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1 3,590 NZ코리아포스트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정확히 70년대의 아주 옛날 노래를 요즈음 새삼스럽게 웅얼거리는 입버릇이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별로 노래란걸 입에 달고 살아본 적이 없는 무미건조한 내가 언제부터 이 노래를 시작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것...”

인생을 절규하는 그 어떤 노래보다 공감대가 확실한 노랫말이며 차분한 곡이 마음에 와 닿았음인가? 활활 타 보지도 못한 아쉬운 내 불꽃이 그나마 다 사위어 소복한 재만 남기고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지금의 내 인생. 그것은 바로 내 노래이기 때문이리라,

서울 친구가 다니러와서 부산스럽던 한달여의 시간을 정리하고 물속같이 가라앉은 오랫만의 휴식속에서 문득 집어들은 한 권의 책.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잘 맞은. 바로 “모닥불”을 불렀던 가수 ‘박인희 마음의 글’이었다.

그는 한 조각의 빵이 다급해서가 아니고. 더구나 스타가 되고 싶은 허영도 아닌. 그냥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불렀다는 순수한 가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나 갈채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원히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다음에 어느 먼 훗날에 누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문득 쓸쓸해질때. 그 어둑어둑한 삶의 저녁길을 걸어가며 어쩐지 혼자라는 생각이 들때. 가슴에 살며시 떠 오르는 노래... 자신도 모르게 샘솟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아!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구였더라. 모습과 이름은 아물아물 잊혀졌어도 그 노래의 멜로디만은 끊어질듯 이어질듯 멈추며 맴도는... ‘그는 그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단다. 하지만 생머리를 곱게 빗어 묶은 얌전한 모습으로 통기타를 치며 그 특별한 음색으로 조용히 노래하던 ‘박인희’를 어찌 기억 못할까?

마누라가 주부라는 사실조차 착각하고 파마머리가 촌스럽다고 불평하던 우리 남편님. 처녀때처럼 길게 느린 생머리의 자연미에 취해서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 사알짝 질투도 했었는데, 사실 그 때는 노랫말의 깊은 의미는 깨닫지 못했다 팔팔한 오기로 살아가는 삼십대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사십년. 그가 바랐던 먼 훗날의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 지나간 삶을 뒤돌아보며 쓸쓸함 속에서 새삼스럽게 “모닥불”을 부른다. 이제 작은 불씨 하나 남겨놓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는데 같이 이야기 할 누군가도 없질 않은가.

밤마다 잠자리 내 머리맡에서 더 이야기 하자고 보채던 옛 친구와 함께 ‘코로만델’ 해변 어디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이라도 하면서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살아온 이야기 밤새껏 나누며 고적할 때 씹고 넘어갈 낭만이라도 장만해 둘걸. 떠나간 사람 뒤에서 후회의 마음 사무친들 무슨 소용이람. (이제 세상 살아가는데 그만한 자신감도 없어졌구나) 생각이 드니 마냥 쓸쓸해진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새 해에는 활활 타 오르는 불꽃으로 살고 싶다. 매 순간순간을 몸과 마음을 던져 눈부시게 연소시키며 가져야 할 가치가 있는 한가지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몰라줘도 내가 아는 세상만큼만 차지하며 모양새 좋게 살고 싶다. 들에 핀 풀꽃들. 조그만 새 한마리와도 이야기 하련다. 번거로운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마음껏 큰 숨을 쉬면서 살고싶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그의 내면에서 샘솟는 맑은 석간수 한 모금같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드는 노래. 가슴을 떨며 마음속에 지피는 불씨하나로 작지만 오래오래 지키면서 살아가련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jchae2000
제목이 커지는 이라고 잘못되어 있네요.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댓글 0 | 조회 4,130 | 2015.11.25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 더보기

띵호아! 사랑의 도시락

댓글 0 | 조회 4,058 | 2010.11.24
그들이 알고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중국인들은 대개 칙칙하고 깔끔스럽지가 않다고 생각 해 왔다. 그러기에 화사하고 밝은 인상의 남자를 분명 한국인이라고 단정짓고 “안… 더보기

[331] “여자”를 잃어가는 여성들

댓글 0 | 조회 3,889 | 2006.04.24
“아이 좋아라” 병원에서 그리 환하게 웃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진료실 문을 나서며 밝게 웃고 나오는 친구. 마치 아이같은 모습에 밖에서 기다리던 나를 의… 더보기

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댓글 0 | 조회 3,864 | 2012.05.22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 더보기

메밀묵 사려∼∼

댓글 0 | 조회 3,734 | 2009.08.25
동지가 지나 열흘쯤 되면 그 짧던 해도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다. 엊그제 입춘도 지난 모양이니 낮이 제법 길어지고 계절은 벌써 봄으로 접어든 것 같다. 하지만… 더보기

“A”시에서

댓글 0 | 조회 3,669 | 2009.11.25
내가 살던 A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던가 새삼 놀랜다. 시 중심부인 중앙동에서 바라 보이는 시청 양옆 너른 보도엔 중년에 이른 나무들이 갈색 고운 빛으로 질서… 더보기

여기는 지금 해 질 무렵의 오클랜드 시티

댓글 0 | 조회 3,633 | 2010.04.27
무공해 초록 나라에 사는 내가 부러워 배 아파 죽겠다는 친구, 당신에게 또 충격을 드려 미안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동을 혼자 하기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 더보기

현재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댓글 1 | 조회 3,591 | 2011.01.26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정확히 70년대의 아주 옛날 노래를 요즈음 새삼스럽게 웅얼거리는 입버릇이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별로… 더보기

어둠속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3,590 | 2009.02.24
길을 걸어가는데 열살안쪽 검은 애들 서너명이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 애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빼롱--" 하고 혀를 쏙 내밀며 놀리질… 더보기

빛 바랜 도화지에 행복 그리기

댓글 0 | 조회 3,548 | 2010.01.27
새 카렌다를 바꿔 걸었으니 어김없이 나이 하나를 더 먹은게 틀림없다.음식은 먹으면 줄어 드는게 이치에 맞는데 떡국을 먹으면 보태지는게 나이가 아닌가. 나이는 숫자… 더보기

딸이 좋아

댓글 0 | 조회 3,535 | 2009.09.22
딸하나, 또하나! 이 딸딸이 엄마를 한없이 부러워하는 고국의 친구들. 딸 덕에 자연 좋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내가 배 아프게 부럽단다. 허기사 내 힘으로는 죽었… 더보기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Ⅲ)

댓글 0 | 조회 3,533 | 2010.07.28
조(鳥)도를 구경하고 다시 ‘진도’로 돌아왔을 때. ‘진도’의 자랑꺼리로 너무도 유명한 토속주 ‘홍주’를 한병 샀다. 조선시대 ‘지초주(芝草酒)’라 하여 최고 진… 더보기

부자(富子)가 싫다는 사람도 있네

댓글 0 | 조회 3,497 | 2010.03.23
"돈은 역 효과를 낳는다. 행복이 오는 것을 막는다." 부(富)가 불행의 근원이라며 억만장자 전 재산을 기부한 사람이 있다. 마흔 일곱 살의 오스트리아 남자, 죽… 더보기

[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댓글 0 | 조회 3,479 | 2008.03.26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 더보기

고목에 피운 무지개꽃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432 | 2010.08.25
“푸 -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고국의 향수를 물씬 자아내는 멋드러진 화음에 찐한 감동과 함께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이 온다. 곱고 화사한 한… 더보기

젊음이 흘리고 간 낭만을 줍다

댓글 0 | 조회 3,415 | 2010.09.29
감색 양복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단추와 띠 장식이며. 거기에 검은차양에 흰 모자까지.... 그 날은 퀸스트리트 거리가. 그들의 멋진 정복의 물결로 그 어느 때 보… 더보기

왕 밤 줏으러 갔다네

댓글 0 | 조회 3,405 | 2009.04.28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해서일까? 그 누구도 침범 못하게 단란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의좋게 달라붙어 꼭꼭 숨은 삼형제일까 삼자매일까? 윤끼 자르르한 갈색으로 매끈하지… 더보기

나나니 춤

댓글 0 | 조회 3,390 | 2008.08.27
삼십년만의 큰 태풍이란다. 홍수에 집이 잠기고 고목이 뿌리째 뽑혀 벌렁 누운 모습도 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겨울이다. 이 나라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갇혀 버… 더보기

설 명절에 웬 송편을....

댓글 0 | 조회 3,389 | 2011.02.22
‘젊은이는 희망으로 살고 늙은이는 추억으로 산다던가’ 구정을 맞아 귀성길이 막힌다느니 원활하다느니 수만리 밖에서 나와 무관한 사정을 듣고 보며. 그러나 그 곳에 … 더보기

호평동에서 온 편지

댓글 0 | 조회 3,386 | 2011.03.23
어린 강아지풀과 노오란 민들레꽃이 얌전하게 말려져 진홍의 카드지 안에서 환하게 나를 반긴다.훌쩍 해를 넘긴 작년. 봄의 소식을 알리며 고국의 땅 한 모퉁이 호평동… 더보기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Ⅰ)

댓글 1 | 조회 3,366 | 2010.05.25
낙엽 구르는 바람 소리에 잠을 잃은밤, 고국은 지금 꽃 잔치로 한창 법석을 떠는 계절이잖은가, 하지만 이 밤. 나는 지난 가을 그 곳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서 특별… 더보기

아름다운 고별

댓글 1 | 조회 3,356 | 2011.09.27
옆집 할머니 ‘엘리자벳’이 갑자기 돌아가셨다."일년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들의 추석날. 명절다운 분위기로 조촐하게 잔치가 벌어진 작은… 더보기

실수야 떠나라

댓글 0 | 조회 3,346 | 2009.12.22
12월 마지막 달, 싫어도 또 하나 나이를 보태야 한다. 세월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게 두렵다. 이제 기억력도 전같지 않은데 곧잘 건망증까지, 몇년전에 …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3,321 | 2010.10.28
“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나이무게가 더해지면서 마치 죽음에서 깨어나듯 다시 시작되는 아침이 늘 새롭고 고마워 저절로 나오는 감사… 더보기

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댓글 0 | 조회 3,319 | 2020.04.28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더보기