더보기

빈티지(Vintage), 타이밍의 미학

댓글 0 | 조회 2,088 | 2015.02.11
8090년대 거대한 문화복고의 열풍이 한국을 휩쓸었다. 쇼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옛 가수들의 콘서트가 불씨가 되어 영화, 음식까지 청년세대뿐 아니고 장년층까지 어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